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관들의 태도는 기업의 평판에 큰 영향을 미친다
천수로 지낸지 약 7~8개월이 되었다. 언제든 다시 이직할 수 있을거야 라는 호기로운 마음은 잦아들고, 긴 공백으로 '상사가 나보다 어리면 어쩌지?', '내가 정말 원하는 회사에는 못 들어가는 게 아닐까?'하는 초조함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직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는 초반에야 직접 공고를 찾아보고 원서를 제출했지만, 이런 과정이 매우 귀찮아질 즈음 헤드헌터들에게서 연락이 자주 와서, 그 중 괜찮은 회사들에 한하여 지원을 하였다. 서류를 합격해 면접을 보면서 회사에 대한 인상이 더욱 좋아지거나, 혹은 나빠지곤 했다.
그 중 국내 top-tier인 한 건설사에서 면접을 본 게 안 좋은 의미에서 아주 기억에 남는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1차 면접의 경우 비대면으로 보고 2차를 대면으로 보도록 하는 것과 다르게, 이 회사는 1차 면접부터 대면을 원했다. 보통 면접 시간도 오후대로 잡아주는 것에 반해 이 곳의 면접 시간은 아침 9시 30분이었다. 서울 중심지도 아니여서 오랜만에 새벽에 일어나 씻고, 정장을 차려입고 지하철을 타고 회사를 찾아갔다.
대부분 1시간동안 면접을 보는데 이 곳은 30분 단위로 면접을 봤다. 내 다음에 면접 보는 사람은 미리 1시간이나 일찍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내 차례가 되어 회의실에 들어가니 5명의 남자 면접관들이 한 쪽에 주르르 앉아 있었다. 그런데 나의 의자는 벽 맨 끝에 두어 전신이 보일 수 있도록 배치되어 있었다. 매체에서 흔히 보던 압박 면접의 모습이라 처음부터 속으로 '뭐지 이거?'하는 생각이 들었다.
자기 소개를 잘 마치고 질문에 답변을 했는데, 그 중 가장 나이가 많아보이는 면접관은 질문에 답하는 나의 말을 자주 짤랐다. 기분은 나빴지만 혹시 일부러 인성 테스트하나 싶어서 티 내지 않았다. 대부분의 기업은 면접 마무리에 "우리 회사에 궁금한 것이 있으면 여쭤보세요."라고 면접자에게도 회사에 입사할지 말지 결정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그런 질문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이 시키들은 갑질이 몸에 배어있구만. 니들이 아무리 대기업이라고 해도 이런 문화의 회사에는 오라고 해도 안 간다.' 갑질하며 면접하는 회사들의 면접을 준비하며 뜯어 분석해 본 인사제도는 대부분 고리타분했다. 인사제도 간 연계가 되어있지도 않고 구식의 인사제도를 운영하고 있었다. 이런 유형의 면접관들은 아마 이런 생각일 거다. 면접자들 하나하나에게 굳이 좋은 인상을 남길 필요가 없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들이 놓친 것은 채용 프로세스에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면접 절차를 간소화 시켜 지원자의 피로도를 낮추고, 면접을 할 때도, 하고 난 이후에도 긍정적인 모습을 보여 회사에 대한 대외적 이미지를 좋게 심어주는 것이다.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실천하여 면접을 보고 난 후 회사에 대한 인상이 훨씬 긍정적으로 바뀌게 만드는 회사들도 있다. 면접관들은 분위기를 편하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했고, 존중하려는 자세를 보여줬다. 결국 좋은 평판을 쌓아나가는 것이 핵심 인재를 유인할 수 있고, 그로 인해 회사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는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생각을 모르는 것인가. 면접자들이 불만을 가져봤자 거대한 기업인 한 사람이 자기들에게 끼칠 수 있는 손해는 적을 거라는 배짱으로 그러겠지만, 어쩌다 영향력이 있는 면접자에게 걸려서 치명타를 맞을 수 있음을 알게 되었으면 좋겠다.
- 이상 매우 화가 난 백수 올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