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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웃으면서 퇴사했다.

by 슝 shoong


삼십 대엔 뭐라도 될 줄 알았지 슝)

나는 웃으면서 퇴사했다.


작년 크리스마스이브는 눈 오는 화이트크리스마스에, 월급날에, 금요일이어서 코로나였지만 사람들은 들떠 있던 날이었다.


그런 즐거운 크리스마스이브에 나는 웃으며 회사를 퇴사했다.




팀이 없어지게 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예상은 하고 있던 차라 덤덤히 받아들였다.

근데 그 얘기를 삼일 뒤면 생일인 거 뻔히 알면서

“내일모레 생일인데 어쩌지?” 하면서 웃으며 얘기하는 인사팀장이 좀 많이 미웠다.



퇴사 날짜를 정하고 내려오는 길,

밖으로 나가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하아... 6년... 오래 다녔다..”

나는 웃음이 났다.


“내가 드디어 여길 벗어나는구나...”

자의는 못하고 타의로라도 벗어나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사무실로 들어와 나는 콧노래를 부르며 내 자리 정리를 하고 파일 정리를 했다.



퇴사하는 날은 크리스마스이브날로 정해졌다.

팀장은 눈치껏 내가 퇴사하는 날 연차를 쓰고 나오지 않았다.

그 덕에 나는 즐겁게 회사 사람들과 못다 한 이야기도 하고 인사도 하면서 퇴사할 준비를 했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때라 회식이 금지되어 회식은 못하고 다른 팀 팀장님께서 선물을 사주신다고 하셨다.



“크리스마스이브니 케이크하고 와인 사줄까?”라는 물음에 나는

“아니요”

“학용품 사주세요~”

“학용품? 그게 뭐야? “

“학생들이 쓰는 거?”

“네~ㅋㅋㅋ”

“특이해.... 역시 특이해.. 가자~“


회사 앞 문구점에 갔다.

“오늘 월급날이니 사고 싶은 거 사 “라는 소리에

나는 귀여운 펜, 수첩, 눈오리틀을 샀다. ㅋㅋㅋ

팀장님께서는 색연필을 추가로 사주시면서 계속 그림을 그리라고 하셨다.


양손 가득 선물을 받고 회사분들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웃으며 퇴사했다.




회사생활 21년 중 퇴직금까지 제대로 받고 인사받으며, 웃으면서 퇴사한 처음이자 마지막인 유일한 회사였다.







20년 고생한 나, 좀 쉬면서 뭐 먹고살지 생각해 보자...... 했는데...



엄마가 지켜보고 있다.

취업을 또 하라고?

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슝 shoong 웹툰 백수 직장인 공감 에세이 캐릭터 손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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