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기제

나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 되려 나를 해칠 때

by 쇼리

악순환의 고리


누구에게나 방어기제가 존재한다.

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는,

사실 나도 그렇게 잘 알지 못하는,

내 마음을 다치지 않도록 지켜내기 위한 방패


그러한 방어기제라는 내 안의 방패로

어떤 것이 내 마음을 공격하든 간에 지켜내고 막아내리라 라는 생각으로

방패를 점점 더 키우고, 점점 더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들다가


나를 방어하려고 굳건하게 세운 그 방패로 인해

오히려 마음이 고립되어 버렸다.


방패가 커지고 견고해지고 단단해질수록

유연함, 융통성 등과 같은

마음에 광을 내주고 윤활제 역할을 해주는 것들이

부족해져만 갔다.


쉬이 여길 수 있는 것조차

의미를 부여하고 서운함을 표현하고 마음에 담아두면서,

그렇게 마음은 광택을 잃고 딱딱하게 굳어갔다.


커져버린 방패로 인해

마음속이 어떤 상황인지를 들여다볼 수 조차 없게 되었고

나는 그저 방패를 더 키우고 더 단단하게 하는 것 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렇게 나는 한동안 그 악순환의 고리에 매몰되어 헤어 나오지 못했다.


돌보지 못한 마음


그렇게 들여다볼 수 조차 없게 된 마음에는

한줄기 빛조차 없이 썩어가고 곪아갔다.


내 마음이 어떤 상태인지를 알아채기 시작한 건

마음이 곧 제기능을 할 수 없을 거 같다며

몸에게 위험신호를 보낼 때쯤 이였다.


마음이 하루종일 불안하고 쓰리고 고통스러워

하루를 제대로 보내기가 힘들어

급하게 반차를 내고 나와

회사 근처 공원에서 잠시 멍을 때렸다.


멍을 때리다 문득 정신을 차리고,

그제야 알았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일진 몰라도

속은 이미 썩을 때로 썩고 곪을 때로 곪아

제 기능을 하고 있지 못하구나

피폐한 삶을 살아가고 있구나

지금은 누구를 만날 때가 아니라 나를 돌볼 때 구나

라고...

(사실 이 시기에 회사동료 한분이 요새 뭔 일이 있어 보인다 라며 걱정을 해주셨던 걸로 보아 겉으로도 멀쩡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려놓기


최근 들어 사람 간의 관계에 너무 많은 신경을 썼다.


그렇다고 관계에 신경을 쓴 만큼 투자 한 만큼

정비례하며 발전하고 나아졌냐고 하면 그건 아니다.

오히려 신경을 쓰면 쓸수록 나빠지는 경우가 많았다.


마치 내가 신경 써서 손에 담고 쥐려고 하면 할수록

손에 담을 수 있는 양이 더 줄어들어

손틈새로 더 많이 새어나가고 빠져나가는

모래 같았다.


사실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그랬다.

욕심을 내면 낼수록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되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나는 쥐고 있던 손을 놓았다.


크게 펼친 손바닥 위에

인간관계든, 하고 싶은 것들이 든, 일이든,

담아 가야 할 것들 먼저 담아두고

담을 수 없는 것들은 잠시 내려두고

바람에 쓸려나가면 쓸려나가는 대로

물에 쓸려나가면 쓸려나가는 대로

쓸려나가면 다시 주워 담아가되

것들을 움켜쥐진 않으려 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