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의 원천
나이가 들면서 내가 수집한 것들 중 하나는 취향이었다. 어떤 것들은 오롯이 내 것이었다가도 타인의 취향이 되었고, 다른 것들은 어디서 물들었는지 모르겠으나 온전한 내 것이 되었다.
인센스 스틱에 불을 붙인 매캐한 냄새를 좋아하는 건 너의 취향이었다. 담백하고 쌉쌀한 향의 얼그레이를 좋아하는 건 나의 취향이었다. 잔인할지라도 작품성이 좋은 영화를 여러 번 감상하는 건 너의 취향이었다. 딴짓하면서 볼 수 있는 가벼운 예능을 틀어놓는 건 나의 취향이었다.
미술관에서 심장이 뛰는 작품을 만나는 순간을 애정하는 건 내 취향이었다. 깊은 물속에서 심장이 뛰도록 노는 순간을 사랑하는 건 네 취향이었다. 우울할 때면 쉽게 읽히는 소설과 함께 방에 파묻히는 건 내 취향이었다. 세상이 궁금할 때면 글자마다 지식이 밀도 있게 들어찬 비문학을 찾아 읽는 건 네 취향이었다.
노을이 지는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는 건 누구의 취향이었을까. 음색이 좋은 가수들의 노래를 질릴 정도로 듣는 건 누구의 취향이었을까.
원천을 알 수 없는 취향들 속에서 나는 지나간 사람들의 흔적을 좇다가 문득, 나의 취향은 흘러간 인연의 총합이라는 생각에 서글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