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탕예고편_10.25

by 소산공원

어제의 큰 산을 넘었더니 오늘은 잔물결에서 하루종일 찰랑찰랑.

아침에 출근하면서는 오늘은 조금 일찍 나가서 산책을 해야지.. 영인산을 가야하나 어디를 가야하나..했는데 개뿔! 그동안 미뤄두었던 잔잔바리한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없이 또 하루가 갔다.


다민이랑 점심을 먹고 아쉬운 마음에 에프바에 갔다가 문이 닫혀있어서 내가 천안에서 세번째로 좋아하는 카페에 갔다. 시내는 내가 무인카페를 좋아하는 것을 자주 조롱하는데 도대체 왜... 합리적이구 맛도 괜찮은데 말이다.


역시나 밤에 sns에 글을 올리고 자면 아침에 잠을 설치게 된다는 것을 발견. 어제는 아케언니 펀딩 예고 글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친구들이 펀딩을 해주었다. 감사한 사람들! 글을 잘 정리해야하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다. 자신없는만큼만 써야지 뭐 어쩌겠어? 나중에 몽몽한테 봐달라고 해야지 히히.


하늘이 예뻐서 잠깐 사과나무 옥상에 올라간 것이 오늘 한 일의 끝. 단풍이 듬성듬성 들었는데 도대체 어디를 기준으로 지리산을 가늠해야할지 잘 모르겠다. 볕이 좋은 곳은 곧 떨어질 것처럼 찐하고 그늘진 곳은 이제야 색을 잃고 있다. 매번 날씨가 변할 때마다 조급한 마음이 드는데 사실은 작년과 비슷하게 물들고 있는 것 같다. 날씨에 희비를 걸지 말아야지. 기후 안에서 찬찬히 바라봐야하는데 말이다. 아, 나무 얘기를 한 김에! 사과나무 근처에 좋아하는 길이 있는데 여긴 아직도 벚나무 잎이 달려있다. 벚나무는 제일 먼저 꽃이 펴서 제일 먼저 뼈대를 드러내는 나무다. 이미 많은 벚나무들이 휑한데도, 여기는 아직 단풍도 지지 않았다. 나는 이 길을 인내심 강한 벚나무길이라고 부른다. 볕이 거의 안 들어서 꽃도 늦게 핀다. 덕분에 이렇게 오래 오래 잎을 달고 있다. 그게 좀 멋지다. 매일매일 지나가면서 볕 없는 곳에서 사는 일에 대해 생각해야지.


볕 없는 곳에서 사는 일을 말한 김에. 진짜 요새 SPC를 보면 너무 열받는다. 어제 가혜랑 김밥나라에서 밥 먹는동안 뉴스에서 몇 번의 산재사건이 나온지 모른다. 안전교육이나 근무시스템을 만들어가는 것도 좋은데, 기술의 격차가 이렇게 많이 날일인가? 왜 눈알로 결제를 할 수 있는 기술들, 로봇이 서빙을 해주는 기술들, 불필요할정도로 편리를 위한 기술들에 대한 투자와 주목을 아끼지 않으면서. 기계에 손이 들어갈 때 멈추게 되는 기술은 안 만드는건가? 정말 기술의 문제일까? 왜 아직도 건물을 짓다가 몇 명씩 추락해서 죽는 일이 생기냔말이다.


이렇게 일찍 일기를 쓰는 이유는 이제부터 진탕 술을 마실 것이기 때문이다. 진탕 마시고 싶을 때 만나게 되는 여성동지들이 있는데 나같은 술찔이는 접근도 못할만큼 위대한 사람들...... 항상 중간에 누군가에게 안겨서 잠들면서 끝이 나는 그런 동지들. 그치만 대모님이 못 오셔서 오늘은 중탕 정도로만 먹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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