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
인생에 있어서 추구해 오던 방향 중에 하나가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다'였다.
사실 뭐 좋게 표현해서 저런 말을 쓰는 거지
소위 말하는
'미련한 사람' , '답답한 사람' , '고집이 센 사람'
에 불과하지 않는다.
이런 모습을 나는
나만의 '색깔'이라고 여기며 살아왔다.
흔들리거나 굽힐 수는 없으니 부러지지 않으려
더 단단해지고 더 견고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고층 건물이 바람에 많이 흔들리는 이유는
건물이 부러지고 무너지지 않기 위함이라고 한다.
흔들리는 게 오히려 튼튼하다는 증거인 것이다.
흔들리지 않는다면 부러져 버릴 테니까.
사람의 내면도 튼튼하려면 더 높이 쌓아 올리려면
안팎으로부터 오는 풍파에 흔들릴 줄 알아야 한다.
그런데 나는 매번 흔들리지 못하고
부러지지 않으려 버티다 결국 부러져버리고
이후에 부러지고 무너진 것들을
다시 쌓아 올리는 짓을 반복했다.
흔들리면 내가 아니라 생각했고
흔들리는 것 자체가 지는 거라고 생각했고
흔들리면 끝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의 내면의 높이와 탄탄한 정도는
일정 수준 이상을 벗어나
더 견고해지고 단단해지지 못하고
늘 무너져내리기만 했다.
나는 그렇게 매번 무너져 내린 내면을
더 튼튼하게 세우기 위해서
밑 빠진 독에 물을 들이 붓기 바빴던 것이다.
어찌 보면 나는
상처가 아문 뒤 그 상처부위가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지는
그런 것을 바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
그렇게 더 단단해지고 튼튼해져 왔을 것이다.
다만, 그렇게
더 흔들리지 않기 위한 내면을 만들다가
흔들리는 방법을 잊어버렸는지도 모른다.
모든 안팎의 작고 사소한 풍파에도
흔들릴 필요는 없지만
한 번씩 불어닥치는 큰 바람에는
흔들려야만, 그래야만,
스스로도 안심하고 다른 사람도 안심하는
그런 튼튼하고 든든하고 듬직한
내면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젓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흔들리며 피는 꽃 - 도종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