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씁니다
10년도 훨씬 더 된 일이에요.
싸이월드가 한창 인기였던 시절, 다른 친구들이 사진첩에 공을 들일 때, 저는 다이어리에 온통 관심을 쏟았답니다. 훗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길 때마다 손발이 오그라들지언정, 그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어보자는 게 혼자 만의 생각이었어요. 쉼 없이 문장들이 정리되는 날이 있는가 하면 또 어느 날은 감정들이 복잡하게 얽혀 두 문장 밖엔 적질 못했어요. 쓰다 만 것들도 제법 많았고, 끝끝내 비공개로 넣어둔 글들도 셀 수 없이 많았죠. 그 과정들을 겪으며, 조금씩 꽁꽁 숨겨두었던 글들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내 얘긴 줄 알았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구나. 왠지 위로가 돼.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절친한 친구가 생각지 못한 댓글을 달아 준 일이 있었어요. 매일 학교에서 마주하는 친구가 그날 같은 생각을 하고 있으리라곤 전혀 예상지 못했거든요. 그날 이후, 친구는 제가 쓰는 소소한 일기에 종종 댓글을 달아주곤 했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친구가 저의 첫 독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바로 옆에서 제 글을 읽는 걸 무척이나 쑥스러워한다는 걸 일찌감치 알아챈 친구는 그렇게 조용히, 묵묵히 저를 응원해주었어요. 언젠가는 꼭 책으로 내줘. 그땐 친구의 그 말이 어찌나 쑥스럽고 민망했는지 몰라요. 말도 안 돼. 책은 무슨. 그렇게 웃어넘기곤 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버렸습니다.
소소한 일상을 소재로 두서없이 써 내려간 투박한 글에 처음으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분이 '저도 같은 경험이 있어요' 공감해주셨을 때, 어릴 적 그날의 공기를 생생히 느꼈답니다. 글을 쓸 땐 늘 혼자였지만, 그 글을 세상에 내놓고 나면 이상하게 결코 혼자인 것 같지 않았어요.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이 넓고 넓은 세상에 공감해줄 사람 딱 한 명만 있다면 이 글은 충분히 의미가 있다, 그런 소박한 생각으로 차곡차곡 채운 브런치의 글들을 이제 하나하나 종이 위에 새겨보려 합니다. 저의 첫 글을 가장 먼저 읽어주신 분도, 지금 이 글을 처음으로 읽고 계신 분도 잠시나마 함께 고개 끄덕일 수 있다면 좋겠어요. 이런 감정, 나만 느끼는 게 아니었네. 그래, 다들 이렇게 살아가고 있구나. 그렇게 말이에요. 그렇다면 우린, 세상 어디에 있든 결코 외롭지 않을 거라 믿어요.
그러는 사이, 누구보다 제가 가장 외롭지 않은 사람이 되었네요.
고맙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