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섬세 Aug 09. 2023

기대

기대는 것과 기대하는 것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은 예로부터 나에게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감당하기 힘든 감정적 짐을 오롯이 들고 있었고 두 손이 가득 차 있던 나에게 누군가 자신의 짐을 건네는 것이 버거웠다.


그래서 나는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내 짐을 나누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내 짐을 나누어야 타인의 짐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을 깨달은 지금에도 누군가에게 기댄다는 것은 여전히 힘든 일이다. 기댄다는 것은 등을 맞대고 무게를 온전히 나누는 일과 같아서 관계의 무게가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면 중심을 잃고 넘어진다.


비슷한 힘으로 등을 서로 맞대고 있을 거라는 기대(期待)가 휘청일 때 나는 풀썩 넘어지고 만다. 넘어지고 일어나는 것이 두려워 나는 오늘도 홀로 꼿꼿이 서있다.





작가의 이전글 모르는 이들의 죽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