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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채 Feb 10. 2019

[책방창업 14] 예산이 부족하니, 셀프 인테리어 Ⅲ

3단계: 채우기


벽과 바닥까지만 작업을 마쳤는데도 공간은 꽤 많이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새하얀 벽에 마루가 깔리니 그럭저럭 말끔했다. 이제는 공간을 원하는 느낌대로 잘 ‘채우는’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훨씬 신이 났고, 그 사이 컨디션도 좋아져서 인테리어 진행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조명을 교체하고, 가구와 소품을 채워 넣는 작업을 진행했다.




3단계: 채우기


1) 조명


- 조명은  인터넷으로 구입해 설치했다. 조명 역시 고르기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3~4만 원짜리가 있다면 수십 만 원을 호가하는 조명도 있다. 다행히 구상해둔 책방 이미지에 맞는 조명을 비싸지 않은 금액 선에서 고를 수 있었다. 아주 특이한 조명이 아닌 보편적인 디자인의 조명은 사이트 여기저기에 비슷한 디자인이 많이 있었기에 가격을 비교해서 골랐다.  


- 전구 구입은 사이트에서 함께 옵션으로 선택할 수 있지만, 조금 더 비싼 감이 있어서 제외하고 대형마트에서 저렴한 전구를 묶음으로 구입했다. 카페였다면 주황색 전구를 사용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했겠지만, 책방에서는 책이 원래의 모습대로 선명하게 잘 보이게 하는 것이 중요하기에 백색 전구를 끼웠다.


- 전기를 다루어야 하니 조명 가게에 맡겨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이 역시 남편이 직접 해냈다! 말로 설명하자면 아주 간단한 과정이었다. ① 두꺼비집을 내려 전기를 차단하고(필수!), ② 천장에서 내려온 전선 2개와 조명에서 나온 전선 2개를 서로 연결해준다. 끝!


-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기존에 설치되어 있는 조명이 있다면 페인트칠을 하는 단계에서 조명은 물론 그 조명을 지지하는 브라켓까지 모두 떼어내고 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브라켓까지는 떼어내지 않고 칠을 마쳤는데, 새로운 조명을 설치하려니 브라켓의 사이즈가 달라 이전 브라켓을 떼어내고 새 조명과 함께 온 브라켓으로 교체해야 했다. 크기가 컸던 이전 브라켓을 떼어내고 작은 브라켓을 달려니 페인트칠이 되지 않은 부분이 그대로 드러났다. 적당히 가려지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가려지지 않았다.


가구 주문 시 ‘밝은 색상의 나무 소재 + 검은색 스틸’의 조합을 원칙으로 했으므로 조명도 검은색 스틸로 선택했다.


2) 가구


- 책방 인테리어의 핵심을 꼽자면 책을 진열하는 ‘책꽂이’일 것이다. 공간에 딱 들어맞는 가구를 맞추었다면 좋았겠지만, 가구는 모두 기성품으로 주문했다. 비용의 문제도 있었지만, 창업 중 아기가 생겼던 것처럼 언제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부산 해운대에서 책방이 끝나더라도 집에서 사용할 수 있을지, 또 다른 지역으로 이사해 다시 책방을 열더라도 재배치해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을지 등을 고려해서 기성품으로, 이동이 용이한 것들로 구입했다.


- 책등이 보이게 꽂는 식으로 진열할 벽면 책꽂이 2개(각각 8칸으로 구성), ‘이 달의 책’만을 올려 소개할 기다란 테이블 매대 1개, 책 표지가 보이게 눕혀 진열할 테이블 매대 2개, 작업용 책상으로 사용할 테이블 1개(테이블 매대와 같은 제품), 수납 혹은 진열 공간으로 활용할 수납장 2개, 작업용/비치용 의자 3개와 연탄 의자 6개(워크숍 등 행사를 열더라도 공간이 협소하니 최대 8~9명까지만 수용하는 것으로 계산하고 의자를 구입했다), 기타 진열이 필요한 물건들을 올려둘 우유박스 6개 등을 구입했다. 공간이 협소한 탓에 이 정도 가구만으로도 책방이 가득 찼다.


- 기성품을 판매하는 여러 가구 업체에서 원하는 상품을 골라 담았기 때문에, 머릿속에 원하는 이미지를 분명히 해야 했다. 내 경우 ‘밝은 색상의 나무 소재 + 검은색 스틸’의 조합이 주된 콘셉트였다. 그 선에서 벗어나지 않게 색상을 조합해 골랐다. 새카만 색깔 스틸 옵션이 없다면 짙은 회색으로도 충분히 분위기를 통일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선택하는 식이었다. 나무의 색 역시 제조사가 다르면 완전히 같을 수는 없기에 최대한 비슷한 톤을 골라 튀지 않게끔 정리했다.   


하나둘 배달되어 자리를 잡은 기성품 가구들. 조명은 교체하기 전.
비용을 아끼려다보니 대부분 조립식 가구를 살 수밖에 없었다. 가구 조립을 꽤나 좋아하지만 임신 초기라 몸 사르느라 거의 전부 남편이 작업했다.


3) 그 외 소품들


① 오디오 

어쩐지 음악이 없는 책방은 상상할 수 없었다.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가 책방의 분위기를 결정하기도 할 터. 크기가 작고 저렴하지만 라디오와 블루투스 기능이 있는 오디오를 선택했다. 오디오 또한 가구 선택 기준과 동일하게 나무 소재를 쓰고 그 외엔 검은색만 사용된 제품을 골랐다. 보통은 휴대폰과 블루투스를 연결해 재즈를 반복 재생해두지만, 날씨나 기분에 따라 노래를 신중히 고르는 날도 있다. 손님들이 책을 고르는 동안 무의식적으로 듣고 기분이 좋아졌으면 하고 바란다.


② 북스탠드

이젤 모양의 북스탠드를 7개 정도 구입했다. 모든 것이 다 있는 다〇소에서 저렴하게 샀다. (아주 많은 동네 책방에서 사용하고 있어서 국민(?) 이젤이라 농담 삼는다.) 이 스탠드의 단점이 있다면 앞뒤 폭이 좁아 두꺼운 책은 진열할 수가 없다는 것. 도자기를 만드는 울 엄마가 두꺼운 책도 세워 진열할 수 있게끔 ⼐자 형태로 된 스탠드를 제작해주셨다.


③ 디퓨저

교보문고에 가면 교보문고 냄새가 난다. 최근 ‘향’은 여러 분야에서 주목받고 쓰이고 있다. 교보문고 역시 매장에 사용하는 디퓨저를 판매 상품으로 내놓기도 했다. 어느 공간에 들어섰을 때 나는 냄새는 공간을 기억하는 매개가 될 수도 있기에, 우리 책방에서도 향기가 났으면 했다. 특별한 향을 제작한 것까지는 아니고, 기성품을 구입해 사용했다. 가게에 들어서는 손님이 ‘오, 좋은 냄새’ 하고 말하면 괜스레 기분 좋다.


④ 식물들

책, 책꽂이, 책상…… 네모반듯한 책방 풍경에 초록 식물을 놓아 생기를 더했다.




공간에서 이전 흔적을 지우고 새로이 그리는 과정에서 그랬듯이, 공간을 채워 넣는 과정에서도 예산이 넉넉하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도 좋겠다는 마음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셀프 인테리어를 하는 것에도 분명히 장점은 존재했다.


나는 그 전문가들을 대신해 누구보다도 이 공간을 꼼꼼히 살피고 매만졌다. 제한된 공간 안에서 사람들이 효율적으로 책을 구경할 수 있는 방식을 여러모로 연구했다. 책방 안의 가구와 책들이 너무 꾸역꾸역 혹은 헐겁게 들어가지 않도록 가로와 세로, 높이를 여러 번 측정해 확인하며 가구를 조합했다. 바닥 어디쯤이 울퉁불퉁한지 또 어느 면이 페인트칠이 깨끗한지 잘 알고 가구와 소품들을 배치했다. 그렇게 골몰하는 사이, 이 공간은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세상 모든 것들이 그러하듯 이건 그냥 선택의 문제일 뿐이다. 예산이 적어 셀프 인테리어를 한다고 자학하거나 너무 시무룩해질 필요가 없다. 혹자가 느끼기에는 조금 부족해 보일지라도 자기 손으로 직접 완성해낸 공간은 더없이 사랑스럽다. 오래 아껴줄 수밖에 없다. 나는 제법 마음에 드는 셀프 인테리어를 완성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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