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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Sep 03. 2023

9월 시작_09.03

분명 일을 많이 하긴 하는데,,, 어떻게 이렇게 잘 놀러 다닐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일이 많을 때는 불안하니까 노트북을 싸들고 다니면서 놀다 잠깐 어딘가에 서서 일하다, 놀다 일하다가 한다. 

금요일은 날씨가 무지무지 좋았다. 여름이 가는 건 아쉽지만 아침 저녁으로 찬바람이 부는 게 좋다. 8월 마지막 날엔 솜이불을 다시 꺼냈다. 이불을 두툼하게 덮고 차가운 콧바람을 쐬는 건 내가 진짜 좋아하는거,,

이제는 돌아다녀도 괜찮은 날씨가 왔다. 다시 산책의 계절이다. 손기정문화도서관에 갔는데 올해 가본 장소 중에 손에 꼽을 만큼 좋다. 규모가 크지 않아도 아늑하고 아름다웠다. 가구와 창문, 흐르는 듯한 책꽂이들이 가을볕에 알맞게 좋았다.급한 일을 하느라 서재를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시간을 내어 또 가게 될 것 같다. 중구 사람들 짱부럽다. 동네에 이렇게 근사한 도서관만 있어도 정말 오래오래 살고 싶어질 것 같은데... 아무튼 잠깐 창문 옆에 자리에 앉아서 하늘도 보고 구름도 봤다. 그 장면을 그리고 싶어졌는데 못 그릴 것 같아서 사진을 찍었다. 좋아하는 식당에 가는 길엔 따릉이를 탔는데 그건 그림도 사진도 없어서 일기를 썼다. 

할머니를 보고왔고, 엄마집에도 갔다. 엄마집에 있는 덤이가 새끼를 4마리나 낳았다. 새끼를 낳고는 마치 상전처럼 맛없는 사료는 쳐다도 안보고 생선국도 안 먹고 고깃국을 끓여줘야만 먹는다는 얘기를 스무번도 넘게 들었다. 태어난지 3일 됐다는 새끼를 꺼내서 내내 쳐다보고 주물럭댔다. 다민이랑 밭에서 끝물 채소를 바리바리 거두어왔다. 강된장을 잔뜩 만들어 얼려두었다. 강된장 힘으로 9월을 살아볼까! 뭔가 가을을 견디는 문장 하나를 찾아냈으면 좋겠다. 아님 장면이라던가. 당분간은 손기정 도서관 창문을 힘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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