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by 소니

3월, 날이 포근해져 봄이 왔나 싶었는데

눈을 맞고 출근했다.


생각해보면 모든 계절을 좋아하지만

특히 봄과 여름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생명이 움트는 계절이라 그렇다.

봄에 불어오는 바람은 차가움 속에 싱그러움이 있다.




며칠 전 이십대 초반에 쓴 글들을 모아서 읽어보고는

더 이상 그와 같은 글을 쓸 수 없음에 서글펐다.


스스로를 '미완의 존재'라고 생각하여

누군가에게 글을 공개하기 부끄러워했고

언젠가... 성숙해지면, 더 현명해지면, 더 세상을 잘 알게되면

스스로 떳떳할 수 있는 어른이되면 집필 활동을 하려고 했는데,


인간은 죽을 때까지 미완의 존재라는 것을 알게된 지금은

그때 더 많은 글을 남겨놓지 못해서 아쉬움이 남는다.

그 시기에만 기록할 수 있는 생각들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았거늘


갓태어난 아이와 같이,

사회를 알아가는 스무살에는

낯선 세계가 생경하게 다가와서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화를 냈다.

세상은 모순덩어리고 부조리했다.




보수에서 진보로,

진보에서 중도로.


가장 쉬운 예가 정치지만,

살다 마주하는 수많은 논점에서

머리아프게 정반합을 거치면서

나만의 가치관을 정립하고


이제는 사회에 분노나 부조리함을 느끼지도 않지만

어째서인지 예술을 접할 때 느끼는 전율도 사라졌다.


계급 갈등, 인간의 존엄성, 전쟁의 부조리, 허영심,

기회의 불평등, 권선징악과 같은 플롯이 시시해졌고


어떤 찰나에 느끼는 아름다움에 집중하게 되었다.

음악이나 영상미와 같은 것들, 무언가 가르치지 않으려하는 것들.




다만, 느끼는 힘이 바닥나서,

반성같은 걸 피곤하고 귀찮아하는 어른이 되지 않도록

경계하며 살아가려고 하던 중


어린 나이,

도무지 와닿지 않았던 생팩쥐페리의 어린왕자의 내용 중 일부가

새로운 전율을 주었다. 결국 가장 고귀한 가치는 사랑같은 것일까.








여기 보이는건 껍데기에 지나지 않아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아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때문이야

나에게는 장미꽃 한 송이가

수백개의 다른 장미꽃보다 훨씬 중요해

내가 그 꽃에 물을 주었으니까

내가 그 꽃에 유리덮개를 씌워주었으니까

내가 바람막이로 그 꽃을 지켜주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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