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주쑤기_2주차] 시간 도둑
글이되든 밥이되든 일단 매주 써보는 모임입니다.
요술버선, 쏠, 스누피, 산, 제호사, 모험가지나, 오소리, 영은, 임카, 나무가 6편의 글을 함께 쓰기로 했어요.
두번째 주제는 '시간도둑'입니다.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열심히 쓰던 때가 있었다. 30분마다의 계획이 있는 생활이었다. 그때를 돌아보면 지금은 그 다이어리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지만 그걸 꽉꽉 채워 새벽부터 자기 전까지 시간 옆에 일정이 빼곡했다. 짜여 진 시간표가 아니라 내가 채워 넣었던 것이 뿌듯했더랬다.
많은 룸메이트 들이 있었다. 선후배, 외국인 기숙사 생활부터 네 다섯명이 월세를 모아 책상에 다리 넣고 자던 17평의 생활, 세 명이서 꽁치김치찌개 자주 해먹던 원룸생활들을 지나왔다. 각자의 생활방식이 다르니까 요리조리 나만의 시간을 확보해야 해서 더욱 다이어리에 매달렸는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술 먹으러 가는 시간에 다른 재미를 찾고 싶은 생각에 그 돈을 거의 교통비에 부었던 거 같다. 서울로 인천으로 부산으로 쏘다니면서 전시도 보고 글쓰기 교실도 다니고 철학 수업도 듣고 많이도 했다. 멀리 가는 일은 교회 청년부와 뭉쳐서 다녀서 도시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었다. 공부, 교회 청년부, 기독교동아리 모임으로 하루가 짧았고 주 단위 계획으로 일 년이 채워져 있었다. 그때는 집을 벗어난 성인도 되고 체력도 돼서 그렇게 할 수 있었나 싶었다.
그래도 기댈 곳이 많이 필요했던 거 같다. 용돈이 없이는, 따로 알바를 하지 않고는 문화생활을 혼자서 충당할 방법이 없었다. 나의 가난은, 나의 가난을 덮으려는 다이어리에 철저히 의지해야했다. 그렇게 시간도둑이라곤 찾아볼 수 없을 만큼 낮잠 자는 시간도 전혀 없던 이십대 초 중반을 지났다.
일하기 시작하면서 학교생활을 하던 때와는 다르게 일이 점점 시간을 잡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주일성수 설교를 하도 듣고 주말엔 안 그래도 내내 교회에 있으니 딱 평일, 5일만 일하는 규칙적인 일을 했다. 하다보면 주말에도 퇴근이후에도 전화를 받아야하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처리하면서 이게 맞나 이해가 안 된다고 분노하다가 공간매니저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어떤 나의 벽을 깨뜨렸다. 우리집에선 이렇게 안하는데? 내 상식엔 이게 아닌데? 라는 생각을 멈췄다.
상대방은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그냥 상대방이 원하는 걸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으로 하면 되는 거였다. 그걸 고객중심, 고객의 서비스경험 만족도라고 부를 수 있겠지만 그냥 일로 끝. 더 깊이 생각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말투나 억양, 분위기 이런 것에 아직도 압도되는 때가 있지만 그것은 시간도둑일 수도 있기 때문에 그냥 하기로 한다.
그러면서 탕진의 맛을 알게 되는데... 술 먹는다는 건 돈과 건강과 시간을 다 버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 충만을 받으라를 아직도 외우고 있는 것을 보면 계속 듣고 말하는 방식은 암기에 정말 좋은 것이었다. 아무튼 다른 세계가 있던 것이다. 술자리도 자주 가서 안다고 착각했지만 같이 마시고 앉아있다는 건 다른 거였다. 그러면서 무리지어지는 모임이 변하기 시작하는데 어디까지 솔직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본다.
어떤 모임이, 어떤 상황이 안전한가 판단하면서 언제 어떻게 솔직할 수 있을지를 말이다. 그건 그냥이 안 되는 것 같다. 때론 그냥 하면 엉뚱해지고 솔직함이 들어있던 포장지를 벗기고 벗기다 보면 내용물이 이미 망가져있을 때도 있고. 그래서 아무튼 내 시간도둑은 망설이는 시간들 아닐까 이건 안돼. 여기까지야 라고 선을 긋고 그러면서 열려있는 척을 하고, 응 뭔지 알아 하면서 시도조차 안하고 일하느라 바빠서 보고 싶은데 목소리라도 듣고 싶은데 망설이는 손가락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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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버선 240127
최신유행을 따라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쌓여있는 트랜드메일함은 어쩌죠.. 너 내 도도도도둑이되라를 따라하고 싶었습니다. 또 일 얘기가 빠질 수 없었는데 연말연시에 읽었던 칼럼이 영향을 주었던 거 같습니다. 아 그리고 말티즈의 꿈님의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의 상태메세지에서도 큰 위로를 얻고 갑니당...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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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허지원의 마음상담소, 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18371
-냉소와 비관은 아무것도, 심지어 주변 사람의 생의 에너지도 남기지 않습니다.
-그러니 어려운 길로 가세요. 그게 더 어울립니다. 누구도 갈 수 없는 길로 가세요. 내가 왜 이런 것들을 감내해야 하는지 원망스러운 선택을 하세요.
지난 여름부터 수영장에 간다. 내가 다니는 시립수영장은 차를 타고 15분 정도 거리에 있다. 수강신청에 성공하고 싶은 마음에 경쟁률이 적은 새벽수영 반을 선택했다가 그만 성공해 버리고 만거다. 꼼짝없이 화요일과 목요일마다 아침 수영에 가게 됐다. 아침에 일어나는 게 자신이 없어 한 달이나 다닐 수 있을까 했는데 6개월이 폴짝 지나있다.
학교를 어떻게 다녔나 싶을 정도로 아침잠이 많았다. 너무 일어나는 게 싫어 집을 나섰다가도 학교 앞에 있는 친구네 집에 가서 더 잠을 자곤 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에너지가 솟아나는 사람이 있다는데. 잠에서 벗어나려 분투하느라 아침의 개운함을 도통 느껴본 적이 없다. 하루동안 천천히 기운이 차오르고 밤이 되어야 에너지가 가득 찬다. 아침을 떼어내다 밤을 늘리는 전형적인 올빼미 타입. 그런 내가 새벽에 수영을 가다니. 날 깨우는 일을 일찌감치 포기해버린 엄마도 깜짝 놀랐다. 너도 늙기는 늙나보더라고.
새벽 수영에 갈 수 있는 방법은 단 한가지다. 벌떡 일어나기. 5분도 더 누워있지 말고, 조금도 주저하지 말고 벌떡 일어나야한다. 일단 침대에서 벗어나기만 하면 그 날의 수영은 성공이다. 침대에서 벗어나면 바로 양치질을 한다. 화한 치약의 맛이 입안으로 번지면서 조금씩 잠을 깨운다. 포트에 물을 올려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집을 나선다.
1월의 새벽은 밤이다. 해가 뜰 기미가 없는 그냥 깜깜한 밤. 얼어버린 차에 앉아 시동을 켜고 차를 조금 데운다. 운전석과 조수석의 엉따를 켠다. 조수석의 엉따는 새벽 수영 동지 희를 위함이다. 희는 자전거를 타고 수영을 다녔다고 했다. 이 이른 새벽에 언덕을 두 개 넘어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에 가서 한 시간 수영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돌아오는 삶이라니. 게다가 저녁엔 헬스까지 한단다. 이게 철인 3종이 아니고 무엇인지.
아무튼 한 겨울에 자전거를 타고 수영장에 갈 수 없으니 오고 가는 길에 희에 집에 들러 함께 가기로 했다. 누군가를 나르는 미션이 더해졌으니 아침 수영의 성공률이 더 높아졌다. 희와의 약속 덕분에 수영장에 도착한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았는데도 우리보다 먼저 와 수영을 끝마친 사람도 있다. 새벽 6시 50분에도 샤워실은 붐빈다. 줄을 서 수영복을 갈아입고 수영장에 나가면 커다란 통유리 밖은 여전히 깜깜하다. 부지런한 사람들의 환한 웅성거림. 새벽 수영을 시작한다.
차가운 물에 퐁당 들어갈 땐 몸을 종종 거리게 되지만 한 바퀴만 돌아도 몸이 금방 익숙해진다. 추위며 나른함이며 모조리 잊는다. 겨우 50초 움직이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들지, 헉헉거리다보면 어느새 45분이 훌쩍 지나가 있다. 커다란 통유리 바깥도 어느새 밝아져있다. 아침이 훌쩍 와있다.
새벽 수영의 묘미는 지금부터다. 새벽에 나올 때 덕지덕지 껴입었던 패딩이며 털모자며 두꺼운 것들을 손에 걸치고 나온다. 젖은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난다. 추위를 느끼지 못할만큼 따끈따끈해진 몸에 찬바람이 닿는 순간. “역시 일어나길 잘했어.” 라고 동시에 희와 말한다. 아침 잠에서 훔쳐온, 기분 좋은 시간.
시간도둑이라는 주제를 듣고서 릴스와 쇼츠가 먼저 떠올랐다. 그래서 내 릴스와 쇼츠를 살펴보면서 그것을 묘사하려는 전략을 세웠다. 오! 릴스를 보고 묘사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편한 글쓰기인가. 그러나 예상과 달리 첫 릴스를 보기 시작해서 갑자기 1시간이 흘러버렸고, 뭘 하려고 했는지도 까먹어 버렸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묘사하기 위해 릴스를 더 자세히 보았다. 아이고 또 30분이 지났다. 이 전략은 실패다. 릴스와 쇼츠에 대해서 쓴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다시 루프에 빠져 버렸다. 정신을 차리고 다시 릴스에 대해서. 내 시간도둑에 대해서 써본다. 아니 싸운다.
최고의 시간도둑은 인스타의 릴스와 유튜브의 쇼츠. 정신을 차려보면 1-2시간이 지나가 있다. 집중을 하면서 봐서 그런지. 다 보고 나면 기운이 빠져있다. 정신이 털렸다. 손가락을 아래에서 위로 올리면서 뇌세포가 움직이는 흐름대로 가는 느낌이다. 요즘 유튜브 쇼츠에 많이 나오는 것은 건강, 근육과 유연성 강화 동작에 대해서 알려주는 뻔더멘탈이라는 유튜브 채널의 쇼츠. 몸의 유연성과 가동성 그리고 안정성을 강화하는 아주 짧은 운동 Tip이나 상식을 알려준다. 우락부락한 헬스보이의 몸이 아니라 근육도 있고 유연하고 건강하게 보이는 몸을 가져서인지 멋지게 보인다. 두번째로 많이 나오는 쇼츠는 마스터셰프 신동민의 생선 다루는 법. 생물의 고등어, 장어, 연어 해체하는 짧은 노하우가 계속 나온다. 인스타 릴스는 양상이 다르다. 건설현장이나 물건을 정리하는 공장에서 사고가 나는 영상. 도로 위 블랙박스 속에서 사고가 나는 영상, 멋진 카페나 공간을 소개하는 영상들.
왜 이 정신적인 롤러코스터에 매일 탑승하게 될까. 내리고 난 뒤에 느낌이 좋지 않다.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 뿌듯함과는 거리가 멀다. 편하게 휴식하고 이완된 느낌하고도 거리가 있다. 지쳐버리고 시간을 도둑 맞았다는 조금은 불편한 마음 뿐.
나의 블랙홀은 자꾸만 시간을 없앤다.
핸드폰만 들면 시간이 사라지곤 한다. 내가 주의하는 두가지가 있는데 바로 쇼츠(릴스)와 인스타다. 일을 하고 온 날이면 이상한 보상심리 때문에 핸드폰을 붙잡고 있다가 늦게 잠들곤 한다. 이상하게도. 핸드폰을 보는 게 쉬는 게 아님에도. 새로운 자극을 자꾸만 나에게 던져줘서 그런 것 같다. 손가락을 밑으로 쓸어내리기만 해도 새롭고 짧은 영상들이 나타난다. 10초 안에 재미를 느끼지 못하면 가차없이 다음 쇼츠를 찾으러 내려간다. 관심있는 주제가 아닌 쇼츠들도 금방 안녕.
요즘 일하는 곳에서 쇼츠를 만든다. 만들어보니 내가 어떤 쇼츠들을 오래 보는지 알게된다. 10-15초 사이에 영상의 중심내용이 무엇인지 알 수 있게 한다. 자극적인 부분을 가장 앞으로 보낸다. 길이는 짧게. 빠른 속도로 본론만 집중해 말한다. 조회수가 더 많이 나오기 위해서는 30초 가량의 짧은 영상을 만드는 게 1분짜리 쇼츠보다 효과가 좋다. 영상의 끝과 시작이 이어지는 루프형 쇼츠도 요새 뜨고 있는 방법이다. 사람들은 언제 동영상이 끝나는지 몰라서 두번 보다가 “어?이거 아까 나왔는데?”늦게 알아차린다. 속도감을 빠르게 하고 글자를 넣어서 그부분을 잡기 위해 여러번 보도록 유도할수도 있다.
쇼츠가 나의 시간을 몇번 훔쳐가고 나서는 인식했을 때 화들짝 하며 나오는 것을 택했다. 탐색탭만은 가면 안돼..! 다음으로 스크롤 하기 전에 나와야해...!!! 아니면 30초씩, 1분씩 야금야금 나의 시간을 뺏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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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되곤 인스타를 비활성시켰다. 사람들이 나를 볼 수 없는 곳으로 없어지고 싶었다. 작년엔 꾸준히 인스타에 글을 올렸다. 남들의 일상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었다.
인스타를 삭제한 첫날엔 인스타가 있던 폴더에 몇 번이나 손을 옮겼다. 아 맞아 나 인스타 지웠지하며 머쓱했다.
어제는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안부를 물었는데 전부 모르는 이야기였다. 누구 인도 갔대. 어디서 무슨 행사가 열렸었어. 한달도 안됐는데 모르는 근황이 한가득 쌓여 있다. 그동안은 나의 일상보다 남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더 많았다. 남들 소식을 잘 모르는 게 뒤처지는 것 같지 않고, 즐거웠다.
나는 사람이 파장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물건을 잡고 사용할 때 나도 그 물건의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핸드폰은 주변을 빨아들이는 블랙홀 같다. 내가 의도를 가지고 사용한다기 보다 그 안에서 휩쓸려 다니다가 나오는 기분이다. 어? 나 뭐하려고 했더라? 정신차리고 나면 시간을 빼앗기고 만다.
넷플릭스의 경쟁사는 나이키라고 한다. 사람들이 시간을 들이고 싶어하면 그 분야는 돈이 된다. 사람에게 시간은 한정적이고 결국은 그 시간을 어디에 쓰게 할 것이냐를 가지고 싸우는 것이다. 집에 앉아 티비를 볼것인가 나가서 활동을 하는데 시간을 쓸것인가. 넷플릭스의 경쟁사가 디즈니, 파라마운트 사가 아니라 나이키라니. 섬뜩해지는 대목이다. 내가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 시간은 누구에게 흘러가고 있을까
거창하다. 기껏 몇십분, 많아야 몇시간 떼어먹는 이것들에게 나라 팔아먹은 놈들을 갖다대는게 지나치다 싶으나, 이렇게라도 몰아세워놓고 봐야 홀랑 날려먹은 시간에 대해 핑계라도 대겠다.
첫째 도둑 나온다.
알람이 울리면 일단 끄고 한숨을 한번 쉰다. 입밖으로 하얀김이 나오는걸 확인하고 다시 눕는다. 도저히 이불 밖으로 나갈 자신이 없다. 작년 여름 엄마집에 다시 기어들어 온 후 다시 조우한 추위라는 도둑놈은 가뜩이나 빠듯한 아침시간을 홀랑 날려먹게 만든다.
누워서 20분, 후다닥 씻고 다시 이불로 뛰어들어와 10분, 세번째 알람이 울리면 온 용기를 끌어모아 드디어 밖으로..
사실 첫번째놈도 조금은 억울할것이다. 도둑놈이 자기 혼자면, 시간도 혼자서 다 빼먹고 충분히 만족한 상태에서 욕을 먹을텐데 세번째 알람으로 끝나버리니 말이다.
복실복실 요란스런 곱슬머리는 꽤 주의깊은 고데기질을 요한다. 씻고 말리고 옷만 입으면 끝날 외출준비가 머리를 처치하느라 또 한세월. 아이쿠 게다가 매직스트레이트로 눌러놓은 머리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으니, 조만간 미용실에서 반나절은 시간을 빼앗길 각오를 해야한다.
셋째놈이 나온다. 이놈은 시간도둑, 에너지도둑, 인성도둑(?).. 내포 출퇴근되시겠다.
장장 왕복 두시간이 넘는 거리를 달려 출퇴근을 하는것이다. 길에 흘리는 시간이며 기름이며 기력까지.. 보통 대도가 아니다.
게다가 자꾸 이상하게(?) 운전 하는놈들 때문에 화가 치밀어오르니 인성까지 덤으로 홀랑 잃고 만다. 그래도 이놈은 라디오 시사프로 청취, 밀린 업무연락으로 튼튼한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으니, 그런대로 견딜만한 도둑이다.
최고로 열받는건 네번째다. 이놈은 이름이 뭐냐... 산폐장이었다가 핵오염수였다가 정치인이었다가 산재사고였다가 하는 이것은 놀 시간을 빼앗는 최악의 도둑! 나도 양심은 있는지라 나름 근면하게 일을 하는데, 도가 지나친 이도둑놈들은 일상의 틈까지 훔쳐간다.
연차를 썼으나 철회하는 몸, 퇴근했으나 퇴근 못한 전화, 쉬고 있으나 쉬지 못하는 머리.
아, 분하고 원통하다.
망설이는 나, 라는 다섯번째 도둑은 때때로 아주 방탕하고 질이 나쁜 도둑이었다가 도 때때로 쓸만한 도둑질도 하고 있으니 잘 다독이고 훈련시켜서 근사한 의적으로 키워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