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희일비_10.04

by 소산공원

올 해 나의 단어가 있다면 일희일비가 아닐까.

하루 안에 기쁨과 슬픔을 마구 때려넣은 것 같은 일상들. 하루치 일희일비를 삶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냥 그런 슬픈 날도, 기쁜 날도 있는 것. 일희일비로 방향을 판가름하지 않는 것.


고된 낮을 지낼수록 충분한 밤을 보내려 한다. 산책과 좋은 음악과 술과 짧고 아름다운 문장들을 읽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일이 많은 것은 어찌되었든 시간을 견디면 되는 일이라서, 아무래도 괜찮지만. 디자인의 방향을 잡지 못할 때, 서로가 눈을 감고 더듬는 순간들이 올 때가 가장 곤욕이다.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이해했지만 내가 그것에 닿을 수 없을 때. 도저히 내 선에서 할 수 없는 일이라 시간과 돈이 필요할 때. 서로의 사정을 이해하다보니 결국엔 촉박한 채로 서로 많은 것을 포기하며 이도저도 아니게 될 때. 이런 소통이 꽤나 오래 이어지고 있는 일이 있다. 전에는 이런 과정이 전적으로 나의 능력부족이라고 느껴져 정말 오래 멀리 도망치고 싶었지만. 지금은 좀 인정하는 편이다. 도망치고 싶은 나는 그대로 두고 나머지를 좋아하는 일에 기대기.


집에 오자마자 옷을 갈아입고 산책을 나간다. 안성천을 걷는 1번 코스, 2-1번 코스, 2-2번 코스가 있었는데 최근에 3번 코스를 개발했다. 집에서 나와 걸으면 딱 1시간 20분이 걸린다. 3번 코스는 상류라 물이 꽤 풍부해서 찰랑찰랑을 보기에 좋다. 어젯밤에 쏟아진 비로 강이 많이 불어있어 오늘은 출렁출렁. 퇴근하면서는 늘 '오늘은 정말로 술을 먹지 말아야지' 다짐을 하는데, 산책을 하고 돌아오는 길엔 집 앞에 편의점에 마치 무빙워크가 깔려있는 것처럼 자동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진짜 깊은 몽골 초원에 살지 이상, 나는 글러먹었다.(이 생각도 옳지 않아 가양주 장인이 되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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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밤의 아름다운 문장은, 지연이 올려주신 신부님 인터뷰 안에. 보고 또 마음이 짠해져서 성당에 가고 싶어졌다. 올해 나의 두번째 단어가 있다면 지연....일까. 그를 섭외한 나의 안목 정말 칭찬해... 나는 아무래도 실속없는 일복을 가졌지만 사람의 알맹이를 오래오래 간직하는 복은 있는 것 같다. 그게 어떻게든 나를 키우니까. 때마다 다정한 사람들이 등장해 쏙쏙 도움을 주니까, 그냥 감사하게 냠냠....


그렇니까 이 실속없는 일들을 위해 지치지 않아야한다. 이건 나의 일종의 용기와 책임. 체력을 기르자! 일기의 10% 지분을 차지하는 연꽃님도 말하셨다.

명랑해야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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