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엔 뭐라도 될 줄 알았지 슝)
요즘 회사에서 사람을 뽑을 때 지원자격란에 지원 가능한 mbti와 지원 불가능한 mbti 유형을 써놓은 회사들이 있다고 한다.
방송에서도 젊은 사장님들이 나와서 얘기하길 같이 일하기 힘든 mbti 유형들이 있다고 한다.
16가지의 mbti 유형 중 5가지 entj, esfj, intp, intj, infp는 지원불가란다.
나는 지원불가 5가지 유형의 mbti 중 하나인 intp다.
사회성이 부족한 intp
나는 intp인데 직장생활 21년 했는데?
intp가 웹디자이너 외길인생 직장생활 21년 했으면... ‘나 자신 대돤한데?’
라떼는 4가지 유형의 혈액형으로 사람을 분류했지만 요즘은 엠비티아이가 뭐냐고 물어보는 걸로 대화가 시작된단다. 나도 두 번을 해봤는데 두 번 다 intp가 나왔다.
논리적인 사색가라는 intp유형은 전 세계 인구의 3.3% 한국인의 2% 정도로 매우 적은 유형에 intp 여자는 한국인의 1%라나?
‘좋은데? 흔치 않아서?’
이렇게 생각하는 게 intp의 유형이란다.
intp의 사회생활을 찾아본 봐 공통적으로
- 자신만의 세계가 뚜렷
- 부족한 사회성으로 타인을 당황하게 함
- 생각만 깊고 행동하지 않고 게으름
- 직설적인 말로 타인에게 상처를 줌
- 단순 반복, 훈련을 지루하게 생각함
-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힘들어하는 아싸
- 게으르지만 막상 하면 잘함
- 상상력이 풍부하며 생각에 잠길 때가 많음
-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놓음
- 왜?라는 질문을 하는데 완벽하게 이해할 때까지 질문이 멈추지 않음
- 관심 있는 것만 관심 있는 마이웨이
- 친한 사람한테는 잘함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할 땐 intp가 아닐 수도 있다. 환경에 따라 mbti 유형이 달라진다고 하니 마지막 회사를 다닐 때를 기준으로 현재 나의 mbti는 intp다.
사회생활 하면서부터 자주 들었던 말은 ‘넌 참 특이해’라는 소리다. 어느 회사를 가든 듣는 말이었다.
나는 그 말이 싫지 않았다. 디자인을 하는 내가 뭔가 남들과는 다르다는 말처럼 들렸다. 단지 나는 그 말을 하는 사람이 내 눈에는 더 특이해 보였다.
엄마가 보는 나도 내 딸이지만 특이하다고 하셨다. 아는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데 어떨 땐 똑똑해 보이고, 아무 생각 없는 것 같은데 어떨 땐 고집도 세고, 어디 가서 말도 못 할 것 같은데 일하는 거 보면 용하고, 엄마 말에 공감해 주면 되는데 뭘 자꾸 왜는 왜야? 묻냐며 속 터질 때도 있다며 어떻게 사회생활을 했는지 놀랍다고 하셨다.
돌이켜 보면 나도 나 자신한테 놀라긴 한다. 이 특이한 성격으로 직장생활을 했으니 말이다.
나는 혼자 일 하는 걸 좋아한다. 같이 일을 하다 보면 감정싸움이라는 게 생기기 때문에 일 보다도 그런 일들을 신경 쓰는 게 힘들었다.
일을 할 때 왜?라는 질문을 했을 때 대답을 해주는 팀장님 밑에선 일을 잘했다. 그렇지만 ‘까라면 까’라고 대답을 해준 팀장 밑에선 많이 싸웠다. 팀장님이 내 능력을 끌어올려 준 곳에서는 일을 즐겁게 했지만 자기 말대로 하라고 강요하고 지시하는 팀장한테는 배울 게 없다는 생각에 자주 싸웠다.
그게 intp이란다.
인간관계가 좁긴 하다. 직장생활을 할 땐 동료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는 스타일이다. 친해지면 우리 친하잖아?라고 시작되는 관계가 일을 할 때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내가 직장동료와 친해지는 건 퇴사를 하고나서부터다.
낯을 가리지만 진실되게 다가오는 사람하고는 금방 친해진다. 친하더라도 자주 만나지는 않는다. 연락을 잘 안 하는 스타일이기도 하고 오랜만에 만나도 어제 만난 것 같은 친구들이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남겨두고 이번에 전화번호 정리를 했더니 몇 명 되지 않았다. 뭐... 괜찮다.
일을 할 때도 손이 느리다는 소리를 듣는다. 게을러서 미루다 미루다 날짜에 맞춰 급하게 일을 해서 주는 줄 안다. 완벽을 추구하는 스타일이라 날짜에 맞춰 생각을 끝까지 하고 작업을 해서 주는 건데 중간에 보고를 안 한다는 이유로 손이 느리다는 소리를 하는 거다.
솔직히 손 빠르다. 빠르게 작업해도 기한 된 날짜에 맞춰서 줄 뿐이다. 빨리 해봤자 다음엔 더 빠르게 요청할 거고 다른 일을 시킬걸 아니까 차라리 ‘손이 느리다’라고 생각하게 내버려 둔다.
어린 나이에 직장생활을 시작하다 보니 나이 때문에 승진이 밀린 적도 있고, 윗사람에게 알랑방구나 딸랑딸랑 입에 침 바른 소리를 못하고 남들은 눈치 보면서 못 하는 말 뒤에서 불평할 때 나는 앞에서 얘기하는 스타일이라 승진은 잘 되지 않았다.
나에겐 점수 깎기는 일이지만 동료들은 좋아했다.
출세에 눈이 먼 적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그것도 다 부질없는 짓 같고 팀장이라는 방패가 있는 게 나한테는 더 이득이라 직급에 연연하지 않고 일하는 즐거움으로 직장생활을 했던 것 같다.
마이웨이스타일이라 고립되어 보이지만 눈치는 빠르다. 인간관계가 좁지만 회사에서 누구와 친해져야 하는지는 알고 있다.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는 알고 있다. 나에게 물어보지 않아 굳이 얘기하지 않은 건데 회사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팀장들은 오해를 한다.
행동하는 것이 다른 동료들과 다르다고 나를 고쳐보려는 팀장도 있었고, 다름을 인정하고 나의 단점을 장점으로 만들어 주려는 팀장도 있었다.
글을 쓰다 보니 이 성격으로 21년 직장 생활한 나를 칭찬하려고 했는데 그동안 나와 미우나 고우나 같이한 팀장님들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다.
이렇든 저렇든 나를 성장시켜 준 사람들이니 말이다.
감사합니다-
21년 동안 고생한 나도 잘했다 잘했다~
직장생활이라는 게 별별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어진 집단으로 일보다는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회사가 싫을 때가 많다. 그 사람이 어떤 부류의 사람인지 알고 나면 어느 정도 이해를 하면서 지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정 지어 선을 긋기보다는 서로를 이해하면서 직장생활을 한다면 그래도 즐거운 직장생활을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