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나는 요즘)
퇴사 후 나는 요즘....
1월부터 7월까지 어린이 도서 책 삽화 작업을 맡아 작업을 하고 있었고, 7월에 긴 여정의 작업을 마무리했다.
처음에 의뢰를 받았을 때 그림을 그려야 하는 개수에 놀라고, 그림을 그리는 기간에 놀랐지만 여유 있게 그림을 그릴 시간을 주신 거였다.
삽화 작업을 부탁하신 편집자님은 내 그림을 좋아하는 팬이라며 삽화작업을 요청하시면서 내 스케줄에 최대한 맞춰주신다고 그림을 꼭 그려달라고 하셨다.
감동이었다. 내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는데 내 깨알 유머를 알아주셨다.
퇴사하고 운 좋게 매년 한 권씩 책 삽화 작업을 하게 되었는데 이번에 들어온 삽화작업은 어린이 책이었다.
초등학생 조카 1.2.3.4호들이 본인들이 읽을 수 있는 이모가 그림을 그린 책을 보고 싶다고 했는데 조카들 나이 대 책이어서 고민은 됐지만 작업을 하기로 했다.
웹디자이너로 20년을 일하고 더 이상은 하고 싶지 않았다. 퇴사 후를 생각해 내가 하고 싶었던 캐릭터를 그리면서 조카들과 있었던 이야기를 그리는 육아툰을 시작으로 일상이 웃픈 내 이야기를 그리는 일상툰, 스트레스받는 직장인들을 위해 대신 질러주는 이야기 직장인툰 세 가지를 그리면서 작업 의뢰가 근근이 들어왔었다.
의뢰를 주신 것도 감사하고 처음엔 자신이 없었는데 그래도 한 컷 한 컷 열심히 그리다 보니 재미있고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내가 좋았다.
1월부터 7월까지 매주 하루 편집자님에게 이미지를 넘겨주고 피드백을 받으면서 지내다 보니 나도 뭔가 소속감이 생긴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일을 하고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누가 물어보면 ‘그림 그려요.’라고 말할 수 있었지만 막상 끝나 갈 때가 되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통장도 텅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나름의 알바도 하고 있지만 숨만 쉬어도 나가는 게 돈 아니겠는가?...
좋아하는 일을 찾은 것 같은데 먹고 살기엔 충분치 않다네... 당장 먹고사는 게 급하다 보니 좋아하는 일보다는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찾게 되는 것 같다.
좋아하는 일로 몇 천, 몇 억을 벌었다는 사람들도 많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는 아직 그 기회를 만들지 못했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또다시 진짜 돈을 벌어야 한다. 벌어야 하는데 나는 자꾸 뒷걸음질 처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