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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Nov 05. 2023

10월

10월은 거의 일기를 안 썼다. 일기 쓸 기운이 도무지 나지 않았다. 

일하면서, 저고리가 화장실 공사도 돕고, 이사한 새 사무실 바닥 타일도 돕고, 이사도 했다. 

이사 이야기를 적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다 까묵어버렸다. 


이사

사과나무 이사는 생각은 있었지만 딱히 맘 먹고 준비하고 있진 않았는데, 오래만에 부동산 상가 구경을 하다가 눈여겨 보던 자리에 세가 난거다. 감당할 수 있는 월세에 생각했던 것보다 보증금도, 권리금도 저렴했다. 좁긴하지만 우리가 가고 싶었던 신부동에 이만한 상가는 없었다. 부동산은 타이밍. 같은 값에 좋은 조건을 찾기 어려웠다. 냉큼 계약을 해버렸다. 사과나무 공간의 새 주인을 구하고, 공간을 간단히 리노베이션만 하면 됐다. 당황스러운 것은 커다란 주방 냉장고였다. 카페와 와인바를 운영했던 공간인데 한 가운데 커다란 주방 냉장고가 있었다. 사용감이 전혀 없는 새 것에 가까운 물건이라, 팔아서 보태야겠군! 싶었는데 이게 짐 덩어리였다. 가로세로높이를 다 따져도 700mm가 넘는데 이 건물의 입구와 복도는 700mm의 공간이 나오지 않았다. 중고가전 처분해주시는 아저씨들이 와서 실패하고, 애플이사 아저씨가 두번이나 왔는데도 실패. 결국 새 것과 가까운 냉장고의 상판을 뜯어내고 뼈와 살을 발라 겨우 버렸다. 고물값도 못 받은 애물딴지가 될 줄이야.

아무튼 냉장고를 제외하곤 대체로 수월했다. 보기 싫었던 빨간 페인트 바닥은 호철과 함께 예쁘고 깔끔한 타일로 마감했다. 아직 정리와 정돈이 많이 남았지만 일단은 낙엽이 다 지기 전에 이사를 마쳐 다행이다. 기대되는 새 동네의 일터. 비록 전보다 좁고, 엘리베이터 없는 2층이지만. 좋아하는 카페와 가게들이 잔뜩있다. 새 친구들을 많이 사귀면 좋겠는데.


공사

이사를 하는 하기 전엔 바쁠 일들을 호로록 마감하고 저고리가의 화장실 공사를 도왔다. 나는 돕고는 싶었는데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어슬렁거리면서 공사 전반을 구경하거나 눈치보며 귀찮게 구는 조수가 되거나, 물과 간식과 음악을 챙겨주는 애인이 되거나. 벽돌이나 물을 나르고, 주변을 정리하고 40kg되는 시멘트도 져봤다. 호철이 40kg를 옮기면 건설인이라고 했다. 애인이 건설인인 덕에 안 써봤던 공구들을 맘껏 써볼 수 있었다. 시멘트를 개서 벽돌을 쌓기도 하고, 타일에 매지를 넣기도 했다. 집짓는 것도 재밌었는데 화장실은 조금 더 디테일한 종합건설의 공간이었다. 천장, 바닥, 상수도, 하수도, 배관, 세탁기, 변기, 세면대, 수전, 욕조, 타일, 기울기, 벽, 거울, 조명, 수전... 아유 할 것이 너무나 많아.. 그치만 쫌쫌따리 장인 호철 덕분에 근사한 욕실이 준공됐다. 화장실 파티 해야지 파티!


디자인사

책자 세 권, 달력 두 개. 기록작업 한 건. 일도 잘 못하는 주제에 하고 싶은 일은 많아서. 집중도 못하면서 그냥 했다. 그냥 해도 그냥 그럭저런 되긴하니까.. 미안하지만 이럴 때도 있어야지.....


미국민중사

목표는 다 읽기. 그저, 다 읽기. 어렵게 읽지 않기 위해 발제도, 무엇도 하지 않고 읽어간 진도를 체크해나가며 줌으로 만나 하고픈 어떤 이야기라도 하기로 했다. 미국민중사는 아메리카 땅에 처음 닿은 콜롬버스의 항해 일지로 시작한다. 커다란 배를 처음 본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각종 보물과 음식으로 맞이한다. 콜롬버스는 그날 일기에 이렇게 쓴다. "이들을 좋은 하인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미국민중사는 존나 재밌고 꾸벅꾸벅 졸리다. 침략과 폭력의 이야기들을 민중과 약자의 관점에서 보고자하는 시도. 

역사가 창조적이라면, 또 과거를 부정하지 않고도 간으한 미래를 예견하려면, 덧없이 스쳐 지나간 일일지언정 사람들이 저항하고, 함께 힘을 모으며, 때로는 승리한 잠재력을 보여준 과거의 숨겨진 일화들을 드러냄으로써 새로운 가능성들을 강조해야 마땅하다고 믿는다. 어쩌면 순전히 희망사항일 수도 있지만, 우리의 미래는 수세기에 걸친 전쟁의 견고함에서가 아니라 덧없이 지나간 공감의 순간들에서 발견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p.33

  


수영

접영 배우려고 수영 시작한건데 접영 강습 시작된 10월에 딱 두 번 나갔다. 접영 발차기 한번 배웠는데, 바로 접영 양팔을 배웠다. 어쩌지..? 11월엔 다 따라잡아야지. 새 다짐을 기념하며 수영복을 샀다.



11월

이제야 낑낑 몸과 일상을 회복한다. 간만에 주말다운 주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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