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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Nov 08. 2023

11월 7일 - 춥고 긴 하루.

아 춥다. 어쩌자고 아침 수영을 했는지 모르겠다. 수영을 등록할 때만 해도 겨울이 올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지. 전날 잠들기 전에 같은 반 수영 친구를 픽업하기로 약속해서 끙끙 일어났다. 좋은 장치였다! 혼자였으면 절대 절대 안갔을거다. 오늘 호옹이가 탈출하는 소동이 있어서 조금 늦게 출발하고 말았다. 접영 배우는 단계라 추운 날에도 사람이 득실득실. 조금 늦는 바람에 앞자리로 갈 기회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접영 팔돌리기 연습하고 싶은데 10m도 못가서 멈추고 서고를 반복했다. 결국 몇 번 연습하지도 못하고 평영 발차기만 엄청 했다. 


점심엔 하이웨이브 언니들을 만나서 또 수영 얘기를 엄청했다. 접영을 새로 배우니까 이것저것 물어볼 것이 많았다. 언니들이 일요일에 특강해주기로 했다. 수영복 얘기도 해주고 오리발 사는 것도 도와주고...언니들은 진짜 수영에 미쳤는데 나도 그렇게 될까. 지금처럼 배우는 것이 있으니까 좀 신이 나기도 하고, 하루에 왜 두번씩이나 수영장에 가는지 좀 알것만 같다.


일을 일찍 마무리하고 예산으로 넘어갔다. 난로 앞에서 차담회하기 좋은 날시. 난로가 따숩고 공기는 호호 추웠다. 겨울이다. 저고리가는 나에겐 겨울집. 이번주에 꼭 가서 새 욕실, 새 욕조에서 목욕을 해야지. 은행도 잔뜩 주워다 볶아 두어야지. 또 저녁엔 예산 맛집에 갔다. 늘 호식 포식이다. 


돌아오는 길에 사과나무에 들러 커다란 서랍장을 들고 왔다. 거실에 두면 꼭 좋을 것 같았는데 마침 맞게 좋다. 그렇게 드릉드릉 출발해선 서랍장을 옮기고, 책상까지 옮겼다. 작업 책상을 거실이 아닌 방으로 들여왔다. 우풍이 좀 덜하고 아늑하다. 벽면에 커다란 커튼과 괜찮은 수납장을 구한다면 좀 그럴싸한 작업방이 될 것 같기도. 


11월인데 보통 보다 일이 적고. 뭔가 침체되고 있다는 것이 몸에 닿는 느낌이다. 정말 일을 많이 못하면, 이 겨울을 어찌나지. 그런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동안 먹고 살았던 것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계속 이럴 때일수록 딴짓을 많이 하자! 혼자 새긴다. 글을 쓰는 딴짓하나를 구했다. 안 읽고 안 쓰다가 갑자기 하게 되면 이상할까봐 조는 채로 꾸벅꾸벅 일기 쓰기. 이제 하루를 마치자. 춥고 긴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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