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알... 눈알이 빠질 것 같다.
그래서 종일 제 3의 눈을 붙이고 다녔다.
사장님이 온 덕분에 실컷 <에에올>얘기를 했다. 말하면 말할수록 웃음이 새어나간다. 어제는 <에에홀> 클립을 보다 잠들었는데 웃으면서 자고 있었다고 한다. 히히롭다.
어제했던 얘기지만 나는 이 영화가 별로 가족이데올로기같이 느껴지지 않는다. 커다란 사랑이 있고 그냥 그걸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얘기가 진부하지만 가족이었고, 그걸 비꼬는 요소들이 군데군데 있었다고 생각한다. 허무에 빠지는 건 mz를 비롯한 모든 세대들이 어쩔 수 없이 닿게되는 우주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는 것은 지금 여기의 다정! 이라고 말하고 싶은 약간의 정답같은 이야기. 그걸 말하는 길에 배치한 각각의 장면들이 전혀 PC하지 않지만 드러내고픈 질문들을 충분히 던졌다고 생각한. 정말 이상한 영화야@_@ (생각해보니 나는 내 가족이랑 화목하게 지내는 우주는,, 어디에도 없을 것 같다)
아무튼 사장님이랑 눈알쇼핑을 하고 사과나무를 다정왕국으로 만들어냈지만 길어올리지 못한 에너지. 아! 하기싫다! 즐거운데 못해먹겠다!
집에 와서, 이제야 비로소 산책 대신 침대를 선택했다. 두 시간 빈둥거리기로 약속하면서 일하는 마음을 읽었다. 2019년에 이 책을 읽을 때 역시 모퉁이를 마구 접으며 감동했는데 지금은 그 때만큼의 닿음은 없지만 고루고루 좋은 말들이 있는 책이다. 그때는 발견의 차원이었다면 지금은 공감의 차원이랄까?
갑자기 든 생각인데 나는 나에 대한 상상력과 기획에 가장 서투른 것 같다. 내가 이야기를 마구 만들어내며 수집하는데도 그걸 묶어낼만한 적절한 그릇을 찾지 못한달까? 거리와 속도의 문제인 것도 같고. 일기를 쓰는 것을 한번도 글을 쓴다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그 이유는 내가 너무 고심하지 않기 때문이다. 평균 두시간가량 일기를 쓰는 것 같은데 일단 마구 적어내고 올리고 난 이후에 몇 번 다듬는걸 글이라고 하기엔, 글을 쓰는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그런데 지나온 기록을 보니 비록 술냄새가 나더라도 꽤 괜찮은 이야기들이 놓여있는 것이다.
이야기가 미래를 담는 그릇이 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순간, 이야기하기는 삶의 태도를 선택하는 일이 된다. 우리는 다른 식으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이야기함으로써, 다른 식으로가 아니라 그런 식으로 살기로 마음먹었음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고백한다. (...) 과거에는 그럴 법했던 이야기가 더는 통하지 않는 그 순간, 우리에게는 새로운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왕이면 더 좋은 이야기가. 이야기를 계속 고쳐 쓸 수만 있다면,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일하는 마음, 제현주, 어크로스>
그러니까 나는 일기로 말하면서 이야기로 살아내는 사람이 된 것 같다. 사실 몸은 저 멀리, 제3의 눈으로 겨우 감당하는 일상을 보내지만 이야기 속에서 나는 그럴듯한 다정꾼이 되는거다. 그니까 자꾸 오해하게끔, 적어내고 싶은거다.
그니까 마구다정한 다린의 노래를 전하며.
있지, 라고 입을 여는 말을 좋아하는데 있지, 가사가 멀리 멀리 좋아.
있지, 사랑은 살아 남아서
견고히 너와 내가 되어서
우리가 바라던
끝없는 질문의 답이 될거야
맞아 사랑은 시간을 넘어
저기 먼저 도착해있어
한 박자 늦게 알게 된대도
우리가 잘못한 게 아냐
-후렴-
여기 기다리고 있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너에게
듣게 될 무용담과
마주칠 생기로운 두 눈을
훗날 우리가 어른이 되어
조금 더 씩씩해지면
그땐 함께 떠나자
그럼 슬픔은 없을거야
-후렴-
i believe in all of you
이건 사랑한다는 말이야
네가 어떤 사람이든
어떤 모양이든 결코
변하지 않아 그러니 두려워 말아
이젠 날아야 할 때야
하늘보다 높이 꿈을 꿔
사랑은 언제나 여기 있어
<큰새, 다린>
끝없는 질문의 답이 될 언젠간 도착해있을 사랑. 생기로운 두 눈을 기다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