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 집짓기 교육을 들으러 왔다. 몸을 쓰는 일을 해보고 싶다는 꾸준한 열망과 투정으로 기어코 한달 휴가를 얻어 다른 기술을 모색하러 와본 것. 팀을 이뤄서 2주동안 작은 나무집 한 채를 짓는 과정이다. 어제는 바닥 장선을 만들고 오늘은 벽채를 만들었다. 보기만 하고 엄두가 안났던 공구들을 직접 다루어보기도 하고 도면을 들여다보며 골조 용어를 배우기도 했다. 단 이틀을 배웠을 뿐인데 이제 조그마한 건물을 보면 생김새와 구조를 상상해보게 된다. 사물과 세계를 자세히 볼 수 있는 눈 하나가 더 생긴 것 같달까.. 아무튼 살짝 문을 열어보는 것, 막막한 두려움을 없애보는 것이 이번 과정에서 나의 목표다. 그리고 쪼꼬마한 귀여운 구조물들을 친구네 집에 만들어보고 싶다!
사실 과정상 뭔가를 하는 시간보다, 기다리거나 자재를 나르고 하는 일, 공구를 가끔 잡는 일이 대부분이다. 몸을 쓸 일이 별로 없는데 바깥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것만으로도 피로함을 느낀다.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해 긴장해야하고 먼지와 나무가루 날림이 심해 기관지가 거슬거슬하다. 그치만 퇴소하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엔 골든아워의 춘천을 구경할 수 있다. 춘천은 지나가보기만했던 도시인데 꽤 멋진 구석이 많다. 도심지에 가도 넓게 병풍처럼 산이 도시를 에워싸고 있는 느낌이 들고 멀지 않게 커다란 소양강이 흐른다. 강과 산에 어울릴 정도로 도시규모가 여유롭다. 배 아플 정도로 좋은 풍경 옆에서 지낼 수 있어서 좋다. 좋은 휴가다. 물론 이건 다 고마운 사과나무 동료들의 배려 덕분이지... 보은하며 살아야지 생각하며 이틀째 춘천의 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