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동안 직장 생활하면서 9군데 회사를 다녔다.
그중 7군데 회사는 팀이 망해서 없어지거나 회사가 망해서 없어졌다.
회사가 거의 2년 주기로 망할 때마다 나도 나의 힘듦을 누군가에게 얘기하고 싶었다.
그럴 때 나는 넋두리를 하러 가는 곳이 있었다.
털어놓고 나면 마음이 좀 편해지고 위로를 받고 온다.
두 번째로 회사가 망했을 때 대학교 때 친구가 생각나 전화를 걸었다.
대학교 친구 중에 제일 먼저 결혼해서 제일 먼저 아이를 낳은 친구였다.
“회사가 망했어”
“....”
“우리 집으로 와”
같은 서울아래 살고 있지만 우리 집과는 정 반대 방향에 살고 있는 친구라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곳이라 큰 마음을 먹고 가야 한다.
그날은 그냥 가고 싶었다.
그 당시에 나는 아기들을 좋아하지 않았다.
이모 조카들 하고 같이 지냈을 땐 그냥 떼쓰고 우는 생물체로 여겨졌다.
친구 집에 가니 세상 스타일리시 하던 친구는 머리는 까치집에 옷은 후줄근하고 샤워도 못 하고 세상 거칠거칠 피곤해 보였다.
아이는 처음 키워보는 거라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단다.
육아에 지쳐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한 친구가 짠해 보였다. 친구랑 얘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친구가 벌떡 일어니더니 아기 좀 보고 있으라면서 나에게 넘겨주는 게 아닌가?
나는 어쩔 줄 몰라하면서 허우적거리며 아기를 받아 들었다.
친구는
“야... 나 샤워 좀 하고 올게”
“나 똥 좀 쌀게”
“나 여유 있게 커피 좀 마실게”
”애기 좀 보고 있어 “
어설프게 아기를 안고 어색하게 아기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다.
뭔가... 쪼만한 게 옹알옹알거리며 꾸물 락 거 린다.
잠시 후 말끔한 모습으로 커피를 타서 들어온 친구
“나- 샤워 했.....
“이모가 회사가 망했어... 회사를 또 구해야 해...”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야 하고 이력서도 다시 만들....”
아기랑 같이 누워서 알아듣지도 못하는 아기에게 넋두리를 하고 있는 나를 내려다본다.
“내 칭구... 나보다 짠한데...”
“이모 넋두리 좀 잘 들어줘~ ㅋㅋㅋㅋ”
“너나... 나나...ㅋㅋㅋㅋㅋㅋㅋ“
“내 칭구 파이팅... 나도 파이팅...”
그리고
이 년 뒤
나는 또 그 친구 집에서 넋두리를 하고 누워 있었다.
이번엔 둘째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모가 회사가 또 망했어...”
“근데... 돈도 못 받았어...”
“이모가......”
이 모습을 본 내 친구는
“데자뷔니? ㅋㅋㅋㅋㅋ”
그 뒤로 나는 넋두리를 하러 친구 집에 가지 않았다.
왜냐?
- 다음 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