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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히 Jan 29. 2020

영화 <닥터 두리틀> 후기

영화 <닥터 두리틀> 메인 포스터


<닥터 두리틀>에 대한 사전 정보라고는 몇몇의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이 전부인 상태로 영화를 관람을 했다.

출연한 배우들 만으로도 볼 가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전체 관람가'라는 것이 내게 있어 이 영화의 가장 큰 반전이다.


영화 <닥터 두리틀>은 동물들과 대화를 할 수 있는 의사 두리틀이, 모험가였던 아내를 잃은 상심에 다른 인간과의 교류를 끊고 사는 것에서 시작한다.

영화 초반은 이러한 배경 설명을 빠르고 간단하게 끝낸다. 3D 애니메이션을 2D 비주얼의 카툰 렌더로 표현하여, 인간의 말을 아주 잘하는 앵무새 '폴리'가 두리틀의 과거를 이야기하며 시작한다. 일러스트 같은 방식으로 인해 이 영화의 원작이 있을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현재의 두리틀이 왜 덥수룩한 모습으로 저택에 박혀 동물들 외엔 아무도 만나려 하지 않는지도 빠르고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 <닥터 두리틀> 폴리 포스터

<닥터 두리틀>은 폴리로 인해 스토리가 진행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동물들 중에선 폴리의 비중이 가장 컸다고 생각한다. 두리틀이 여왕의 병을 고쳐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두리틀의 제자가 되는 토미 스터빈스가 두리틀을 따라 바다에 나가게 되는 것도, 두리틀이 위험에 빠진 것을 알게 되는 것도 모두 폴리 덕분이었다.

폴리는 두리틀을 정신적으로 지탱해주는 친구 혹은 누나 같은 역할로, 영화 중간중간 계속 이야기를 하듯 우리에게 말을 걸며 설명이 부족한 배경 설정을 알려 준다.









영화 <닥터 두리틀> 치치 포스터

폴리의 역할도 크지만 다른 동물들 역시 각각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중 용기가 부족한 고릴라, 치치는 강하고 위협적인 고릴라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의 모습의 캐릭터이다. 늘 겁 많고 소심한 치치의 모습은 각인된 고릴라의 이미지를 깨면서 재미를 준다. 또한, 두리틀이 동물들의 외상뿐 아니라 심리적인 치료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며, 치치가 자신감을 잃을 때마다 다독이는 두리틀의 모습은 치치와 같은 성격은 나쁜 것이 아니고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다고 말하는 듯 보였다. '전체 관람가'인 영화로써 아이들에게 다양한 성격을 가진 인물, 혹은 동물이 존재할 수 있고 그 모든 존재들을 존중해주어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마지막에는 치치가 자신감을 갖고 두리틀을 위험에서 구출하지만, 그 또한 아이들에게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교육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 판타지 어드벤처인 만큼 영화 내내 볼 수 있는 유쾌한 대사와 장면들이 정말 많았다. 인간과 교류를 피해 몇 년간 집 밖에 나가지 않았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당당하고 뻔뻔하게 유머를 치는 두리틀의 대사가 그랬고, 추위를 타는 북극곰 요시와 전투 민족 타조 플림턴이 투닥거리며 보여주는 케미 또한 그랬다.  마지막으로 토미가 죽일 뻔한 다람쥐 케빈이 계속해서 일지를 쓰며 상황과 상반되는 의견을 보여주며 웃음을 준 것 역시 꼽을 수 있겠다. 사실 케빈이 토미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 하는 장면이 반복되어 나오길래 뭔가 한 건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없었다는 게 더 큰 재미였던 것 같다.

영화 <닥터 두리틀> 요시, 플림턴, 케빈 포스터



<닥터 두리틀>의 전개에 가장 중요한 특징은 두리틀이 동물의 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동물들이 인간의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두리틀이 동물의 울음소리를 흉내 내며 '동물의 말'을 할 수 있다는 뜻인데, 개인적으로 이 점이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물론 영화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동물들은 배우들의 목소리를 빌려 인간의 말을 하듯 연출했으나, 초반 두리틀이 각각의 동물들 울음소리를 흉내 내는 것으로 서로의 대화가 텔레파시 같은 종류의 것이 아닌 동물의 소리를 주고받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아무리 동물의 울음소리를 따라 한다고 해서 동물들과 평범하게 대화를 할 수는 없겠지만, 판타지 어드벤처라는 장르의 영화임에도 동물과의 대화를 단순히 마법 같은 일로 표현하지 않고 각각의 동물들의 울음소리를 끊임없이 듣고 배워 익히게 된 또 다른 언어로 표현했다는 점은 정말 좋았다.


영화의 원작인 '휴 로프팅' 작가의 <두리틀 박사의 바다 여행>이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어린이 책에 주는 뉴베리 상을 받은 소설이었던 만큼, 영화 역시 어린이들에게 보여주면 좋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화 같은 소재와 전개, 결국 권선징악으로 끝나는 결말, 주인공인 두리틀이 모든 동물들을 보듬으며 마지막엔 인간과도 함께 할 수 있게 되는 이야기는 아이들에게 교훈과 재미를 줄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톰 홀랜드'가 맡은 개, '지프'의 분량이 너무 적어 아쉬웠으나, CG 기술로 구현한 영상미나 심각한 장면을 차단하는 개그는 주변에 추천하기에 충분한 영화임을 보여주었다. 물론 '전체관람가'라는 사실 역시 설명했을 때 말이다.

왼쪽 : 휴 로프팅 저, <두리틀 박사의 바다여행> 소설 표지             오른쪽 : 영화 <닥터 두리틀> 지프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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