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 속에서 길을 내는 사람들

by 소산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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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부터 사과나무에서 4.16연대 소식지를 만들고 있다. 이번엔 내 차례가 돌아와 3월 내 소식지 작업을 했다. 괜히 마음이 쓰여 정성과 공을 들였다.

이번 소식지의 특집 주제는 '참사는 왜 반복되는가라는 물음 앞에서'다. 작년 10.29이태원참사를 겪은 이후에 왜 아직도 길에서 사람들이 죽어가는지, 왜 책임져야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처벌받지 않는지. 왜 이런 참사들이 반복되어가는지, 참담했다.


『월간조선』은 아예 정치 칼럼니스트 이상곤의 글 “누가 제2의 세월호 꿈꾸나?”를 통해 “이태원 핼러윈 참사를 더 이상 정쟁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세월호참사를 정치화하는 바람에 유족들이나 피해자들은 물론 시민들도 여간 마음고생을 한 게 아니”라는 말로 진실과 정의를 향한 피해자와 시민들의 투쟁을 왜곡한다. 이것은 “8년 이상을 이어온 기억투쟁에는 좌절을, 새롭게 그 기억투쟁을 시작하는 이태원참사 피해자들에

게는 공포를 심어”주는 일이다.

_특집 기사 중


하지만. 이번 특집의 부제는 이렇다. "재난참사 피해자들이 낸 길을 보다" 사회적 참사가 반복되는 모습을 보면 세상은 더 나빠지는 것만 같다. 하지만 자세히 들어다보면, 세상은 조금씩 나아진다. 슬픔을 미리 겪은 사람들 덕분이다. 또 다른 재난참사 앞에서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은 대응을 할 수 있다면,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해낼 수 있다면 그건 가장 고통받은 사람들이 닦아낸 길 덕분이다. 세상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아래의 글을 꼭꼭 읽어주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소중한 사람을 억울하게 잃고 그 희생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곁에 서 있습니다. 내 아이는 잃었지만 다른 아이들은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를 바란다는 사람을 만날 때마다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복잡한 마음을 느낍니다. 사람은 어떻게 자기의 영혼 가운데에 난 깊은 상처 속에서 타인을 살리는 마음을 길어 올리는 것일까요. 그 일은 너무나 아름답고 숭고하지만, 도무지 풀 수 없는 비밀처럼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그 길을 걷는 분들의 말에 오래 귀 기울이던 어느 날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성찰과 맹세의 말은 어느 한 날에 완성된 문장이 아니겠구나. 매일 되풀이하는 질문에 가깝겠구나. 이분들의 영혼에는 깊은 상처만 있는 게 아닙니다. 사랑하는 이가 있습니다. 죽은 이가 아니라 여전히 내 곁에 살아있는 존재.

이분들은 묻고 또 묻습니다. ‘사랑이 가득한 네가 살고 싶었던 세상은 어떤 곳이었을까.’ ‘사랑하는 너에게 내가 주고 싶은 세상은 어떤 곳일까’. 그렇게 묻고 또 물을 때 누구도 죽임당하지 않는 세계를 그려낼 수 있는 게 아닐까.

혹자는 ‘눈물로 만든 선물’이라 말하는 ‘다른 세상’으로 가는 길을. 이것은 한 사람이 낼 수 있는 가장 크고도 아름다운 마음이 아닐까요. 피해자들이 슬픔을 품고 낸 길 위에 우리가 서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이 소중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기를 바라며 4번째 사월십육일의약속을 펴냅니다. 이번 호는 ‘참사는 왜 반복되는가’라는 물음 앞에서 우리가 돌아보아야 할 것을 짚어보았습니다.

_편집인(희정)의 글 중


가장 마지막에 받은 이 글을 편집하면서도 질질 울고, 이 글을 옮기면서도 또 울게 된다.

'사람은 어떻게 자기의 영혼 가운데에 난 깊은 상처 속에서 타인을 살리는 마음을 길어 올리는 것일까.'

누군가의 슬픔, 누군가의 눈물 덕분에 난 길 위에 살아간다. 이 안온하고 평화로운 일상의 고마움을 어떻게 갚을 수 있을까.


이런 마음으로 아홉번째 4월을 맞이한다. 천안416연대와 함께 기억주간을 마련했다. 작년과 같이 천안시 곳곳에 꽃을 나르는 게릴라가드닝과, 벚꽃은 졌지만 볕이 따스한 원성천에서 기억마켓을 연다. 누군가의 슬픔이 낸 길들에 감사하며, 찬찬히 그 선물같은 마음들을 옮기며 4월을 함께해주었으면 좋겠다.



천안416연대 아홉번째 4월 행사 안내 링크

>>https://sorrytree.notion.site/ea9d1ee40e6b4ae1ae1a75db009ad6e2


4.16연대 소식지 보기(다음주중 업로드) >>

https://416act.net/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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