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은 아씨들>은 '마치' 가의 둘째, '조'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며 과거와 현재의 잦은 교차 편집으로 여러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처음은 뉴욕 자취집에서 글을 쓰는 조가 출판사에 자신의 글을 친구의 글이라 속이며 파는 것으로 시작한다. 셋째 '베스'가 아프다는 편지에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기차에 몸을 싣고, 그렇게 7년 전의 이야기가 시작된다.
각기 다른 성격을 가진, 취미도 취향도 관심사도 전부 다른 네 자매는 싸우기도 하고 다시 화해도 하면서 시끌벅적하고 즐거운 나날을 보낸다. 각각의 에피소드가 나열되며 네 사람의 관계 변화와 각자의 성장을 보여주고 그 이야기가 조의 손끝에서 소설로 다시 태어나 우리가 읽은 '작은 아씨들'이 된다.
꼭 우리 역시 소설 속 인물들이 된 것처럼.
첫째, '메그'는 가난을 싫어하며 빈곤한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했으나 결국에는 사랑을 좇아 가난한 가정교사와 결혼하여 여전히 돈 걱정을 하는 삶을 산다. 그러나 메그는 본인이 한 선택을 후회하거나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한때는 고급 드레스를 입고 부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애써 노력하며 부자 남편을 찾기도 했으나, '존'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를 남편으로 맞이하는 것에 그 어떤 망설임도 없었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도 존의 사랑을 받으며, 존을 사랑하며 행복한 삶을 산다.
작가를 꿈꾸던 둘째, 조는 소꿉친구인 '로리'의 고백을 거절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혼자 뉴욕으로 가지만 생계를 위해 글을 쓰면서 점점 지쳐간다. 그러나 베스가 죽고 자매들과의 일을 글로 쓰면서 자신의 글에 다시 자신감을 갖는다. 모든 여자에게 사랑이 전부인 것처럼 말하는 세상이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던 조 역시 결국 '프리드리히'와 결혼을 하는 것처럼 결말을 맞지만, 스스로를 사랑할 줄 모르던 조가 자기 자신을 사랑할 줄 알게 된 후에 프리드리히와의 사랑을 선택했다면 그 결혼은 사회에 떠밀려 선택한 길이 아닌, 스스로 원해 나아간 길이라 생각한다.
피아노를 좋아하고 수줍음이 많던 베스는 네 자매 중 가장 조용하고 가장 말을 잘 듣는 인물이었다. 베스는 주로 주변 사람들에게 사랑과 온정을 베푸는 이야기로 나왔는데, 로리의 할아버지인 '로렌스'의 집에서 피아노를 치며 딸을 잃은 로렌스를 위로하고, 가난한 이웃집에 마지막까지 혼자서 먹을 것들을 나눠주러 간다.
그 착한 심성이 베스에게 병을 안겨주고 결국 죽음에까지 이르게 했다는 사실에 참 기구한 운명이라 생각했지만, 죽기 직전 오히려 조를 위로하며 자신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 베스를 보고 어쩌면 네 자매 중 가장 어른스러웠던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막내 '에이미'는 초반, 가장 통통 튀며 꿈을 향한 큰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지만, 조를 부러워하고 열등감을 느끼며 조가 쓴 소설을 불태우기까지 하는 등의 가장 어린 모습을 보인다.
화가가 꿈이었으나 유럽여행에서 자신이 그림에 대한 재능이 없다고 느끼고, 돈이 많은 '프레드'에게 시집가는 것이 자신이 성공할 길이며 스스로의 선택이라 말하면서 세상과 타협하는 사람으로 변한다.
그러나 마지막에는 돈이 아닌 사랑을 선택하여 로리와 결혼한다. 세상이 옳다고 강요한 방향이 아니라 자신이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간 것이다.
현재와 과거가 굉장히 자주 바뀌지만 인물들의 옷이나 머리 스타일, 장면의 색감이나 분위기가 다르게 잘 표현되어 내용을 이해하기 어렵거나 혼란스럽지는 않았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든 장면전환은 베스가 아파 누워있을 때였다. 어릴 적 성홍열에 걸렸을 때 옆에서 간호를 하던 조는 까무룩 잠이 들고, 잠에서 깼을 때 눈앞에 베스가 없자 헐레벌떡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그리고 건강해진 베스가 앉아있는 것을 발견한다. 죽기 직전 누워있을 때도 조가 옆에서 간호를 하다 깜빡 잠이 드는데, 잠에서 깬 조는 눈앞에 베스가 없지만 이번에도 역시 베스는 멀쩡히 아래층에 있을 것이란 생각에 천천히 내려가고 그곳엔 울고 있는 어머니만 보일 뿐이었다.
베스가 살아있을 적엔 화면이 따뜻한 색감이었으나, 죽은 상황에서는 믿음을 갖고 내려가는 조에 모습에서도 베스의 죽음을 일찌감치 느낄 수 있는 푸르고 채도가 낮은 색감이었다.
그 장면의 교차 편집이 가장 가슴을 울리는 연출이 아니었나 싶다.
<작은 아씨들>은 미국 남북전쟁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당시의 여자들은 스스로 돈을 벌기 힘들었고 남자에게 속한 존재로 인식되었다. 그래서인지 메그와 에이미는 돈이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가고 싶어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끝내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한다. 영화는 사회가 고정한 행복에 맞추려 스스로를 지우려 하지 말고 자신의 원하는 행복을 찾아 그에 맞게 살아가라 응원하고 있는 것 같았다.
또한 조는 여자들 역시 감성적일 뿐만 아니라 이성적이고 야망이 있다고 말한다. 조는 사랑보다 본인의 꿈을 위해 나아간다. 좌절한 적도 있었지만 마침내 작가의 꿈을 이뤄낸다. 그래서 조가 프리드리히와 결혼하는 장면이 소설 속 이야기로만 표현되고, 실제 조가 결혼생활을 하거나 아이를 낳는 등의 모습은 비춰지지 않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영화 <작은 아씨들>은 모든 여자들의 꿈과 행복을 바라는 마음이 담겨있는 것이다.
사실 모든 인물들의 관계 변화를 다 표현하기에 135분은 너무 짧았다. 그래서 조와 프리드리히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고 사랑하게 되는 과정이나, 로리가 조를 잊고 에이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 과정, 부자에게 시집을 가야 된다고 생각했던 메그가 존과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하게 되는 과정, 그리고 베스가 로렌스에게 피아노를 받기까지의 과정 등이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았다고 느껴진다.
하지만 영화 팜플렛의 캐치프레이즈처럼 우리의 인생은 모두가 한 편의 소설이고, 사실 소설 한 권에 우리의 인생 전부를 담기엔 부족하다. 설명이 부족하다 느꼈지만, 짜임새가 허술하지도 않았고 전체적인 스토리를 이해하는데 무리도 없었다. 누군가의 인생을 엿보는데는 한 편의 소설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우리는 또 우리의 인생을 써내려가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