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데이_5.1-2

by 소산공원

1.

크리스마스보다, 생일보다 좋아하는 노동절! 기념으로 빨간 티셔츠를 찾아입고 또 토마토 농장에 갔다. 이번에는 토마토 순 지르기. 반줄정도 해보니 감각이 찾아져서 또 무아지경에 빠졌다. 무아지경은 정말 멋진일이다. 몸을 쓰는 다른 일을 할 때는 그래도 여러 잡다한 생각을 하는 편인데 유독 흙을 만지거나 베란다에 있으면 그냥 그 생각뿐이다. 목표지점이 눈 앞에 보이는 일을 하면 즐겁다. 몸으로 시간을 그저 인내하면 끝나는 일.


2.

빨간 옷에 토마토 냄새가 밴 것이 기분이 좋아서 하루 더 입었고 소소문구에서 기획한 전시에 갔다. 여러 사람들에게 소소문구에서 나온 기록노트를 나누어준 후에 일정 시간 기록하게 하고 그 노트를 전시한 것이다. 남의 일기를 구경하는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이었다. 참 별거 아닌 것들을 별거처럼 보이게 하는 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필요한 재능이라는 생각.... 그런데 그걸 막 열심히 하고 싶은 생각은 안 들고 내 일기나 잘 쓰자.. 이런 생각이 든다.

전시까지는 못하더라도 보이는 일기를 쓰는 재미가 있다. 표현하고 드러내고 싶은 욕망도 한편으로 있지만, 일상을 지내면서 발견한 이런저런 재미와 생각들을 혼자 알고 싶지 않다라는 생각이 든다. 누구한테 뭘 말하고 싶은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예를 들어 이런거. 봄꽃이 지는 것이 언제나 아쉬운데, 특히 아카시아가 지는 이 계절이 뭔가 욱신거릴 정도로 아쉽다. 그러니까 다른 사람들도 밤에 아카시아 나무가 핀 동네 근처 산책을 꼭 다니었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런 말을 해주고 싶어서 내가 다녀온 길에 대해서 적어보는거다.

그렇지만 나머지 기능들은 아직 잘 모르겠다. 그치만 어쨌든 일기를 쓰는 시간은 수련이자 유희다. 계속 쓸 수 있는 사람이 되어서 좋다. 일기를 쓰면서 나는 무려 일력을 밀리지 않고 뜯어내는 사람이 되었다.


3.

아무튼. 소소문구 전시에서 재미있는 사람과 문장 몇 개를 발견했다. '음식은 산문, 액체는 시'. 이 문장을 보고 당장에 존경을 해버렸다. 평소에 액체파 인간이라고 생각해온 나에게 찾아온 시적순간. 이래서 남의 일기 보는 것이 재미난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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