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주)단서와 조각

호두와글 시즌 1 마지막!

by 소산공원

힘내줘 나의 30대.

by. 탱


어느새 6월.

초등학교 4학년 무렵 나에게는 삶의 목표가 생겼다.

어릴때는 이 말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 몰랐지만 점점 커가면서 느끼게 된

‘책임질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이다.

어릴 때 느꼈던 ‘책임’ 이라는 단어와 지금 느끼고 있는 ‘책임’ 이라는 단어의 뜻은

많이 다르지만 꽤나 오랜 시간 나를 움직이고 지탱을 하게 만들었던 말이었다.

몸이 아픈 이후로 ‘책임’ 이라는 말은 나를 짓누른 느낌이었다. 예전처럼 하지 못했고

예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야 했으니까. 그 감정에서 벗어나는데 걸린 시간이 4년이다.

항상 의욕 없었고, 몸도 사렸고,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것 또한 하지 못했다.

자신감이 없었고, 밖에 있으면 누군가 나를 보고 수근 거리는 것처럼 느껴졌다.(지금도 간혹 그렇게 느낀다.)

하지만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용기를 주는 사람이 있었고, 아무렇지 않게

대해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친구들과 있는 거겠지.


친구들과 처음 호두와글을 하자고 했을때는 솔직히 걱정이 더 컸던 것 같다.

내가 과연 이걸 끝까지 해낼 수 있을까.. 지금이라도 못한다고 말을 해야 하나?. 하고 말이다.

내가 뱉은 말에 책임을 지자는 마음으로 첫 글을 썼던 것 같다.

처음은 너무 어색했었는데, 지금은 호두와글을 제외하고 짧지만 일주일에 최소 3번 이상은

일기를 쓰는 습관이 생겼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내 하루를 돌아보는 일은 아주 좋은 것 같다. 같이 하자고 해 준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

아직 해결해야 하는 일들이 산더미처럼 남아있고, 이것이 30대 삶의 무게인가 생각하면서

이제 나도 어른이지 하는 생각에 쓴 웃음 짓게 된다. 30대 중간의 삶을 살아오면서

수많은 선택과 결정이 나를 이 자리에 서있게 한거겠지.. 생각이 많아지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2022년은 어쩌면 나를 돌아보게 하는 터닝포인트가 아닐까 생각된다.

좋은 일들도 많이 있었고, 3년째 살고 있는 집에서 6월에 이사도 하고 직장도 새로 얻었고...

앞으로도 좋은 일들만 있으면 좋겠지만 삶은 내 계획대로 되지 않으니까... 번써 1년의 반이

지나갔으니까 조금만 더 버텨보자.

힘내줘 나의 30대.




호두와글 안뇽!

by. 빈


고등학생때부터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다이어리를 산다.

다이어리는 1분기 정도까지 잘 쓰다가 또 금방 귀찮아져서 그 뒤론 거의 새 다이어리가 된다.

매년 반복될 걸 알면서도 올해는 부지런히 다쓸거야 라고 생각하며 늘 다이어리를 샀다.

올 해 다이어리는 어디갔는지 모르겠다.

그러다 문구점에서 반기 다이어리를 파는 것을 보면서 나같은 사람이 만들었나보다 싶었다.

아무튼 열심히 세운 계획을 반도 못지키지만 계획을 세우는 자체를 좋아한다.

혼자 세우는 것보다 친구들과 둘러 모여 서로의 계획을 나누는 것을 좋아한다.

듣다가 좋은 계획이 있으면 오 나도 해야지 하면서 하나 추가 하고

그러고 나면 20가지가 넘는 계획들이 다이어리를 채웠었다.

언젠가부터 계획을 못지키는 것이 스트레스가 되어 몇년 전부터는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


약속했던 호두와글 마지막 주차이다.

이번에야 말로 예상을 벗어나고 싶었는데 예상대로 매 주 글을 쓰는 것은 실패했다.

그래도 친구들이랑 함께해서 이만큼이라도 쓸 수 있었다.

처음엔 잘 쓰고 싶어 나름 고민해서 다듬어가며 썼는데 나중엔 그냥 편한 언어로 쓰게 되었다.

유치한 수준이지만 편해야 바로바로 써지는 것 같다.

마지막이라 엄청난 걸 써야하나 했는데 그러다가 영원히 못 쓸 것 같아서

마지막이지만 생각나는대로 마구마구 쓰고 있다.

호두와글을 하면서 쓰고 기록하는 것에 대해 부담감이 사라졌다.

정답도 없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

얼마전 시내가 감정을 정리하거나 표현할 때 글로 쓴다는 말을 듣고

나도 하루에 한문장 이라도 써보려고 한다.

원래 기억력도 매우 안좋지만 나이가 들수록 시간을 흘려보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과거 일을 기억하기에는 머리가 현재 일을 감당하기 바쁘니까.


이 다짐도 오래가진 않을테고 건너띌 때도 있겠지만 그것에 부담가지진 않을 것이다.

호두와글은 마쳤지만 비니와글은 계속 써봐야지.

호두와글 네이밍도 참 잘 했네.

호두와글 안뇽!




비록 시작은 미약하지만 끝도 아주 미약한 이야기(2편)

by. 경주박


1편에서 꾸준하게 하지 못하는 것들을 적어보았었다.

헬스, 달리기, 블로그... 사실 꾸준하게 못 하는 것들은 더 많지만

뭐 더 적어봐야 입만 아프지 아니 팔만 아프지..아니 마음만 아프지^^

그렇게 의지박약 작심 3일인 나도 꾸준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들을 적어보며 나의 작고 소중한 꾸준함을 소개해볼까 한다.


첫 번째 책모임

22년 5월 현재 나의 책 모임은 3가지가 있고 그 성격이 다르다.

하나 하나 적어보자면

1. 직장에서의 책 모임(월 4회, 학습을 위한 목적)

2. 친구들과의 책 모임(월 1회, 아주 어려운 책을 같이 읽는 목적)

3. 교회안에서의 책 모임(월 1회, 생각 나눔을 위한 목적)

이렇게 보니 나는 책 모임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일까 싶다.

같은 성격의 책 모임을 여러가지 한다면 지루해서 그만 두었겠지만

다른 사람들과 다른 목적으로 하는 모임이라 매달 새롭고 재밌다.


두 번째 영화보기

사실 내 인생에 영화, 책, 음악, 일을 빼면 그냥 비어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 중 하루종일 할 수 있는걸 고르자면 무조건 영화보기다.

영화보는걸 언제부터 좋아했을까 생각해보면 전역하고 나서 뭔가 몰입하고 싶은 걸 찾다가 영화를 보게 되었던 것 같다.

정말 매달 적어도 4~5개 이상 보았고 왓챠피디아에 등록된 것만 800개는 넘게 평점등록 해놓았다.

아마 이 취미는 평생 꾸준하게 할 것 같다. 사실 적으면서도 뭘 적어야할지 잘 모르겠다.


세 번째 호두와글

호두구판장이 목적을 다 이루고 명예롭게 그만둔 뒤 재밌는 일이 없어진 친구들이 모여

글을 쓰기로한게 지금 이 글인 호두와글이었다.

아마 지금까지 10번정도 글을 쓴 것 같고 그 10번중에도 주제가 3번인가 바뀌었을정도로

꾸준히 쓰려고 노력했고 이제 이 글이 마지막 글이다.

내가 유독 글을 쓰는 걸 어려워 하는 이유는 애매한 완벽주의 성격때문이다.

완벽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알지만 완벽하지 않으면 시작하기 어렵고 특히 창작은 아주 고통스럽다.

그래서 내 이야기를 하면 꾸준히 적을 수 있을 것 같아서 지금까지 내 이야기를 적었었다.

창업이야기, 영화이야기, 일 이야기, 꾸준함의 이야기...

아무튼, 결국 마지막 회차까지 왔고 지금 호두와글의 끝을 적고 있다.


나의 작은 꾸준함이 미약함을 낳아도 그 미약함이 또 하루를 살아가게 하기에 또 다른 꾸준함을 찾아봐야겠다.

지금까지 썼던 글들은 나를 기록하기 위해 그리고 친구들을 삶을 목격하기 위한 글이었다고 생각한다.

비록 이 글이 마지막 글이지만 앞으로 서로 계속 목격하고 기억하고 기록해 나가야겠다.

끝맺음을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누군가 우리의 글, 두서없는 저의 글을 보고 있었다면 그동안 봐주셔서 감사했고 안온한 주말 밤 되세요:)




2022년 상반기 결산

by. 임카


어쩌다보니 6월..... 그다지 결산할게 없는 평-범-한 시간이었지만, 서른다섯짤의 상반기 결산


1. 천성이 운명이에요

올 초엔 어쩌다 점(?)을 보게 됐다. 제대로 뭘 본 적도 없으면서 사주 사주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사람... 바로 나...!

우리는 가끔 이해되지 않는 현상을 접할 때 신비한 무언가를 찾지 않나, 예언이니 음모니 우주선이니 따위의 것들....

마찬가지로 도저히 알 수 없는 내 인생이나 스스로도 이해하기 힘든 내 성격 같은 것들을 설명하거나 받아들이게 하는 데 사주만큼 유용한 것이 없다!

아무튼, 무지 유명한 선생님이 있는데, 3인 이상 팀을 짜야지만 출장을 나오시는 용한 분이라나.... 신년 운세는 음력으로 새해가 오기 전에 봐야 한다나.....

1월의 어느 날, 그렇게 나도 모르게 스르륵 3인 중 1인이 되어 반포 터미널 앞 투썸 플레이스에 앉아 있었다..........


알고 보니 사주가 아니라 점을 보시는 분이었고, 이름과 생년월일을 듣자마자 혼자 중얼중얼 거리더니 갑자기, 마치 시를 읊듯 나에 대해 읊기 시작했다. 그렇게 들은 이야기들은 1도 새롭거나 놀랍지 않았고, 뭐 대단한 개시 같은 것도 없었다.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흘러온 대로, 흘러가는 대로 일 것만 같았다.

그래도 뽕은 뽑아야겠다는 생각에 인생 잘 풀리려면 뭘 해야 하냐고 묻자 선생님께서 이르시길,


"먹는 거 혼자 먹을 수 있어요? 옆에서 힘든데 남 일 보듯 하며 살 수 있어요? 천성이 운명이에요. ("아니 그럼 이런 걸 왜 봐요?") 천성을 직시하라는 거에요. 내가 가진 걸 갖고 나 답게 살라는 말이에요"

이게 무슨 힐링 계열의 자기 개발서, 인생멘토 같은 말씀이시죠.. 그치만 기분이 나쁘진 않았다. 몇만원을 주고 이미 알고 있던 걸 확인한 날, 특별할 건 없었지만 나대로 잘 살고 있는 것만 같아서 조금 안도감이 들었던가.


2. 붉고 다정한 눈

작년 겨울부터 새 직장으로 출근을 시작하면서 정식으로 운전이라는 것을 해보게 되었다. '천성'이 쫄보인 사람에게 운전은 너무나도 무서운 일..

차선을 변경하는 일은 가능하면 하고 싶지 않은 일이었다. 대체 언제 끼어들어야 하나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고 타이밍을 잡느라 속도를 늦추면 내 뒤로 줄줄이 민폐를 끼치게 된다. 사거리에서 우회전을 하는 것도 무서운 일이다. 좌측이나 맞은편의 차들이 신호를 받아 내가 진입하려는 방향으로 밀려오면 쉽사리 끼어들지도 못하고, 또다시 내 뒤에서 우회전을 기다리는 차들을 가로막게 되는,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모든 차들이 다 나만 쳐다보는 것 같다, 괜히 혼나는 것 같아. 아, 도로에 차들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

하지만 이렇게 막막한 기분이 들다가도 조금 지나면 신기하게 어느새 도로에 녹아들어있는 느낌, 도로 위 수많은 평범한 차들 중 하나가 된 기분이 되곤 한다. 방향지시등을 켜면 속도를 늦춰주는 것, 신호가 없는 교차지점에서는 직진차가 우선인 것 등등. 이 당연한 것이 새삼스럽다. 다른 차가 운전을 잘 할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도저히 차를 굴릴수가 없을 것 같다. 어떻게 서로를 믿고 이렇게 할 수 있지? 어 그러고 보니 나도 신뢰 받고 있는, 지금 이 순간 이 도로 공동체의 일원이군! 하는 조금 바보스러운 생각도 하면서.


사실 가장 고역은 오히려 차가 한 대도 없는 어두운 도로를 달리는 일이었다. 낯선 길, 낯선 차, 낯선 운전. 가뜩이나 좁은 시야 끝에 어떤 길이 있을지 가늠이 되지 않아 함부로 엑셀을 밟을 수가 없다. 어쩐지 고독한 기분으로 주행하다가 마주 오는 차를 지나치거나, 앞선 차를 발견하면 붐비는 도로 위에선 그렇게 불편하던 다른 차라는 존재가 눈물 나게 반갑고 고맙다. 앞서가는 차의 붉고 다정한 눈. 그 눈에 눈을 맞추며 앞으로 나가다 보면 어느새 밝은 길로 나와있다. 이게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차들 덕분에, 오늘도 무사히 하루를 마친다.


3. 원래 그랬다

우스개소리로 성수기가 시작됐다고 한다. 선거철이기도 하고, 여하튼 부쩍 기자회견이 늘어난 느낌이다. 사실 별다를게 있나 싶기도 하다. 일하다 사람이 죽어도, 여기 좀 봐달라고 사람이 굶어도, 울부짖으며 사지가 들려나가도 눈 깜짝하지 않는 세상, 정권이 바뀌어서 갑자기 시작된게 아니지 않나. 원래 그랬다. 그래도 걱정스러운건, 세상이 망가지는 속도가 더 빨라질까봐.


지난주에 몇 개의 단식 농성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우리가 진 게 아니라고, 더 잘 싸워야 되니까 내일을 위해 물러선거라고 말을 하지만 속상하다. 단지 원하던 결과를 보지 못 해서가 아니라, 절박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철저히 무시당한 것 같아서 분하다.



4. 와글와글 호두와,글

이번이 아마 열다섯번째 호두와글. 개근을 하지 못했다. 한 주에 한 편 쯤은 뭐라도 끄적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을 하고 사는 일도, 생각을 풀어내는 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글을 시작할 땐 피아노 일기, 고마웠던 이야기를 써야지 했었다. 한 다섯번 쯤 쓴 후로 그때그때 생각나는 일들을 쓰는 것으로 바뀌어버렸지만. 지금까지 쓴 글들을 보니 은근 가족 이야기와 일 이야기가 많다. 일 다운 일 이야기는 없지만, 일상도 관심사도 온통 일과 떨어질 수 없으니.. 노동절도, 세월호도, 5.18도 다 일 이야기가 아닌데 나는 꼭 일 이야기를 쓴 것만 같다.

얼마 전 소산은 사람을 계속 보다 보면 그 사람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대충 보인다고 했다. 나는 어떤 것 같냐고 하니 "응, 넌 일을 아주 잘 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있어"라고 했었지. 맞아, 나는 정말 인정욕구가 강한 사람이야. 일을 잘하고 싶고,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싶고. 마감이 임박해 나오는 대로 써낸 호두와글 속엔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만은 알아볼 수 있는 내 모습이 담겨있다.

보통은 늦은 밤에 글을 쓰고, 나는 밤엔 대체로 기분이 가라앉아 있으니, 그런 상태에서 쓴 글은 무거울 것 같았다. 게다가 일이나 사회적인 주제가 조금이라도 묻어있는 글을 쓰다 보면 너무 징징 대는 건 아닐까, 불평하는 글만 나오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했다. 나는 일을 좋아하는 만큼 일 때문에 마음이 아픈 날도 많으니까. 모아놓고 보니 밍숭맹숭 별거 없는 글들이다. 쓴지 좀 지난 글들을 다시 보면, 내가 나를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는 느낌이다. 밍숭맹숭하다.

매주 친구들의 글을 엿보는건 즐거운 일이다. 꽤 오래 알고 지냈는데, 새로운 모습을 발견하는 기분이다. 귀엽고 웃기다. 가끔은 미안해질 때도 있고, 신경이 쓰이기도 한다. 말로 오고가지 못하는 것들이 오고가는 느낌이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단서와 조각들을 많이 주워 모아둔 것 같아서 좋다.

자주 실패하면서도 더 좋은 사람이 되려고 분투하는 친구들이 고맙게도 곁에 있다. 감히 나는, 이 친구들을 내 자랑이라고 말하고 다닌다.


이쯤 하고 싶은데, 상반기 결산을 어떻게 끝내야 하지.....

예로부터 마무리는 급 희망과 다짐의 메세지 아니던가.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찌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갈라디아서 6:9)




마무리는 해야지

by.시내


작년에는 나 스스로에게 나를 증명하겠다며, 꾸준히 하는 것에 집착했었다. 나름의 결과물도 손에 쥐었고 그게 좋았다. 올해도 꾸준히 나를 증명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습관이 되면 어렵지 않을거라고 조금씩 하나씩 해야할 것들을 더했다. 하지만 어느순간 부대끼기 시작했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겹겹이 하려고 하는지, 길을 잃은 기분이었다. 중요했던 것들이 중요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왜 작업이 하고 싶었더라, 왜 그림이 잘 그리고 싶었지, 얼만큼 그리면 잘 그리는거지? 무슨 글을 써야할까. 이걸 일주일에 한번씩 해내면 나한테 뭐가 돌아오지? 초반에 야심차게 작업에 대한 이야기들을 하겠다더니, 작업도 글도 놔버렸다. (이모티콘 제안의 실패가 한차례 있었고, 그 이후엔 하다 만 작업들만이 남았다.) 그냥 흘러가듯 쓰는 일기가 아니고서야, 어떤 흐름이 있는 글을 쓰는건 너무 어렵다. 그래도 마무리는 해야겠지 싶어서 15주간 글을 쓴 소감을 적는다. (땡땡이를 많이 쳤다.)


솔직히 홀가분하다! 언제나 마감이 있어야, 무언가를 해내는 힘이 생기지만. 나는 당분간 자유의지가 생길때까지 무언가를 다짐하고 싶지 않다. 그냥 마음가는 일이 생기기를 기다려야지.


우리가 아닌 누군가가 내 글을 봤을까? 15주동안 너무도 허술한 글들을 흘려보낸것 같아 부끄럽다. 그래도 언니오빠들이 무슨생각하고 사는지 조금은 엿보아서 재밌었다. 그리고 누군가 호두와글을 지켜봐왔다면, 얘네들이 또 뭘 할지 아주 쬐끔이라도 궁금해 해주면 좋겠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또 다른 재미있는 일로 나타날 수도 있으니까. 아닐수도 있고..




다정으로 이겨내는 이야기

by. 산


1.
시장에 갔다. 간판을 구경하며 지나가는데 좁은 골목길에 쌩하고 달려오다 자전거가 핸드폰과 지갑을 든 내 손을 툭하고 치고 갔다. 아파서 소리를 지르곤 떨어진 물건을 주으며 운전자를 노려봤다. 자전거를 멈춰 세우지도 않고 뒤돌아보더니 고개를 까딱하곤 그냥 쌩하니 지나갔다. 당장 달려가서 뒷바퀴를 차고 욕을 할까, 소리를 질러 면박을 줄까 생각을 하다 그만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손목을 쓰담으며 마음을 달래고, 국수를 먹고 다니 금새 화난 마음이 사라졌다. 쉬운 분노였다.


'나의 해방일지'가 끝났다. 즐겁게 봤지만, 사실은 잘 이해할 수 없는 답답함이 있었다. 왜 이렇게 속을 끓이면서 살아낼까. 왜 이렇게 다들 화가 나 있는걸까.

미정은 자신의 돈을 갚지 않은 전 남친을 죽도록 미워하면서도, 그가 돈을 갚으면 미워할 존재가 사라질까 두렵다. 한편으론 미운 사람을 형편없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버티고 서 있는 자기 자신 또한 미워한다. 화를 내기 위해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마지막 화에 미정은 아주 사소한 계기로 전 남친에게 작은 도움을 주게 된다. 숙고하지 않아도 되는, 자연스럽고 짧은 대접을 하고난 후 미정은 비로소 화난 자신에게서 벗어난다. 나도 베풀 수 있는 사람이구나. 용서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미정의 해방은 아마도, 그 순간 시작된다.


사주에 화가 없어서 그런지, 나는 마음에 사소한 불똥이 하나 떨어지면 몹시 괴롭다. 화는 다루기 힘든 감정이어서 일단 맞닥드리게 되면 멈추고, 화를 내면 벌어지게 될 일들을 상상한다. 화를 내고 사과를 받으면 마음이 후련해질까? 화는 밖으로 활활 태우고 나면 사라지는건가? 하지만 오랫동안 나의 괴로운 기억들은 밖으로 화를 뿜어낸 날들 속에 있다. 몇 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는 그으름. 아무래도 화는 밖으로 끄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러니 마음 속에서 타오르는 불씨를 끄는 방법은 사실 화를 내거나, 용서를 하는 방법뿐이다. 화를 낼 수 있는 순간을 지나치고 나면, 용서할 수 있는 존재가 된다. 창희의 말처럼, 나는 내가 말을 삼킬 때마다 단단한 사람이 된다.


2.

언젠가 화가 많이 났던 시절에. 뱉는 것이라곤 온통 욕과 화와 미움밖에 없는 시간동안 나의 해방을 도와주었던 고마운 친구들이 있다. 몰캉몰캉한 개불을 매일같이 먹어주던 다정한 친구들. 추앙까진 아녀도, 내가 어떤 존재여도 나를 받아들여줬던 고마운 친구들.


그 친구들과 한 계절동안 글을 썼다. 평소에는 자주 만나지도 연락하지도 않지만 글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연결된 기분이었다. 자꾸 답장을 쓰고 싶었다. 나는 글을 쓰는 시절 사실, 자주 슬프고 화가났다. 온통 힘든 시절의 기록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힘들지 않았을 때도 있었나. 그럼에도, 무너지지 않았다는 결말. 우리의 이야기가 결국엔 다정으로 이겨내는 이야기였음 좋겠다.





호두와글 첫 시즌의 글을 마칩니다. 누가보든지 잘 모르겠지만 우리를 목격해주어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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