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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슝 shoong Mar 31. 2023

워킹맘이 아픈 이유, 백수 되고 안 아픈 이유







































퇴사 후, 나는 요즘)

둘째 언니는 워킹맘이다.

남자애 둘을 키우느냐고 회사를 못 다니다가 둘째 아들이 유치원을 다니면서 8년 만에 취업이 돼 워킹맘이 되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일하는걸 참 좋아하고, 혼자서 해외여행도 다니고, 노는 거 좋아하는 언니였는데 결혼하고 아들 둘을 낳고 키우면서 저런 거 다 참고 8년 동안 육아만 하느냐 짠했던 언니였다.


언니는 나와 쌍둥이지만, 나는 혼자 여행은 무서워해 패키지여행을 선호하고,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조용한 걸 좋아하고, 결혼도 안 한 나와는 다른 인생을 사는 언니를 볼 때마다 신기하기는 했다.


주호빵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언니의 둘째 아들이 코감기에 걸려 병원을 가야 하는데 데리고 갈 사람이 없어서 내가 대신 병원에 데리고 다녀왔다.

조카들하고 놀아주면서 언니랑 형부의 퇴근 시간에 맞춰 기다리고 있는데, 언니가 오자마자 온몸이 아프다고 잠깐만 누워 있다 나온다고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어깨에 메고 있던 가방을 슬며시 내려놓고 엄마가 싸준 미역국을 데워 조카들하고 형부 밥을 차려준 뒤 언니를 깨웠다.

“일어나, 밥 먹어”

“밥이라도 잘 먹어야 해”


언니가 방에서 어그적 어그적 걸어 나오는 동안 밥을 차리고 있는데 주호빵이 나에게

“이모가 엄마 밥 차려주는 거야? “

“응”

“와~ 이모 착하다~”

주호빵 한 마디에 나는 웃음이 났다. 귀엽다.


엄마가 해준 미역국을 먹으며 연신 맛있다고 하면서 밥을 두 그릇이나 먹었다.

엄마와 살고 있는 나는, 엄마의 맛있는 밥을 매일 먹고 있는 게 뭔가 좀 미안했다.

엄마의 미역국 덕인지 다시 쌩쌩해진 언니를 보니 마음이 놓였다.

형부도 집안일을 잘 도와주지만 애가 둘이라 한 명씩 놀아 주기도 해야 하고 공부도 시키고, 내일 필요한 준비물도 챙기고, 집안일을 하다 보니 11시가 훌쩍 넘는다.


형부가 애들을 데리고 자고 나는 언니와 잠을 잤다.

언니는 새우잠 자세를 하고 끙끙 댄다.

“아프냐?”

“응... 온몸이 다 아파. 넌 안 아프냐?

“나? 나는... “

나는 내가 아픈지 안 아픈지 생각을 해본다.

그러다 갑자기 웃음이 났다.

“나, 회사 안 다니니까 안 아파 ㅋㅋㅋㅋㅋ”

회사 다닐 땐 병원비 벌러 회사 다닌다고 말할 정도로 온몸이 아팠다.

없던 병도 생기고, 일주일 넘게 입원한 적도 있고, 수술까지 하기도 했다.

아파죽지 않는 게 소원이었다.

그런데 회사를 안 다니는 지금은 아픈 곳이 없네?

맞네. 나 안 아프네~


언니는

“난 온몸이 다 아파.”

“회사 다니는 건 좋은데, 둘째 낳고 몸조리를 제대로 못했더니 온몸이 다 아파...”


첫째를 낳고는 몸조리를 그래도 했지만, 둘째를 낳고는 첫째도 챙겨야 해서 몸조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걸 나도 안다.





아이들이 어릴 땐 돌봄 선생님을 신청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아 두 시간만 신청했는데, 그 두 시간이라도 숨통이 트인다고 좋아했다.

그 행복도 잠시, 선생님이 사정상 그만두시면서 다른 좋은 선생님을 만나기가 어려워 어린이집에 보내게 되었다.


어린이집에 보낸다고 그렇게 또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 건 아니다.

집안일 다 하고 엉덩이 좀 붙여볼까 하면 하면 애들 데리러 가야 하는 시간이고, 애 한 명 데리러 갔다가 또 한 명 데리러 갔다가 놀이터에서 조금이라도 놀아주고 들어오면 금방 또 저녁밥 할 시간이고, 밤에는 숙면을 하고 싶지만 애들이 넓은 자리 놔두고 굳이 엄마 옆에 찰싹 붙어 자면서 자다가 깨고 엄마에게 발차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불면증이라는 게 생기고 만다.


옆에서 끙끙대는 언니를 보면서 그냥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엄마가 된다는 건 힘은 들지만 애들이 주는 기쁨이 있다는 걸 안다.

가족이라는 새로운 구성원을 만들어 좋기도 하고 나쁘기도 하고 기복이 심한 매일을 살지만 그 안에서 가족의 행복을 만들어 살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나는 그런 가족을 이루어 사는 것보다는 그냥 조카바보 이모로 만족하고 싶다.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삶, 결혼 안 하고 혼자인 삶, 직장인 삶, 백수의 삶

어떻게 살아야 할까?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생각하게 되는 밤이었다.


인생이 내가 계획한 대로, 생각한 대로 다 이루어지는 것도 아닌지라 지금은 그냥 흘러가는 데로 사는 중인 내 삶이 아닐까 싶다.


결혼하고 안 하고, 애가 있고 없고를 떠나 그냥 내가 선택한 삶 속에서 잘들 살아가자.


슝 shoong 일상툰 공감 에세이 illust 웹툰 손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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