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지_10.18

by 소산공원

181818181818일이네. 오늘은 집에 노트북 들고갈 기력도 없으니 일기쓰고 퇴근해야겠다.


단풍이 하루아침에 물든다. 이건 옳지 않다. 아무리 생각해도 11월 2주까지 단풍이 기다려 줄 것 같지 않다. 다음주 중에 고향산장에 가서 산책을 해야지. 밥 먹으러가는 길에 노랗고 빨간 단풍이 아쉽고 아름다워서 마음이 줄줄. 체시내가 다음주에 자기는 경주간다고 쌍용공원 산책을 거부했다. 체.


쌍용공원을 못 가도 이 시간에 퇴근할 거라는 걸 예상한 하루. 그래도 어제까지는 '못해먹을 것이다'라는 마음이 '어차피 하게 될 것이다'로 변했다. 꾸역꾸역. 그래도 다행인건 이번주에 끝내야만 하는 일이라는거다. 꾸역꾸역. 큰 내일은 이러나저러나 서울에 가서 약간의 산책을 하고 듣고 싶은 얘기를 들으러 갈거다. 눈알을 들고 가서 만나는 사람들 나눠줘야지.


오늘도 빠짐없이 <에에홀>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아침에 출근할 때도 커다란 트럭 뒤에 눈알보고 실실 웃었는데. 나만 웃지 않았다는 게 좋다. 혼자 웃게 되는 사람이 여럿있다는 건 즐거운 일이다. 다정한 세계로 가는 지름길.


일기쓰는 와중에 원고가 왔다. 나만 일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매정한 세계로 가는 지름길같다. 어흥어흥어흑흑..그래도 막 12시간 카페에서 눈알빠지게 글을 쓰는 친구들이 있다. 일본에 가서도 글을 쓰고, 매일매일 인터뷰하는 와중에도 글을 쓰고... 한 해 끝나면 꼭 맛있는거 먹고 선물을 나눠야지.


하다하다 광고까지 말을 건넨다. 내가 눈알이 침침하다는 걸 어떻게 안 건데! 우주에 관심이 있다는건 어떻게 알았는데!


오늘의 좋은 순간

1. 결심하고 배달을 시키는데 혼자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별로 없다는 걸 알아버림. 체시내가 초밥먹는거 허락해죠서 오랜만에 야이바를 먹었다. 김치광어야 오랜만이야... 굴튀김도 잘 있는거지? 퇴근하고 생맥주랑 먹는 굴튀김이 진짜 최고의 즐거움이었는데. 야이바 가자 하면 몇명이고 모여서 핸드폰 그릇에 초밥 올려놓고 먹었는데...


2. 옥상에서 잠깐 올라가서 본 흐린부농하늘. (시내 데리고 가줌) 엄마한테 전화로 잔소리 함. 그나저나 엄마도 실속없이 이모를 돌보고 있었다. 어휴 그 피 어디가.


3. 돌아온 돌이 귀엽다고 칭찬받음.


4. 어제 쓴 호두와글에 여름 산책 이야기 다시 보니 재밌음. 따로 올려야지 히히. 산책하고 싶다.

5. 묘하게 조화롭지 않은 카페에서 산 커피가 식으니 제법 맛있음.


6. 집에 감. 히히


7. 집에 가는 길에 거대하고 노란 반달이 지평선 가까이에! 집에가는 길 내내 거의 정면으로 쳐다보면서 갔다. 다린의 엄청난 밤달 노래를 들으면서. 달이 조금 멀어지자 갑자기 하늘에 별도 무지 많다는 걸 알아버림! 머리 꼭지 위에 쫌생이가 있었다. 차에서 내리니 주차장 화단에 천일홍. 밤인김에 몇 줄기 훔쳐왔다. 아아 야근한 보람이 있다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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