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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Nov 22. 2023

양말 널다가- 11월 22일

양말을 널 때는 귀찮더라도 짝을 찾아 나란히 널어둔다. 어차피 빨래를 정리하며 짝을 찾아야 하기 때문에 기왕이면 미리 해놓는 편이 좋다. 마찬가지로 뒤집혀진 양말이나 뒤집혀진 옷도 미리 뒤집어 놓아야 나중에 아주 쬐끔 편하다. 빨래를 너는 건 귀찮고 접는 건 그나마 좀 낫다. 빨래를 너무 개기 싫은 날엔 빨래 예쁘게 개기 대회라는 생각을 하며 정성스럽게 각을 맞춰서 접는다. 그럼 좀 빨래 개기가 재밌다. 수건은 기왕이면 같은 모양으로 로고가 보이게 접으려고 하는데, 왜 할 때마다 접는 방향이 달라지는지 잘 모르겠다. 양말은 두 개를 겹쳐 양말목에 발끝 부분을 쏙 넣는 방식으로 접었었는데, 호철이 나란히 겹쳐서 3단으로 접길래 나도 그렇게 접는다. 그게 조금 더 깔끔하게 정리가 된다.

옛날옛날 엄마랑 살 때는 항상 양말의 짝이 맞지 않았다. 그건 너무나 일상이어서 나는 모든 집의 양말은 다 그렇게 되는 지 알았다. 그래서 우리집은 항상 같은 색-같은 모양의 양말을 뭉태기로 사서 신었다. 그럼 한동안은 양말 짝을 찾을 필요없이 신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 양말이 모조리 사라지고 또 다시 한 짝만 남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 사라진 양말들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지금은 양말 하나가 없어지는 일은 별로 없다. 없어진 양말은 대체로 예측가능한 경로 안에 있고 금방 찾아낼 수 있다. 그건 양말의 색과 모양이 다 다르기 때문이기도 하고, 내 집안일의 동선과 규모를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엄마랑 떨어져 산지 10년이 넘었는데 이제야 새삼 정말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되었구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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