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계: 새로 그리기
책방 오픈을 위한 준비가 계속됐다. 이전 흔적들을 말끔히 지워냈으니 이제 내가 상상하는 책방의 모습을 공간에 구현해야 할 때. 새롭게 그리고 채우는 일이 남았다. 인테리어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목표였기에 사실 그 단계는 많지 않았다. 벽과 천장에 페인트를 칠하는 것, 바닥을 까는 것 이렇게 두 가지로 이 공간을 새로 그리기로 했다. 이 2단계의 작업들은 내가 입덧을 비롯한 임신 초기 증세들로 몸져(?) 누워 있던 두 달 동안 남편이 틈틈이 진행해주었다.
2단계: 새로 그리기
1) 페인트칠
- 제일 먼저 페인트를 칠했다. 바닥을 먼저 깔고 페인트를 칠하려면 바닥에 페인트가 튀지 않게 바닥을 모두 가려야 하고, 또 바닥과 닿는 부분의 칠에 더 공을 들여야 하기에 페인트를 가장 먼저 칠해야만 했다.
- 인테리어 전문가가 아니기에 기본에 충실한 안전한 방식을 택했다. 바로 흰색 페인트로 벽과 천장 전체를 칠하는 것이었다. 물론 셀프 인테리어와 관련된 책이나 블로그를 조금만 찾아보면 마스킹 테이프를 활용해 투 톤으로 벽을 나누어 칠하는 방식은 충분히 실현 가능했다. 하지만 여러 색을 쓸 경우 배색의 어울림, 벽의 색깔과 가구와의 조화 등에는 그야말로 센스가 필요하지 않던가. 색깔과 인테리어에 대한 스스로의 센스에 확신이 없었기에 가장 기본이 되는 흰색을 골랐다. 어느 가구를 두어도 잘 어울릴 것이었고, 화사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줄 것이라 생각했다.
- 기존의 벽은 콘크리트가 노출된 부분과 하늘색 페인트가 칠해진 부분이 뒤섞여 있었는데, 초벌만으로는 그것을 커버할 수 없었다. 한 번 칠한 후 완전히 말리고, 다시 한 번 더 칠하는 재벌 과정이 필요했다.
- 페인트는 모자랄 때마다 그때그때 구입해서 썼는데, 가능하다면 필요한 양을 미리 가늠해서 같은 브랜드의 같은 색상으로 한 번에 구입하는 편이 좋을 듯하다. ‘흰색’이라 하더라도 브랜드에 따라 또 한 브랜드 내에서도 완전한 순백색이 있는 반면 약간 미색을 띠는 백색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우리 책방은 먼저 구입한 페인트로 칠한 가장 안쪽은 아주 창백한 순백색이지만, 입구 쪽은 아주 옅은 미색이 도는 백색이다. 다행히 가구와 물건들을 채워 넣으니 눈에 띄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예리한 손님이라면 색깔 차이를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2) 바닥 깔기: 마루와 접착식 타일
- 페인트칠이 모두 끝난 후 바닥을 깔았다. 처음 가게 자리를 보러 왔을 때, 가구 공방을 준비했던 이전 세입자들이 쓰려 했던 마루가 바닥에 쌓여 있었다. 혹시 버릴 예정이라면 받아서 사용하고 싶었다. 집주인 어르신을 통해 버릴 거면 두고 가달라고 말을 전해두었다. 이전 세입자는 낡거나 오염된 마루를 빼고 깨끗한 것들만 일부 남겨두고 갔다.
- 그 양이 많지는 않아서 바닥 전체를 깔기에는 양이 부족했다. 우리 책방은 내부의 단이 2단으로 나뉘어 있는 구조다. 해서 안쪽 위의 단에 내 책상을 두어 작업 공간으로 사용하고, 바깥쪽 아래의 단에 책꽂이와 테이블 매대를 놓아 책을 진열하기로 했다. 윗단과 아랫단의 바닥을 다른 것으로 깔면 될 듯했다.
- 매대가 놓일 아랫단 바닥은 마루로 깔고, 작업 공간이 될 윗단은 저렴한 것을 찾다가 ‘접착식 타일’로 결정했다. 접착식 타일은 시각적으로는 타일을 깐 것 같은 효과를 주지만, 타일 아랫면이 스티커 식으로 되어 있어 시공이 아주 간편하다. 물론 실제 타일과 비교하면 싼 티가(!) 난다는 치명적인 단점이 있지만 큰 문제는 될 것 같지 않았다.
- 문제는 책방의 기존 바닥이었는데, 애초에 미장이 완벽하게 되질 않아서 울퉁불퉁했다. 그대로 접착식 타일을 붙이면 튀어나온 곳이 들뜰 것 같았다. 시멘트를 구입해서 미장을 해볼까 싶었지만, 셀프 미장 결과물 또한 도긴개긴일 것 같아서 기존 바닥 위에 바로 타일을 붙여버렸다. 다행히 접착력이 아주 좋은 덕인지 타일은 떨어지지 않고 바닥 모양대로 잘 붙어 있다.
- 마루는 깔기 전에 니스로 두 번씩 덧칠했다. 비 오는 날, 청소 등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덧칠한 니스가 모두 마른 후 마루를 깔았다.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역시 울퉁불퉁한 바닥 상태가 문제였다. 평평하게 미장이 잘 되어 있는 바닥이었다면 훨씬 수월하게 마쳤을 것 같지만, 높이가 맞지 않아 사전조치를 취해야 했다. 마루를 평평하게 맞추기 위해 마루용으로 나오는 얇은 스티로폼을 구입해서 깔았다. 움푹 파여 있는 곳에는 더 여러 겹을 겹쳐 깔며 높이를 맞췄다.
- 마루를 조립하는 과정은 혼자서는 불가능했다. 파인 곳과 튀어나온 곳을 조립해야 하는데 마루의 길이가 길기 때문에 잡아주는 사람이 한 명은 필요했다. 내가 한쪽 끝을 잡고 있으면 남편이 반대쪽 끝을 손이나 도구로 퉁퉁 치면서 끼워 넣었다. 여러 개의 마루가 서로 연결되고, 바닥과 사이즈가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겼지만 책꽂이를 놓으면 뒤로 숨겨질 부분이라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내버려두었다.
- 하지만 역시 셀프 인테리어의 한계…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마루를 깔아본 사람들의 솜씨였던지라, 완성 후에도 밟을 때 삐걱거리는 소리가 많이 났다. 몇 번은 마루가 쪼개질 것 같은 큰 소리가 나서 손님들이 놀라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니 나무들끼리 길이 들었는지 소리는 줄어들었다.
페인트든 니스든 둘이서 동시에 칠했다면 훨씬, 훨씬 금방 끝났을 작업이었다. 하지만 안정을 취해야 하는 나를 대신해 남편 혼자 틈틈이 칠하려니 꽤 긴 시간이 걸렸다. 주말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몸을 쓰고 돌아오면 얼마나 피곤할까… 책방이 완성되는 것보다 남편의 건강이 더 걱정되던 때였다. 남편이 그렇게 애를 써주는 사이, 나는 입덧 시기를 거치며 많은 시간을 누워서 울며 보냈다. 그래도 시간은 갔다. 우리의 아가도 커갔고, 책방도 조금씩 모양새를 갖추어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