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의 <에에올>의 순간이 없어서 친구 이야기를 해야한다. 얘는 일기를 안 보여주니까 나라도 써야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내가 하도 호들갑을 떤 탓인지 '너무 기대를 했나보다..별류'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러던 그 날 밤.(두둥) 술을 먹다가 우연히 오랫동안 친구의 마음을 괴롭히던 사람을 만나게 된다. 우리가 참 많이 좋아했던 사람이었고, 아프게 헤어졌고, 몇 년동안 복잡하게 미워하던 사람이었다.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 친구는 별 뜻없이 '보고싶었어요'라는 다정한 말 한마디를 했고. 그리고 그 모든 미운 날들이 흐르륵, 무너져버렸다고. 낙엽을 밟으며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에에올>의 메시지들이 떠올랐고, 그게 너무 이상해서 나에게 카톡을 했다. 너무 이상하지만 다정한 우주의 세계가 열린 것이라고. 말하며 조금 울었다.
그리고 다음 날.(두둥) 보통은 차를 타고 점심을 먹으러 나가는 날이 더 많은데 귀찮아서 김밥나라에 가는 길에. 어제의 그 흐르륵 사람을 다시 만났다. 미워하는 시간동안 한번도 이렇게 동네에서 만난 적은 없었다. 나는 역시 우주의 힘이야! 하며 반갑게 손을 흔들었고, 친구는 이제야 내가 말한 <에에올>의 우주가 열린 것을 소름돋아했다. 역시나, 다정이 누군가를 초대한다니까! 가혜는 이제야 내 말을 듣고 눈알주머니를 한웅큼 싸기 시작하는데….
그나저나 드디어 인쇄소에 넘겼다. 막 춤추고 싶은만큼 기뻤는데 욕이 먼저 나왔다. 환호하며 욕하기!
그래두 다섯시 반에 퇴근해서 돌아가는 길에 업성 저수지에서 해가 넘어가는 것을 천천히 구경했다. 애들 사료를 사러 들린 가게 앞에서 거의 저물어가는 하늘을 보았다. 내가 야근하는 동안에 다들 이렇게 예쁜 하늘을 보았던건가.
집에와선 맥주를 마시며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을 보았다. 기분이 좋아지고 싶을 때마다 본다. 사랑스러움의 덩어리. 신기한 것은 너덧번 본 것이 분명한데도 매번 무슨 내용이 이어질지 궁금해하는 내 자신..
형 코이치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어린이의 형상.......이데아 그 잡채... 너무 웃으면서 봐서 다 보면 턱이 아플 정도로 사랑하는 캐릭터다. 그러다 갑자기 이 영화가 무지 오래된 영화인 것을 깨닫고 '꽤 많이 컷겠지..'하며 검색을 해봤는데,.. 아 하지말껄......... 영원히 지켜주고 싶은 귀여움에서 -30점 정도 빠진 느낌이다. 그래도 곧 잊겠지?..?
영화의 핵심 주제인데도, 오늘 처음으로 코이치의 감정이 느껴졌다. 자신이 지금 당장 아끼고 바라는 순간을 포기하고 '세계'를 선택하는 장면. 심지어 친구들을 바리바리 초대해놓고도 자신의 선택 앞에 묵묵히 서서 고백하는 용기. 그 어린이의 표정을 오래 닮아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