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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채 Dec 10. 2018

[책방창업 9] 우연히 문을 열고 들어간 창업지원센터

‘부산창업카페’의 교육들, ‘소상공인 지식배움터’의 E-러닝


책방 자리를 구하러 골목골목을 걸으며 돌아다니던 어느 날이었다. 광안리와 가까운 금련산 역 근처 뒷골목을 살피던 중 ‘수영구 취·창업지원센터’라는 이름의 공간을 발견했다. 그 주변을 맴돌며 들어가볼까 말까 몇 번을 망설이다가 결국 센터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창업에 도움이 될 만한 금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정부사업이 있을지 궁금했던 차였다. 


센터의 규모는 작은 편이었다. 1층 상담 창구에는 선생님 두 분이 계셨다. 그분들은 쭈뼛쭈뼛 머쓱해하며 들어가는 나를 적극 환대해주셨다. 건물이나 비품들의 상태로 보아 이전을 했든 새로 생겼든 이곳에 이 취·창업지원센터가 자리를 잡은 지는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았고, 실제로 이 공간을 찾아와 창업과 관련된 상담을 받는 이는 많지 않을 것 같았다. 때문에 선생님에게도 내가 나타난 것은 꽤 반가운 등장이었던 것 같다. 



“책방을 열려고 하는데요….” 

창업하자고 한다는 뜻을 밝히자 선생님께서 내게 이것저것 질문하기 시작했다. 보증금 확보 등 예산, 타깃과 가게 위치 선정, 콘셉트 등… 듣다가 대답하기 어려운 것은 어물쩍 넘어갔다. 돈을 지원 받을 수 있는 사업이 있는지만 정보를 얻고 도망치고 싶었다. 사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①책방 열 자리를 구한다 → ②책방을 연다’라는 식의 어처구니없는 알고리즘만을 갖고 있었다. 당시 실제로 실행하고 있던 일 역시 도보, 인터넷 등을 통해 부동산을 구하는 것뿐이었다. 책방 오픈에 관련된 자세한 질문들에 대답하기 어려운 것이 당연했다. 나는 그토록 추상적으로 사업을 구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조차 센터 의자에 앉아서 깨달은 거다!)


“그럼 이만….”

적당한 시점에 어서 센터를 빠져나가려 했다. 제 발로 들어와 놓고 서둘러 도망치고 싶어 하는 꼴이라니… 선생님은 마지막으로 ‘부산창업카페(busanstartup.kr)’라는 것을 아는지 물으셨다. 당연히 알 리가 없었고, 선생님은 창업카페에서 무료로 들을 수 있는 강연 등 창업에 도움이 되는 교육이 많으니 홈페이지라도 가입해보라고 권하셨다. 멀지 않은 시점에 <소셜벤처 네트워킹>이라는 이름의 교육이 있을 예정이니 신청해도 좋을 것 같다면서. 나는 부산창업카페 주소만 노트에 옮겨 적고 서둘러 인사를 하고 센터를 떠났다. 그날 저녁 집에 돌아와 카페에 가입하고 교육을 신청했다. 


부산창업카페를 통해 다양한 오프라인 강연을 무료로 접할 수 있었다.


그날 센터에 내 전화번호를 남기고 왔던지라 이후로도 꾸준히 선생님에게 연락을 받았다. 때때로 도움이 될 만한 사이트 링크를 보내주시기도 했는데, 그중 특히 유용했던 것은 무료로 창업과 관련된 온라인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소상공인 지식배움터(edu.sbiz.or.kr)’였다. 창업공통 과정에서 <사업계획서 작성 기법> <상가임대차보호법> <세무기초> <점포 인/아웃테리어 전략> 등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몇 가지 수업을 들었다. 무료라는 점, E-러닝이기에 내가 편한 시간에 필요한 강의만 골라 들을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무엇보다 그 수업들이 실제로 엄청나게 도움이 되는 이론인 건 아니었지만, 내가 서점이라는 사업을 시작할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하는지는 분명히 보여주어 좋았다. 막연하게 추상적으로만 상상하던 것들을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들어준 것이다. 


소상공인 지식배움터를 통해서는 온라인 강의를 무료로 들을 수 있었다.


센터에 갔던 날 신청했던 오프라인 교육에도 참여했다. <소셜벤처 네트워킹>이라는 수업이었다. 사실 ‘소셜벤처’라는 개념은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회적기업가가 설립한 기업 또는 조직을 의미하는 것이라 일반 창업과는 달랐다. 하지만 그 두 시간짜리 교육도 내겐 꽤 고무적이었다. 내가 참여한 교육에는 20명 가까운 사람들이 모였는데, 나처럼 소셜벤처는 아니어도 개인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참석했다. 교육을 시작하기에 앞서 한 명씩 어떤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지 간단히 자기소개를 했다. 머릿속으로만 구상하고 남편과만 상의하던 일을 처음으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준비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를 여러 사람들 앞에서 설명하는 건 처음이었다. 입 밖으로 책방 창업 계획을 꺼내어 말한다는 것만으로도 고무적인 시간이었던 셈이다. 


부산창업카페 busanstartup.kr

소상공인마당 www.sbiz.or.kr

소상공인 지식배움터 edu.sbiz.or.kr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알게 되고 참여하게 된 활동들이 얼마나 도움이 되고 이득이었는지를 나열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그 시간들은 내가 지치지 않고 정말로 책방 문을 열 수 있도록 함께 뛰어준 페이스메이커(Pace maker) 같았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창업을 준비하는 동안 나는 외로웠다. 막연한 것을 쥐고 생각하니 늘 진척이 없었고, 내가 실제로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지 두렵기만 했다. 창업 따위 그만두고 취업에 전념해야 하나 초조했다. 홀로 망망대해를 헤매고 있다는 느낌. 하지만 센터 선생님의 권유로 알고 참여하게 된 활동들이 내 곁을 지켜주었다. 형체조차 만들기 전에 그냥 포기하지 않게끔 도와주었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거나 내 이야기를 풀어놓는 것만으로, 마침내 나는 까맣고 먼 그 넓은 바다를 헤치고 나와 사람들이 있는 뭍에 발을 디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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