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아닌 대화에서 시작된 별말 있는 생각들
쓸데없는 대화에 인생이 난입했다.
별일 아닌 대화에서 시작된 별말 있는 생각들
프롤로그
세상에는 두 종류의 대화가 있다.
하나는 삶을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의 교환이고, 다른 하나는 공기 중에 흩어져도 그만인 무용(無用)한 말들의 잔치다.
아홉 살 초등학생 조카 4호, 주호빵씨(내가 지어준 별명이다)와 보내는 매일의 세 시간은 명백히 후자다.
초등학생 입에서 나오는 말들이란 대체로 귀여운 허세이거나, 맥락 없는 넌센스 퀴즈 같은 것들이니까.
나는 가끔 "또, 또,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네."라며 핀잔을 주기도 한다.
“내가 그걸 100개나 먹었다니까?”
초코우유를 마시며 허세를 부리는 주호빵 씨에게 나는 영혼 없는 리액션을 던진다.
“와 - 정말?
“와 - 짱인데…”
거기까지였다면 그날은 그저 그런 평범한 대화로 끝났을 것이다. 하지만 허세와 넌센스 같은 말들을 반쯤 흘려듣고 있던 중, 예고 없이 툭 던져진 주호빵 씨의 질문 하나가 평온하던 내 일상의 수면 아래로 묵직한 돌덩이 하나를 떨어뜨렸다.
“이모는 어떻게 생각해?”
순간, 정적이 흘렀다. 주호빵씨는 그저 자기 말에 동의하는지 물었을 뿐이었겠지만, 내 뇌는 그 질문의 행간을 제멋대로 해석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생각하냐면…….”
그 찰나의 멈춤 사이로 내 인생이 난입했다.
현재의 고민들, 미래에 대한 불안, 좋았던 시절의 파편들, 굳이 들춰보고 싶지 않았던 후회의 기록들, 그리고 혼자 그리워하다 문득 울컥해지는 순간까지.
질문 하나에 인생이 통째로 떠올라 버린 것이다.
주호빵 씨 앞에서는 어른인 척 앉아 있었지만, 내 마음속 깊은 곳에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한 아이가 빙빙 맴돌고 있었다.
나는 현실을 자각하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찰나에 스쳐 간 생각들을 주저리주저리 말해보지만,
이제 막 열 살이 된 인생에게 그 말들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외계어일 뿐이다.
“그래서 뭐라는 거야?”
주호빵씨는 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다시 초코우유의 세계로 침잠한다. 그렇게 내 인생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대화 속에서 빠져나갔다.
하지만 그 잠깐의 난입이 남긴 여운은 길다. 어쩌면
내가 쓸데없다고 여겼던 대화 속에서 가장 솔직한 나를 마주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열 살의 말 한마디 앞에서 잠깐 멈춰 서게 되는 이 순간들이, 길을 잃은 내 인생에 아주 작은 이정표가 되어주길 바라며 이 기록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