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려고 누웠다가 침대에서 일기를 쓴다. 오늘 재밌었으니까 적어두어야지 히히.
아침 할매는 완전 사라지고 없다. 간신히 8시 정도에 일어난다. 공기가 차가우니 이불 밖으로 나가기가 도통 어렵다. 침대 안에서 한참을 뒹굴거리다가 겨우 일어났다. 보일러는 거실과 안방에만 켜 두었다. 온돌 42도가 최적의 선인 것 같다. 매일 눈금을 재고 있는데 지금 있는 기름으론 2월까지가 한계일 것 같다. 기름을 아끼는 방법을 잘 기록해두었다가 내년 겨울은 조금 더 현명하게 보내야지.
드디어 하반기 작업했던 책 납품과 정산까지 완료했다. 회사 잔고 최저점을 잠깐 찍어 불안했는데 다행이다. 지난번보다 공들여 만든 것 같은데 왜 지난번 같은 뿌듯함은 없지. 디자인을 직접하게 되면 너무 많이 들여다보게 되서 질리게 되는 것 같다. 한동안 꼴도 보기 싫은 기분이랄까.... 시간이 지나면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아야겠다. 어찌되었든 지난번보다는 더 단단하게 만들어진 느낌이 든다. 이런 느낌들이 자연스럽게 쌓이면 더 좋겠다.
그치만 지금은 좀 쉬고 싶다! 뒹굴뒹굴 쉬고 싶다기 보단 딴짓이 하고 싶다. 카페에서 일하면서 내일배움카드를 신청하고 이런저런 교육과정을 들여다보았다. 보는 것만으로도 신이 났다. 얼마 전에 사과나무 셀프 인터뷰를 하다가 언젠간 사과나무를 무사히 잘 그만두고 싶다는 말을 했다. 그걸 글로 옮겨놓은 걸 보고 혼자 좀 놀랐다. 숨겨놓았던 마음을 꺼내서 전시해놓은 기분이었다. 무사히 잘 전환하기. 나는 이제 디자인도 조곰 재미있고 책을 만드는 일을 무지 좋아하지만, 많이 늦기 전에 딴짓을 하고 싶다. 그건 몸과 손을 쓰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그건 정말 자신있게 잘할 수 있는 일에 속한다. 그래서 내일배움카드가 오면 무사 전환을 위한 것들을 배울거다 조금씩! 일 벌이지 않는거 안할래 못하겠어요.
집에 오는 길엔 도서관에 잠깐 들렀다. 이 사랑스러운 동네엔 비교적 최근에 만들어진 청수도서관이 있다. 안성 아양도서관보단 못하지만 몇 군데 맘에 쏙드는 자리들이 있다. 도서관에 가면 그냥 심장이 두근두근..좋다. 일주일에 나흘만 일하고 하루는 도서관에서 온갖 잡다한 재미난 일을 하는, 그런 패턴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생긴지 얼마 되지 않은 도서관이라 책이 별로 많지 않아서인지, 책장이 낮고 간격이 넓어서 그런건지. 전에는 도서관에 가면 책에 둘러 싸이는 느낌이 들곤 했는데 요새는 별로 그런 느낌이 없다. 대신 편안하고 넉넉하게 목록들을 들여다본다. 하루종일 뭔가 화분을 사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 원예, 식물 책 코너를 한참 들여다봤다. 그러다 그 옆에 있던 좋은 맥주 소개 책이랑 요리책을 빌렸다. 실용서적은 왜인지 아까워서(?)잘 사지 않게 되는데 망설임없이 실컷! 맘대로 빌릴 수 있어 기뻤다. 도서관 최최고!
집에 와서 양미리를 3마리 구워 밥이랑 먹으면서 맥주 책을 봤다. 맛있는 맥주가 무지무지 먹고 싶었는데 참았다. 그런데 일기를 쓰는 지금 몹시도 맥주가 먹고 싶다. 얼른 자야겠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