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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슝 shoong Jan 06. 2023

아빠는 백수가 된 노처녀 딸을 위해 과자를 사 오셨다







































퇴사 후, 나는 요즘)

아빠는 백수가 된 노처녀 딸을 위해 과자를 사 오셨다.


내가 어렸을 때 아빠는 술 한잔 걸치시고 기분 좋게 취해 들어오시면 우리 세 자매는 한 줄로 서서 아빠에게 용돈을 받기도 하고, 아빠가 과자를 한 아름 사 오시기도 해서 그날이 무척이나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그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과자는 가나 초콜릿과 홈런볼이었다.

홈런볼을 언니들보다 하나라도 더 먹겠다고 입안 가득 쑤셔 넣기도 하고 초콜릿을 혼자 다 먹기 위해 아침에 눈뜨자마자 공복에 먹다가 토한 적도 있었다.


지금도 과자를 좋아하고 월급날이 되면 한 달 동안 수고한 나를 위해 과자를 한 아름 사곤 했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먹고 싶은 걸 살 수 있다는 기쁨이 있었다.


백수가 된 뒤로는 쓸데없는 지출을 막기 위해 과자를 사지 않고 있다.

그런 데다가 과자 가격이 너무 올라 과자를 살까 말까 고민만 하다가 그냥 빈손으로 올 때가 있었다.

엄마가 과자 사러 간다더니 왜 빈손이냐고 물으셔서

“과자가 너무 비싸서 못 먹겠어”라고 말한 적이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아빠가 퇴근하고 오셨는데 큰 봉지를 들고 계셨다.

봉지 안에는 뭔가 꽉 차 있었다.


엄마가 그 모습을 보시더니

“뭐 사 왔어? “

“웬일이야? “

아빠는 말없이 나에게 봉지를 건네고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엄마에게 건네주었다.


엄마는 “직접 줘”

아빠는 “내가 주면 안 받아”

두 분이  쇽닥쇽닥 하시길래 나는

“다 들려 ㅋㅋㅋㅋㅋ, 아빠 월급날이야? “

“나 돈 있어 괜춘해, 넣어둬”

아빠는 ”그냥 써 “라고 말하시며 엄마에게 돈을 주셨다.


엄마는 아빠가 준 돈을 나에게 건네며 아빠가 용돈 준 건데 그냥 받으라고 해서 어색 어색해하며 용돈을 받았다.


나는 월급을 받으면 엄마에게만 용돈을 드렸기 때문에 아빠에게는 용돈을 드린 적이 없기 때문에 더 어색했는지도 모른다.


회사가 망해 월급을 못 받은 적도 많았고, 돈이 없어도 나는 엄마 아빠에게 돈을 달라고 하진 않았다.

없으면 없는 대로 안 쓰면 되는 습관이 만들어져 있었고, 내 수중에 있는 돈이 아니면 관심이 없었다.

물론 엄마 아빠랑 같이 살면서 받는 혜택으로도 감지덕지하다.


아빠가 준 용돈과 함께 봉지를 열어 보니 과자가 한가득 들어 있었다.

과자가 비싸서 그냥 왔다는 소리를 들으신 모양이다.


혼자서는 마트도 잘 안 가는 양반이 혼자 마트 가서 과자를 주섬주섬 고르는 모습이 생각났다.

...

아우쒸....

울컥한다.



시집을 가던지, 취직을 하던지, 돈을 벌던지 해야 하는데 이러고 있는 노처녀 딸 데리고 사는 엄마, 아빠

표현은 못하지만 많이 많이 고맙슈.

오래오래 건강하게 나랑 잘 살아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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