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십 대엔 뭐라도 될 줄 알았지 슝shoong)
국회의원 선거가 한 창인 요즘
나는 떠오르는 시람과 떠오르는 말이 있다.
4번째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아 한참 적응 중이었던 나.
‘지이잉~’ 핸드폰이 울려서 보니 3번째 회사 다닐 때 과장님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여보세요? 오 과장님~ 오랜만이에요~”
“오 박대리~ 잘 지내고 있어? 지금 뭐 해?”
“저요? 저 새로운 회사 들어와서 일하고 있어요”
“아 그래? 그럼 안 되겠네...”
“왜요?”
“아니 우리 돈 안 주고 계속 미루는 사장시끼가 국회의원에 출마를 했데.”
“오늘 XX동에서 연설한다고 해서 직원들이랑 돈 받으러 갈라고”
“네? 국회의원이요? 미쳤네? “
나도 모르게 순간 목소리가 커졌다.
다른 직원들이 뭔 일인가 쳐다본다.
나는 다시 작은 목소리로 전화를 받는다.
“과장님 제가 지금은 못 가요 어쩌죠?”
“괜찮아 직원 몇 명 같이 갈 거야. 내가 직원들하고 가보고 상황 알려줄게”
“아... 넴 감사합니다. 돈 꼭 받아오세요~”
나는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3번째 회사...
디자인이 너무 하고 싶어 들어간 회사다.
내가 다닌 9군데 회사 중 제일 많이 디자인 작업을 했고, 제일 많이 월급을 떼먹은 회사였다.
허허허허허허허허....
3년 정도 다니면서 많은 일들이 있었고, 월급을 미루고 미루더니 마지막엔 파산 신청을 한 회사였다.
파산....
파산이 뭔지.... 그럼 밀린 월급은 어떻게 되는 건지... 알려주는 사람도 없고, 충격도 커서 정말인지 딱 죽고 싶을 때였다.
식구들이 걱정할까 봐 집에는 말도 꺼내지도 못했다.
과장님, 팀장님들이 나서서 다 같이 노무사를 만나 고소를 했고, 밀린 월급은 파산 신청을 해버려서 나라에서 주는 체당금 월급 3달치만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 또한 받을 수 있는 적정 선이 있었고 나는 그 당시 20대라 60% 밖에 받지를 못했다.
상당히 밀린 월급과 퇴직금을 많이 돌려받지 못했다.
고소를 취하해 주면 밀린 월급을 갚는다고 해서 취하해 줬더니 배 째라는 사장이었다.
차압에 들어간 직원도 있고, 매일 사장집에 찾아가는 직원도 있었다. 그들은 나보다 더 많은 돈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그럴 시간에 다른 회사를 찾아 일하는 게 낫겠다 싶어 면접을 보러 다녔고 입사를 해 일을 다시 시작하던 차에 과장님에게 전화가 온 것이었다.
몇 시간 뒤 과장님에게 전화가 오고 동영상 하나를 받았다.
정말 무소속 국회의원으로 출마를 했고 연설을 하고 있었다.
“와씌......”
우루루루 몰려간 직원들 얼굴을 알아본 사장 사모가 그들에게 다가와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온 거예요?”
“지금 연설 중이니까 방해하지 마세요”
“기도나 해주세요 “
”국회의원 당선되면 밀린 돈 줄 거니까!! “
그들은 너무 어이가 없고 대책이 없어서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사장은 국회의원이 됐냐고”
“당연히 안 됐다.”
사장은 다시 배 째라는 식으로 나왔다고 한다.
‘사장이 돈을 안 주면 어쩔 수 없다’라는 말 밖에 해주지 않는 노동청도 있었다.
이 때는 지금 다니는 회사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은 여린 마음에 월급이 밀려도 주겠지 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녔던 것 같다. 그래도 직원들이 좋아서 함께 잘 버텼던 것 같다.
월급 받겠다고 괜한 시간을 들이는 것보다 다른 회사를 알아보고 다녔던 건 잘했던 것 같다. 그 뒤로 가는 회사들마다 줄줄이 망했지만 말이다.
그때의 그 어둡고 외로운 시간은 솔직히 잊히지 않는다.
나는 국회의원 뽑는 이 시기만 되면 항상 3번째 사장 얼굴과 함께 “국회의원 당선되면 밀린 월급 줄게”라고 말하던 사모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