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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채 Oct 19. 2018

[책방창업 6] 진짜 집주인은 누구: 등기부 등본

등기부 등본 확인 후 가계약 진행


계약을 진행하기 전 확인해야 할 또 한 가지, 등기부 등본이다. 등기부 등본은 ‘대법원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에서 열람 가능한 유료 서류이다. 돈 써가며 확인해야 하나 싶기도 하겠지만, 등기부 등본에는 해당 부동산의 과거 이력이 모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확인이 필수다. 


등기부 등본에는 소재지, 면적, 소유권, 소유주, 소유주의 주민등록번호 앞자리, 소유주의 현주소 등 정보가 담겨 있는데, 해당 건물을 거쳐 간 이전 소유주들의 정보까지 확인이 가능하다. 해당 건물에 대해 저당을 잡은 것이 있는지 등등 건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위험 가능성을 미리 살펴볼 수 있기에 꼭 계약 전에 살펴보아야 한다. 


* 대법원 인터넷등기소(www.iros.go.kr) ▶ 부동산 등기 ▶ 열람하기/발급하기


인터넷등기소 홈페이지의 메인 화면


내가 계약하려고 결심한 건물은 규모가 꽤 큰 맨션이라 세대가 아주 많았다. ‘건축물대장’을 살펴본 바 1층은 상가 용도, 2층은 주거 용도로 구분되어 있다. 하여 각 호별로 소유주가 다른 듯했다. 해당 호수에 대한 소유주의 이름, 나이, 집주소 등을 확보했으니 한결 마음이 든든해졌다. 당당한 표정으로 계약해야지, 이런 일쯤 어렵지 않다는 듯! 결심하고 길을 나섰다.


약속한 시간에 상가 앞에서 어르신과 만났다. 어르신은 계약 전에 다시 한 번 꼼꼼히 둘러보고 신중히 결정하라며 가게 문을 열어주셨다. 아무래도 웬 젊은 놈이 하루 만에 계약을 하겠다며 연락을 해온 것이 못내 마음에 걸리셨던 것 같다. 그 말씀에 괜히 좀 더 고민해볼걸 그랬나 싶은 맘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공간을 다시 한 번 확인하니 내 계획 안에서 여기만한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확실히 들었다. 이 공간을 놓쳐선 안 되겠다는 작은 확신. 


내부를 둘러보는 동안 보증금과 월세, 공간의 크기, 수도/전기 연결 여부 등등 간단한 사항을 구두로 다시 한 번 확인했다.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 나는 어르신께 말했다. “계약할게요!”


처음 발견했던 날의 가게 안 풍경


계약금으로 보증금의 일부분만 먼저 선금으로 넣어달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가계약을 하러 오긴 했지만, 사실 가계약 사실을 증명할 서류 같은 것이 있는지는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왔다. 그저 세를 여러 번 놔본 집주인일 테니 그 정도 서류 양식 같은 건 가지고 있지 않겠나, 약간 허술한 마음이었던 거다. 그래도 가계약금 영수증은 잊지 말고 꼭 받아가야지 하고 마음속으로 여러 번 떠올렸다. 


가계약금은 따로 정해진 바가 없어서 나는 한 달 치 월세만큼의 돈을 당일에 입금해드리기로 하고, 계좌번호와 가계약금 영수증을 요구했다. 어르신은 본인의 차를 뒤적뒤적 뒤지시더니 종이 뭉치를 꺼냈다. 초등학교 시절에 자주 샀던 (종류가 다른 여러 편지지가 상단에 풀제본 되어 있고 뜯어 쓰는 방식의!) 편지지 묶음이었다. 어르신은 그 묶음을 무심히 툭 뒤집더니 흰 면에 수기로 내용을 적기 시작했다. 


내 세대는 워낙 디지털로 작업해 인쇄한 서류에 길들여졌기에, 손으로 적는 영수증이 어쩐지 미심쩍긴 했지만 가계약서(영수증)에는 추후 계약에 필요한 핵심 내용이 모두 담겼다. (등기부 등본으로 미리 확인한 바 집주인 어르신은 40년대 출생이었다. 종이에 수기로 영수증을 쓰는 방식은 내 눈엔 수상해도 그 세대에겐 정석이었는지도 모른다.) 더 자세한 개인정보를 나누진 않았지만, 어르신이 영수증에 적어준 이름은 미리 확인하고 왔던 등기부 등본 상의 집주인과 이름이 같았다.


추후 계약할 보증금/월세

가계약한 날짜가계약금 입금일금액 영수

임대인의 이름은행명계좌번호


이런 내용이 담긴 가계약 영수증 작성을 마쳤다. 어르신은 전날 내가 가게를 보고 간 뒤에 옷가게 자리를 찾는 또 한 사람이 임대 문의를 해왔다고 말했다. 그 사람 전화번호는 남겨 두었으니 내가 계약을 취소하거나 하면 바로 그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했다. 몇 번이나 내게 신중히 결정하라고 당부한 어르신이었다. 아마 내가 그의 수기 (가)계약서를 미심쩍어했듯 그는 젊은 나의 진정성을 의심했으리라.  


가계약 후이지만 정식 계약 전이라 열쇠가 없었던 때! 


어르신의 손글씨로 쓱쓱 써내려간 가계약 영수증을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옛날 분이니까 어쩔 수 없지, 하고 마음을 달래도 약간의 불안감 같은 것은 완전히 떨칠 수가 없었다. 계약까지 잘 마칠 수 있을까, 계약 후로는 별 탈 없이 의사소통할 수 있을까…. 내 가게는 처음이라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걱정거리가 되어버리는 날들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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