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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채 Dec 28. 2018

[책방창업 12] 아기가 생겼다: 창업은 어떡하지?

창업 그만둬야 할까, 계속할 수 있을까


셀프 인테리어를 시작해 기존의 흔적들을 없애는 작업까지 마쳤을 때, 변수가 생겼다. 우리 부부에게 아기가 생긴 것이다. 테스터기로 두 번 확인했는데 임신이 맞는 듯했다. 주말이 지나고 바로 남편과 함께 병원에 갔다. 아기였다. 내 몸 속에 작은 생명이 움튼 것이었다.


두 사람의 어느 구석을 닮았을 작은 아기를 상상하며, 우리는 행복해했다. 하지만 이내 고민에 빠졌다. 창업이 처음이거니와 임신도 처음이었다. 그러니 임신한 몸으로 창업을 하는 게 가능한 일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혹시 준비하는 과정에서 몸이 너무 고되어 아기를 만나기도 전에 떠나보내게 되진 않을까, 임신 기간 내내 특정 질병을 얻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책방 문을 계속 닫아두게 되는 건 아닐까… 온갖 걱정들이 들기 시작했다.




일단 셀프 인테리어의 바통이 남편에게로 넘어갔다. 더 이상 내가 몸을 써서 작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임신 초기는 유산이 될 가능성이 높은 시기이기 때문에 몸에 무리가 갈 만한 격렬한 활동은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입덧을 겪는 시기 역시 임신 초기이다. 모든 냄새가 역해 잘 먹지도 못하고 토하는데 인테리어를 할 기력이 있을 리 없었다. 또 임신 초기는 임신호르몬이 나와 극도의 무기력감에 시달리는 때이기도 하다. 나는 세상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는 사람처럼 눈물을 질질 흘리며 누워 있곤 했다. 이런 상황에서 셀프 인테리어의 다음 작업을 이어가줄 사람은 남편뿐이었다.


퇴근 후, 주말에 틈틈이 인테리어 작업을 해준 고마운 남편.


인테리어 업체에 맡겨야 할까를 다시 고민하기도 했다. 주중에는 회사로 출근하는 남편이 주말에 고된 노동까지 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자 페인트칠을 하다 돌아온 날 남편은 금방 곯아떨어졌다. 남편은 괜찮다고 말했지만 내가 괜찮지 않았다. 얼마나 피곤할까, 내가 해야 할 일까지 하고 있으니 얼마나 귀찮을까. 그러니 돈을 들여서 업체에 맡기면 남편도 편해지고, 임신 초기도 지나가지 않을까.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까지 심란했다.




아예 책방 창업을 접어야 할까도 고민했다. 임신 기간이 어떠할지 또 육아하는 동안은 어떠할지 그 어느 것도 짐작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출산 직후에는 몸조리를 위해 얼마간 문을 닫게 될 것도 분명했다. 계약 기간 동안 문을 여는 달보다 닫는 달이 더 많게 된다면, 그건 그냥 집주인에게 돈을 가져다 바치는 꼴이니, 차라리 하루라도 빨리 창업을 그만두고 그 비용을 아끼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었다. 나는 자주 ‘포기’라는 단어를 만지작거렸다. 괴로웠다.


내가 어느 것 하나 결정하지 못하고 낑낑대는 사이, (사실 내 몸을 챙기느라 다른 무언가를 결정할 만큼 고민할 기력이 없었다. 고민하지조차 못했으니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남편은 페인트칠, 바닥 깔기 등으로 이어지는 셀프 인테리어 과정을 느리지만 차근차근 묵묵히 해나갔다. 그리고 나 역시 결정을 내렸다.


아기가 찾아온 무렵, 집 앞 동백나무. 봄과 함께 왔다.


나는 책방을 시작하리라 마음을 먹었다. 포기하지 않는 것만이 내가 표현할 수 있는 작은 몸짓, 내가 그러하듯 아주 멀리에서부터 나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는 이 작디작은 녀석에게 당당할 수 있는 행동이라는 믿음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엄마는 책을 만드는 일을 하고, 책을 파는 일도 한단다. 바로 그것이 아기와 만나면 속삭여줄 나만의 이야기라는 생각. 나는 내가 하려던 일을 ‘그만두지 않음’으로써 이 아이의 자부심이 되고 싶었다.


두 달 가까운 휴지기가 생긴 뒤, 다행히 입덧이 끝나고 컨디션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나는 다시 사업계획서와 책방 노트를 펼쳐 들었다. 그리고 책방의 내일을 다시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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