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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채 Dec 18. 2018

[책방창업 10] 1인 사업장이지만 사업계획서를 쓰자

사업계획서, 쓸까 말까 한다면 꼭 써보는 것으로!


창업지원센터에서 만난 선생님이 가장 여러 차례 힘주어 강조했던 게 있다. 사업계획서를 꼭 써보라는 것이었다. ‘사업계획이라면 내 머릿속에도 있고, 노트 여기저기에 이것저것 끼적거려둔 것이 있는데….’ 하고 처음엔 한 귀로 흘렸다. 그런데 마침 소상공인 지식배움터(이전 일화에 소개)에 <사업계획서 작성 기법> 강의가 있기에 그걸 듣고 사업계획서를 써보기로 했다.


여기저기 끼적거려두어 찾아보기 어려웠던 사업계획 내용들


처음엔 잘 정리된 기존 양식을 구할 수 있을까 인터넷 서핑을 했다. 하지만 여러 자료들을 보니 인터넷 강의에서 설명하는 꼭 필요한 요소들을 넣어서 나만의 양식을 만들어도 상관없을 듯했다. 어차피 내가 쓰고 내가 보는 것이니, 내가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방식이면 충분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강의에서 소개하는 사업계획서에 부족한 부분이 있을까봐 인터넷에 떠도는 다른 자료들에서 필요한 항목들을 먼저 메모해두었다. 거기에 강의에서 제공하는 요소들을 덧붙여 사업계획서의 틀을 완성했다. 내가 만든 사업계획서의 전체 구성은 아래와 같았다.  




<책방 취미는 독서 사업계획서>


I. 서론

 1. 아이템 개요

  1) 아이템 개요

  2) 성공 키워드 및 습득 방안

  3) 아이템 전망 및 차별화 전략

  4) 운영 일수 및 영업 시간

  5) 노동 강도  

  6) 창업 동기

  7) 업계 동향

  8) 아이템의 문제점

  9) 향후 계획 및 비전

 2. 사업 환경 SWOT 분석

 3. 경쟁업체 분석

 4. 입지전략

  1) 입지 궁합

  2) 지역 전략

 5. 상권지도

  1) 큰 지도

  2) 작은 지도

 6. 광역상권 분석: 1차 상권 중심

  1) 점포 개요

  2) 상권의 활성화

  3) 전체 소비 수준

  4) 상권 형성 계층

  5) 업종의 발달도

 7. 협의상권 분석: 구체적인 분석

  1) 배후 세대

  2) 교통 및 주변 시설

  3) 유동 인구

  4) 소비 행태

  5) 주변 경쟁 점포

     

II. 본론

 1. 목표 고객 및 상품 계획

 2. 점포 디자인 계획

 3. 종업원 교육 계획 및 품질, 서비스 전략

 4. 촉진 계획

 

III. 결론

 1. 사업 투자비

  1) 사업 투자비

  2) 4개월 운전 자금 계획

  3) 전체 소요 자금 조달 계획

 2. 월간 평균 영업 수지비

 3. 사업 타당성 분석
 4. 사업 추진 일정표




위와 같이 전체 구성을 먼저 짜두고 하나하나 내용을 채워가기 시작했는데,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었다. 첫 단락에서 언급한 내 생각처럼 그야말로 ‘내 머릿속에도 있고, 노트 여기저기에 이것저것 끼적거려둔 것’들이었기에 대부분 추상적이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메모들 또한 그때그때 생각난 것들을 적어둔 것이기에 두서가 없었다. 나중에 다시 찾아서 보기도 어려웠고 찾아내서 본다 해도 세부적인 메모가 없는 탓인지 도대체 왜 그런 메모를 해둔 것인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었다. 그것들을 정리해 글로 쓰려니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것머릿속에 담겨 있던 아이디어들을 구체화하고 시각화하는 역할을 한다. 사업 주체의 의견과 아이디어를 문서로 담아내는 것이다. 이 문서는 사업 당사자인 나뿐만 아니라 타인이 보아도 타당성이 있어야 하며, 누구든 이해하기 쉽도록 일목요연하게 정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주석을 달고, 글로 풀어쓰기 어려운 항목들은 표와 이미지 자료를 이용해도 좋다.


1인 사업장이고 순수하게 내 자본만으로 창업을 하는 나는 어차피 나만 볼 것이지만, 언젠가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사업계획서를 완성했다. 단순히 혼자 볼 문서로 끼적거리는 게 아니라 완성된 형태의 문서로 만든 것이다. 그렇게 총 15쪽짜리 사업계획서를 완성했다. 나는 그 문서를 깨끗한 종이에 출력해서 책방 파일 제일 앞에 끼워두었다. 언제든 꺼내어 볼 수 있도록.


타인에게 보여줄 수 있게, 완성된 형태의 문서로 출력해둔 사업계획서


그렇게 작성한 사업계획서는 ‘앞으로의 책방’을 선명하게 보여주었다. 내가 운영하게 될 책방에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를 들여다보고, 어렴풋 감으로만 가지고 있던 주변 상권과 타깃 손님, 그들의 소비 패턴 등까지 정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건 아주 사소한 면까지 설명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했다. 사업계획서를 보면 우리 책방의 영업시간과 휴무일이 왜 그때여야 하는지까지 알 수 있다.


책방을 오픈하고 몇 달이 지난 지금(창업기 연재가 많이 늦어졌다) 추억에(?) 잠겨 사업계획서를 펼쳐보면, 그때 분석했던 소비층이 일치한다거나 우리 책방의 약점이 실제로 드러난다거나 하는 점들이 신기하다. 또 구상했던 것 중 실제로 이루어져 가는 일들도 있지만 계획만 거창하게 해두고 시작조차 못한 일들도 여전히 많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사업계획서에 나열된 ‘책방에서 시도해보고 싶은 일들’을 보며 나는 부끄러움을 덤으로 얻는다. 책방 문을 열기 전에 상상했던 나에 비해 지금의 내가 너무나도 게으른 탓이다.


그러고 보면 선생님 말처럼 사업계획서를 쓰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었는가 보다. 이따금 열어보고, 스스로 부끄러움을 발견하고 꾸중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열다섯 쪽짜리 문서는 차라리 작은 일기장 같다. 언젠가 이 책방이 사라져도 이 일기장은 처음 그때 그 내 마음을 기억해주겠지, 나를 각성해 다시 움직이게 만들겠지, 하는 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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