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까지 매일 일기를 쓸 수 있을까. 있을지 없을지는 나도 몰라.
9시에 일어나서 20분 씻고, 40분이 넘어 출발해도 지각하지 않았다. 세상에 가까운 것 최고로 좋잖아!
점심은 사무실 근처에서 먹었다. 처음 갔을 때 공간이 재미있어서 벌써 세번째 가는건데 갈수록 인상이 별로다. 오늘은 오랜만에 정말 맛없는 음식을 먹었지 모야. 다행히 커피는 맛난 것으로 마셨다. 바람이 많이 불어서 은행나무가 휑홍휑 날렸다. 올해는 단풍도 제대로 못 보고, 다 떨어져 버렸네..
겨우 이사를 했을 뿐인데 등기도 바꿔야하고 사업자등록증도 고쳐야한다. 등기를 받으러 청수동에 갔는데 행정타운이랍시고 만들어놓은 동네에 진짜 발도 들이기 싫다. 어쩜 그렇게 계획없이 건물만 세워놨는지 주차도, 거리도 지저분하고 엉망진창이다.
왔다갔다 하면서 오후를 다 보내고 조금 이른 퇴근. 집에 들어서 수영복을 챙겨 수영장에 갔다. 백년만에 저녁 자유수영을 했다. 놀랍도록 수영장에 사람이 없었다. 선생님이 알려주신 접영발차기+팔로 물가르기 연습을 했는데, 접영발차기 리듬이 몸에 잘 익지 않았다. 게다가 팔도 함께 움직이니 뚝딱뚝딱. 몸에 리듬이 잘 안 맞으니 호흡도 힘들고, 25m도 채 못가고 숨쉬는데 헉헉 거렸다. 근데 재밌어서, 안 쉬고 계속 하니까 40분만에 녹초가 되었다. 으하 낼 아침에 잘 해야할텐데.
수영 마치고 씻고 나와 탈의실에서 핸드폰을 보니 애인이 '오징어새우감바스와 바게트빵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천천히 오시지요'란 문자를 보내놓았다. 황제의 삶인가. 집에 도착하니 레스토랑의 냄새가 났다. 말도 안되게 맛있는 토마토오징어새우감바스를 먹었다. 당장 팔아도 괜찮을만큼 맛있었다. 맨날 생각하지만 나만 먹기 아쉬운 맛이다. 레시피도 잘 정리해놓고 싶고, 사진도 예쁘게 찍어서 자랑하고 싶은데 ...
밥 먹고 당근거래 하러 잠깐 나갔다. 바람이 심하게 불었다. 집 근처 재개발하는 동네에 있는 펜스가 다 무너졌다고 한다. 합정인가, 어디에선 사람이 다쳤다고하던데. 조심해야겠다, 다들 무사했으면.
지난주엔 반팔을 입어도 될만큼 덥더니 이번주에 이런 추위라니. 나무들이 혼란스러울 것 같다. 벌레들도, 새들도. 내일은 영하의 온도라고 하던데, 아침에 수영가기 싫어지레니. 부디 반짝 벌떡 잘 일어났으면.
저녁에 앉아서 뭐라도 읽고 쓰고 할 기운이 나서 좋다. 겨울은 또 이런 맛이 있어야지. 날이 적당히, 천천히 추워졌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