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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산공원 Aug 19. 2024

일주일치 방학일기

반 여름방학의 일주일이 지났다. 어떤 날은 방학이 무색하게 야근까지 했고, 어떤 날은 생활 계획표 선을 가로 질러 바닥에 퍼질러 있었다. 거실에 에어컨을 설치한 이후로 거의 모든 시간을 에어컨 밑 책상, 에어컨 밑 바닥에서 보냈다. 누워있다가 잠이 오면 잠을 자고 배가 고프면 밥을 해먹었다. 

금요일에는 엄마랑 아부지 집에 갔다왔다. 추어탕집에서 밥을 먹다가 추어탕에는 시래기가 들어가야 맛있다며 또 아는 체를 한다. 아부지는 웃기게도 30년 넘게 한번 차려본 없으면서 아직도 자기가 언제든 음식을 안다고 생각한다. 엄마가 시래기국 하기가 힘들다고 말하면, 그게 뭐가 힘드냐고 말려서 삶아서 바락바락 씻어서 된장에 무치고 끓이기만 하면 되지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자기는 요새 햇반 박스를 샀다. 엄마가 없거나 바쁠 끼니를 챙기기 위한 그나마의 노력이다. 쌀 씻어서 밥솥 안칠지도 모르면서 시래기는 무슨 시래기. 배고프면 햇반 먹지 말고 시래기 떼어다가 삶아서 바락바락 씻어서 먹으라고 타박을 놓았다. 그렇지만 아버지가 갈아준 밭에서 난 호박잎이랑 고추랑 오이랑 파를 바리바리 싸왔다. 멸치고추다대기 만들고, 온갖 야채 때려넣은 강된장에 호박잎을 싸먹었다.

부지런히 밥을 해먹고 질릴 정도로 설거지를 하고 맥주도 마시면서 기쿠지로의 여름을 봤다. 여름 방바닥에 찰싹 붙어서 보고 싶었던 영화. 소년의 표정이 항상 너무 굉장해서 웃음이 났다. 어쩜 저리 맑게 지쳐있누...쳐진 눈과 살이 오른 볼살이 합쳐진 표정이라 더 그랬다. 나도 눈에 부드럽게 힘을 주는 법을 몰랐을 때 꼭 저런 눈을 하고 살았다. 기쿠지로의 여름은 자꾸 길에서 멈춰졌다. 덕분에 토란잎도 쓰고 해바라기도 꽃고 걸었다. 걷다가 만난 뚱땡이, 대머리, 착한 아저씨와의 1박 2일 캠프는 나도 언젠간 꼭 해보고 싶다. 길에서 만난 아이에게 잘 해준다면 언젠간. 애들이랑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도 하고,, 좀 실컷 놀고싶다. 여름방학만큼 종종 하고 싶은 일이다. 언젠간 그런 일을 맨날 하게 되면 여름방학이 또 필요할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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