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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섬세 Dec 31. 2020

눈뜨자마자 스마트폰부터 보는 당신에게

모두가 알아야만 하는 이야기,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

4시간 53. 내 지난주 일평균 스마트폰 사용량이다. 일단 이 어마무시한 사용량에 대해 부끄럽지만 변명해보자면, 1위를 차지한 유튜브는 홈트 영상 시청을 위해, 다노 앱은 스트레칭을 할 때 사용했다. (물론 유튜브로 다른 영상들도 많이 봤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분은 인터넷, 카카오톡, 인스타그램인데, 나를 정말 놀라게 했던 건 내가 SNS에 사용하는 시간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었다. 잠깐씩만 들여다본다고 생각했는데 일주일의 약 8시간 30분을 사용했다고 생각하니 당황스러웠다.


나의 지난 주 스크린 타임. 엔터테인먼트와 소셜에 비해 생산성과 금융에 할애한 시간이 극도로 미비하다.


소셜미디어와 스마트폰은 이제 일상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생활 필수품이다. 식당이나 카페에 가면 자기 손바닥보다 큰 스마트폰을 들고 홀린 듯이 유튜브를 시청하는 아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물론 이를 통해 얻는 이점 또한 크다. 유튜브를 통해 관심있는 운동 영상이나 예능 영상을 추천받고,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유튜브 뮤직으로 쉽게 재생하며, 인스타그램을 통해 관심있는 옷과 비슷한 디자인을 쉽게 찾아본다. 이는 얼핏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가 관심있는 세상의 소식을 듣고, 많은 제품의 정보를 편리하게 제공받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내 취향에 따라 광고가 추천되는 것이 아니라, 내 선호를 강화하고 나를 이용하는 방향으로 편향적인 정보가 제공된다면?


<소셜 딜레마>는 실리콘밸리와 IT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전문가들과 교수들의 입을 통해 소셜미디어가 우리를 어떤 방향으로 조종하고 있는지 알려준다. 우리가 돈을 주고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에서 우리는 상품이다. 광고주는 돈을 주고 우리의 관심과 시간을 산다. 플랫폼은 우리의 정보와 데이터를 가지고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는 정교한 모델을 만드는데, 이를 통해 더 적은 비용으로 더욱 효과적인 광고가 가능하도록 한다.


손 안의 작은 가상공간은 개인을 예측할 뿐 아니라 실제 행동과 감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좋아요는 세상에 행복과 기쁨을 퍼뜨리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좋아요는 우리에게 5분마다 사회적 인정을 갈망하게 하고, 수만 명의 비평을 맞닥뜨리게 한다. 인간의 생리와 두뇌는 아직 이 기술의 속도를 따라갈 정도로 발전하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은 외로움과 자존감, 정체성 문제에 부딪힌다. 실제로 미국에서 10대의 자살과 자해는 소셜미디어가 널리 퍼진 2009년을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소셜미디어는 개인을 넘어 사회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분극화를 심화시키고 민주주의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개인 맞춤화 모델은 모두에게 똑같은 사실과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관심있는 분야의 비슷한 이야기들을 보여준다. 비슷한 생각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다보니 내가 아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믿게 되고, 내가 보는 정보를 보지 못하는 반대편의 타인은 멍청해보인다. 아니 어떻게 이걸 몰라? 이런 현실을 어떻게 못 보는 거야? 실상은, 반대편의 그들이 눈과 귀를 막고 사는 것이 아니다. 그들에게는 다른 정보가 제공되는 것이다. 쉽게 퍼지는 가짜뉴스는 편향된 정보의 접근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고, 개인이 건설적이고 비판적으로 상황을 바라볼 수 없게끔 한다. 일례로 페이스북은 미얀마에서 로힝야 모슬렘에 대한 증오를 통제하지 못하고 있으며, 소셜미디어 상의 프로파간다는 그들에 대한 대량학살과 강간에 일조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소셜 딜레마> 포스터


<소셜 딜레마>는 소셜미디어와 플랫폼이 우리를 단순히 채굴 가능한 자원으로 보게 해서는 안 되며, 그들의 이윤 추구는 막을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이 "인간적으로" 기술을 디자인할 것을 요구한다. 또한 이를 위해 법적 규제가 필요함을 역설하며, 동시에 개인이 소셜미디어를 현명하게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추천 알고리즘에 순응하지 않기, 나와 다른 의견에도 귀를 열기, 다양한 정보에 노출되기, 소셜미디어 사용시간에 대한 규칙 정하기 등)


곧 있으면 2021년을 맞이하는 오늘, 나는 <소셜 딜레마>를 보면서 느꼈던 불편함과 자극을 잊지 않으려고 한다. 어렵겠지만 의식적으로 소셜미디어의 사용을 줄이고 현명하게 기술을 이용하는 소비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1월 1일에는 눈뜨자마자 소셜미디어를 확인하는 멍청한 행동은 하지 말아야지. 오늘은 브런치 알람도 끄고 잠에 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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