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이제 일주일째! 4일은 춘천에서 집짓기를 배우고, 오늘은 청주에서 공룡감자를 캤다. 한시간에 딱 한 골씩. 세 골을 캐니 오후가 되었다. 폭염경보가 내려 목표한 지점을 채우지 못하고 공룡에서 낮에 밥을 먹고 한 숨 자는데 정말이지 꿀잠을 잤다. 자고 일어나서 박카스를 마시는데 자양강장제가 왜 세상에 필요한지 비로소 알게 된 느낌,,, 해가 지니 할만했고 한골 반을 캐고 일을 마쳤다. 감자를 심을 땐 이런 진흙땅에 뭐가 자랄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는데 생각보다 커다란 감자들이 나오는 것이 신기했다. 감자는 다른 작물하고 달리 뭔가 흙도 많이 묻지 않고 깨끗하고 말간 모습이어서 어떤 약속된 선물을 받아내는 느낌이 든다. 감자 뿌리에 주렁줄렁 알알이 박힌 것도 귀여워...
집에와선 세계 최고로 개운하게 씻고 몇 개 집어온 감자로 감자채전을 만들어서 맥주를 마셨다. 여름방학을 허투로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중이다. 다만 일기정도는 매일 써두고 싶은데 막상 저녁이 되면 노트북 앞에 앉고 싶지 않아진다. 이런 몸의 기록을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이건 글로 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다. 오랜만에 몸이 지친다는 느낌을 받아서 뭔가 피곤하지만 기분이 좋달까.. 몸을 앓고 회복해나가는 걸 잘 감각할 수 있으면 좋겠다. 내 몸을 다루는 법은 나만 알고 나만 배우고 써먹을 수 있는 일이니까. 이 일을 잘해내면 하고 싶은 일들을 조금 더 수월하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나저나 어른이 되어서도 여름방학을 보낼 수 있어서 너무 좋다. 사과나무에서 일년에 한달휴가제, 이런걸 시도해보기로 한 덕분이다. 덕분에 짧은 시간동안 집도 지어보고, 나무집에 드는 바람의 구멍들도 알게 되고, 춘천이란 근사한 도시에서 지내볼 수도 있는거다. 막상 지내보고나니 반드시 필요한 일 같이 느껴진다. 방학을 기다리는 심정으로 일하는거 조금 할 만하지 않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