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이틀 잘 때 선풍기를 틀어놓으면 춥다. 웅이와 나는 얇은 이불 4개를 꺼내어놓고 산다. 이불 두 개가 있으면 두 개를, 세 개가 있으면 세 개를 다 내가 뺏어 가기 때문이다. 있는 이불을 다 꺼내놔야 겨우 웅이가 하나 정도 덮고 잘 수 있게 된다. 아무튼 새벽에도 이불은 정신 없이 오가고 몇 번씩 추워서, 더워서 잠을 설친다.
낮에는 정산서류를 준비하는 김에, 법원, 은행, 우체국에 가느라 진이 다 빠졌다. 카드 발급 때문에 간 은행에서 두 번이나 그냥 돌아왔다. 준비 서류 어딘가가 구멍이 나있어 번번히 실패한다. 이게 뭐라고 참.한 때 아부지가 은행원과 행정공무원을 준비하라고 떠밀었던 날들이 떠올랐다. 아부지 말 들었다면 직장에서 큰 사고를 치거나, 그걸 수습하느라 세월을 보냈겠지. 나를 알고 아부지 말 안 듣고 산 게 얼마나 다행인지 새삼.
여튼 들어와서 원고에 들어갈 사진들을 정리하는데 사업담당자가 모든 순간에 다 걸쳐있었다. 이 사람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구나. 가끔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질 때가 있는데, 반대로 어떤 경우에는 묘한 감동과 자극을 받게 된다. 최선이란 말이 과잉되어 때론 조롱당한다해도, 최선에는 확실히 힘이 있는 것 같다. 격려이자 존경의 의미로 카톡을 보냈는데 "나 진심이에요........."라는 말이 돌아온다. 진심이라는 말. 일이 뭐라고 진심까지 담을까 싶은 생각과, 이왕하는거 열심히 한다는 태도 사이에서 늘 기울여지는 것은 애정을 담아 애쓰는 무언가에게 있는 것 같다. 아직은 일을 재밌게 할 수 있겠다는 뜻인거다.
공도도서관에서 김수영 시 깊이 읽기 zoom 강의를 한다기에 신청해놓았는데, 한시간 넘게 진도 하나 안 나가고 뻘소리... 다 못 듣고 결국 집에 돌아와 가볍게 먹고 산책을 나갔다. 조금 걸으면 빗방울 후두둑. 다시 후두둑. 비구름 속에서 걷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길에 못 참고 또 맥주 한 캔씩 까서 걸어옴. 여름엔 정말 맥주에 든 영양소만으로 사는 것 같다. 그래도 버티는 거 보니 맥주 완전식품... 훌륭해...
요샌 청춘시대2를 다시 보고 있다. 다시 보니 시즌 2를 관통하는 주제가 "내 생각보다 더 별로인 나"인 듯하다. 내가 무심코 휘두른 주먹에 상처받을 누군가와 그 무심코를 찾아가는 이야기. 요새 나의 화두이기도 한. 나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는 컴플렉스에 갇혀 사는데, 요샌 좋은 사람이 될 수 없단 생각이 자주 든다. 이미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실은 받아들이고 있는거보다 훨씬. 훨씬 더 안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까 양다솔의 글처럼 '좋은 나'이고자 하는 의지를 내려놓고, 내 바깥에서 자꾸만 관찰하고 싶어진다.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