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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rtbus Oct 04. 2018

23.성폭력 가해자에게 받은 사과문

: 가해자들은 사과하는 법을 교육받아야 한다

(22편에 이어서...)


한국성폭력 상담소에서 가해자 교육을 담당해 주셨던 선생님께서 보내 주신 이메일:


"지난 달에 가해자 교육이 모두 마무리되었습니다. 가해자는 휴가를 내거나 혹은 토요일 오전 등에 교육을 받았고 시간엄수, 과제제출, 교육태도 등 대체로 성실하게 교육에 임했습니다.


우리사회 성폭력에 대한 잘못된 통념, 왜곡된 여성관 등이 성폭력을 용인하고 조장하는 것임을 이해하는 것이 교육의 주요 목표였고, 교육 내용은 계획대로 충실하게 잘 진행된 편입니다. 자신의 가해행위 및 그 후의 상황에 대해서 자신의 입장이 아니라 피해자의 입장에서 해석하고 이해하는 훈련을 받았습니다.


가해자는 자신의 통념과 한계를 깨고 새로운 내용과 입장을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교육자의 입장에서 교육효과에 대해서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또한 교육은 교육이 이루어진 기간에 한정해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도 가해자에게 바람직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가해자 교육을 받은 가해자가 내게 보낸 정식 사과문:


"당신에게 사죄하고자 합니다.


우선, 나는 가해자 교육을 통하여 내가 몰랐던 넓은 범주의 성폭력에 대해서 배웠고, 피해자에게 사과하기 위해서는 가해자 역시 자기보호를 위한 합리화를 제거하고 다시 상황을 바로 보아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보다 자신을 버리고 솔직하게 고백하지 않으면 오히려 피해자에게 더 큰 증오와 허탈감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배웠습니다.


그 당시 나는 ..(중략)...이런 문제들로 인해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으나 더 이상 그것으로 변명하지 않겠습니다. 정신적으로 억압된 청소년이 모두 그런 나쁜 짓을 하지는 않기에 그것은 아무런 원인도 이유도 되지 않으며, 또한 그런 짓을 해도 되거나 하라고 한 사람도 아무도 없기에 과거 그 행위들의 전적으로 모든 책임은 내게 있었습니다. 당신을 고통스럽게 한 과거 일련의 내 행위들과 그로 인한 당신의 고통과 잊을 수 없는 괴로운 잔상들은 모두가 제 책임입니다. 당신에게 죄송할 따름입니다.


나보다 더 모르는 어린 당신의 상황을 이용한 것이나 진배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동의하고 반성합니다.


지금 와서 생각하니 얼마나 제가 가해자의 입장에서만 스스로의 짐을 덜기 위해서 생각을 했는지 알았습니다. 정말로 별 지식이 없던 상태의 어린 당신이 내게 하지 말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리기까지 마음고생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당신이 모를 것이라고 판단한 것과, 당신에게 위해를 가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 것 모두 내 자기합리화에 불과했습니다. 내가 그 당시 판단한 당신의 고통이 아니라, 훨씬 크고 잊기 힘든, 당신이 느끼고 있는 피해자 입장에서의 고통에 대해서 당신에게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또한 내가 당신에게 가해하기를 멈춘 시기부터 당신이 그 일에 대해서 나를 비난하거나 들추어내지 않자, 나는 당신이 크게 상처받지 않았으며 그것을 점점 잊어간다고 판단했는데, 그것이 얼마나 내 입장에서 생각한 것일까요. 그 당시 나는 굉장히 내성적인 청소년이었습니다. 그렇기에 폭력을 써 본 적도 없기에, 당신에게도 폭력으로 협박한 적도 무섭게 군적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내가 그러한 표현을 드러내지 않았어도 당신이 두려움과 공포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음을 내가 몰랐던 것에 대해서 사죄합니다.


또한 그러한 내적 고통 속에서 나를 피하던 시기에 대해서 내가 얼마나 무지했으며 그 의미의 심각성을 알지 못하고 그 고통을 방관하고 지속시켰는지, 그 이후 내가 가해하기를 멈춘 시기부터 당신이 겨우 누리기 시작했을 약간의 안도와 함께 또 그 일이 시작될까봐 겪을 두려움, 그리고 혼자 그 기억들을 감당해내야만 했던 고통스런 짐을 내가 의식하지 못했음에 사죄합니다. 이 모두 내 입장에 유리하게만 당신의 감정과 상황을 판단하려 했던 내 잘못입니다.

당신에게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최소한 남에게 피해는 주지 않고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는데 가장 가까운 가족에게 파렴치한 짓을 하여 당신에 대한 미안함은 더욱 큽니다.


이미 충분히 오빠로써 너무 나쁜 사람이 되어 버렸지만 당신에게 진심으로 사과합니다.


이런 기회를 준 당신에게 정말 나쁜 한 오빠로써 그리고 당신에게 사죄하는 심정의 가해자로써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맙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건강하게 잘 지내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곳 브런치에서 여러분들과 나누던 제 이야기들이 이제 곧...모두 끝이 나겠지요?

:)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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