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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Nov 15. 2023

11월 14일 - 뭐 하나 걸리겠지

동행자 덕분에 아침 수영을 간다. 6시에 알람을 맞춰놓고 벌떡 일어나지 않으면 5분 10분은 훌떡 지나가있다. 오늘 픽업 시작한지 처음으로 제 시간에 갔다. 대충 모자를 눌러쓰고 비몽사몽 집 계단을 내려갈 때 내가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싶다. 아직 밤은 그대로다. 샤워하고 수영복을 입고, 물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 오돌오돌 떨다가 50분 남짓의 수업으로 몸이 따끈하게 덥혀진다. 뜨거운 물로 씻지 않아도, 패딩을 겹겹히 입지 않아도 별로 춥지 않다. 이 기분이 좋아서 꾹꾹 아침잠을 누르고 수영을 간다. 

엊그제는 100m 자유형을 처음 해봤는데 너무 힘들었다. 시내가 이런 기분이었겠군. 잠깐 쉬어가려고 했는데 뒷 순서로 오시는 분이 '가! 출발해! 가야 늘어!' 하셔서 어어어어 하며 겨우 갔다.  코로 숨쉬기를 아예 못하다가 이제야 조금 연습 중이다. 아 운동은 조금 고통스러워야 나아간다는데. 좀 천천히 하면 안될까.


오후엔 공주로 넘어가 일을 하다가 콘텐츠 기록단 강의를 들었다. 지역에서 여러 번 만난 선생님이 강의를 오셨다. 두번 정도 수업을 들은 것 같은데 매번 재밌고 좋은 팁을 얻는다. 글쓰기를 좋아하나보다. 돈을 적게 준다고 툴툴 거리긴 했지만 사실 첫번째 매글이다. 모처럼 공들여 쓸만한 핑계가 되어주니 좋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 버리고 싶지만 잘 안될 것 같다. 잘하고 싶단 마음은 좀 두렵지만 내 인생에 별로 없는 긴장감을 준달까. 접영도 잘하고 싶고 글쓰기도 잘하고 싶다. 디자인도 잘하고 싶지만 이건 마음을 내려놓은지 오래다. 잘하고 싶은 마음을 지니면서 적당히 못하는 나의 뒤범벅. 접영도 글쓰기도 아마 그런 꼴이 되겠지. 


그나저나 일기를 쓰다보니 하루 일과를 나열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져버린 느낌이다. 뭐랄까. 글쓰는게 심심해졌달까. 일상을 뽀짝 더 관찰하면서 즐지만 날카롭고 유익하면서 감동적인 글을 쓰고 싶은데, 열심히는 못하겠고. 그래서 일기란 말에 기대게 되나보다. 쓰다보면 하나 걸리것지 하는 마음으로 일기를 쓴다. 뭐 그거면 되것지하는 뒤범벅으로 오늘도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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