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마음_10.21

by 소산공원

드디어 모든 원고를 얹은 4차 파일을 보냈다. 뭔가 한 소끔 지나간 것 같아 긴장이 풀리면서 졸음이 쏟아졌다. 책모임을 하는 내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잠꼬대를 하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1.

호두북클랍 친구들과 <일하는 마음>을 함께 읽었다. 2019년에 일을 쉬면서, 일에 대해 갈팡질팡할 때, 도망가고 싶을 때 읽은 책이었다. 그 때의 고민들과 딱 맞아 떨어져서 무척 재밌게 읽었다. 2018-19년이었나. 나는 디자인 안해, 못해, 디자인 싫어를 입에 달고 살았다. 그리고 겨우 도망쳤다고 생각한 곳에서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냈다. 소란을 마치고 시골집에서 조용한 4개월을 보내며 이 책을 읽었다. 내가 일을 싫어하면 싫어할수록 나는 납작해지는구나. 내 이야기를 만들어낼 공간을 스스로 없애고 있는거였구나.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꾼 덕분인지, 사과나무에 들어간 덕분인지는 몰라도 아무튼 그때부터 일은 꽤나 괜찮은 것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사실 90% 사과나무에 온 덕분이라고 믿는다 히히.


시내랑 밥을 먹으면서도 일 얘기, 일을 대하는 마음에 대해서 많이 얘기한다. 채시내는 정말 이상한게 자기가 얼마나 대단하고 씩씩한 사람인줄 모르고 자기 스스로를 옹졸한 사람으로 대한다. 내가 만약 2013년부터 사과나무에서 계속 일했다면 절대절대 시내처럼 일하고 있지 못했을 것 같다. 시내는 이 몽골같은 넓고 까마득한 대지에서 혼자 넘어지고 깨지고 울고불고 하면서도 꿋꿋히 자리를 버티고 있다. 스스로 일을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고민을 멈추지 않으면서. 나는 그게 참 대단하다고 여기고 늘 항상 얘기해지만 채시내는 내 말을 안 듣고 안 믿고 분해한다. 그게 좀 웃기고 도대체 왜 내 말은 안 믿는 거지.. 라는 생각을 매일 한다. 그치만 시내가 외로웠을 것 같다는 생각. 그게 오래 마음에 걸리고 짠해서 나는 올 해 조금 힘들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조금씩은 고독하니까. 그 몫을 이제는 그대로 두기로 한다.


2.

일하는 마음에 쓰고 싶지만 너무 졸려. 나중을 위한 기록.


선순환의 경로를 만들자. 개인은 공공에 기여하고, 공공은 개앤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기반을 보장하는 순환. 우리는 그 흐름을 '개인'의 회복에서부터 틔워보자고 제안한다. 고전적이지만 낡지 않은 이 처방은 나와 당신을 곧장 행위자로 지목한다.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는 대신 자신의 욕망과 책임과 영향력을 이해할 때, 다시 말해 개인의 동선을 구상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공공의 장을 가늠하고 구성할 수 있다. 그에 필요한 자원을 모색할 수 있다. 목표를 공유하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2015년 00그라운드 취지문 중

p.211

<일하는 마음, 제현주, 어크로스>


3.

짧게 일기를 쓰고 말려고 했는데 오늘은 꼭 소변기 얘기를 해야겠다. 정말정말정말정말 공중화장실에 소변기는 이상하지 않나? 서서 오줌싸는 사람들은 자신의 가장 비밀스러운 행위를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는 것이 왜 하나도 부끄럽지 않은거지? 남자 화장실에 소변기에서, 대중 앞에서 오줌을 싸는 느낌이 정말 무엇인지 궁금하다. 몽골에서 몇몇 파티원들을 모아 초원 한가운데서 오줌을 쌀 때도 절대 절대 옆에서 오줌을 누지는 않았는데 말이다. 그 마음이 너무너무 궁금해서, 남자화장실 소변기를 검색하다가 천안시의 이상한 기사를 본 적도 있고.

아무튼 사과나무 건물 공용화장실의 소변기는 늘 불편과 불만의 대상이었다. 물이 내려가지 않은지도 한참되었는데 계속계속 그 소변기를 사용한다. 지금은 청소하시는 분이 정기적으로 와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늘 항상 지독한 지린내가 나서 화장실에 가는 것이 끔찍할 정도였다. 그런데 엊그제부터 소변기가 막혔는지 오줌이 고이기 시작했고... 나는 어라어라 하면서 그걸 지켜보다 마침내 표면까지 찰랑찰랑 한 장면을 보게 되는데 그 직전에도 심지어 누가 오줌을 싸고 있었다. 아니 표면장력 실험실도 아니고 대체 뭐야 정말. 못 참겠어서 급하게 메시지를 붙여두었는데, 오늘은 화장실 칸 안에서 서서 오줌누는 사람의 뒷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니 시발 화장실 문을 잠그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 가서 바지를 내리고 앉는 것. 그게 그렇게 어려운 일이냔 말이다. 진짜 서서 오줌누는 모든 인류에게 애정을 상실할 지경이었는데 그나마 오늘 서서오줌누는인류 대표로 경주가 사과를 해서 마음이 좀 누그러졌다. 하. 여유가 있다면 공중화장실소변기없애기운동본부를 만들어서 정기후원하고 싶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왜 이렇게 농축되어있지_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