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거제 워크숍_10.06-7

by 소산공원

일을 집중해서 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와중에 부산, 거제 워크숍. 아침에 사과나무에 들러 못한 일을 약간 처리하고 청주로. 청주는 가로수길 덕분에 천안보다 50배정도는 매력있는 것 같다.


영길샘이 운전을 해준 덕분에 차에서 모자란 참을 배우며 부산으로. 숙소에 도착하고 곧장 일을 좀 하다가 바닷가에 맥주를 챙겨 나갔다. 몽돌 해수욕장에 돌 굴러가는 소리를 들으며 바다 멍. 나의 유일무이한 돌은 이 곳에선 얼굴도 못 내밀 것 같다. 형형색색의 무늬를 가지 돌들이 잔뜩. 욕심을 내려놓느라 혼났지만, 결국 몇 친구를 데려오게 되었다. 돌은 정말 이상하고 아름다와! 돌을 고르고 있는데 나들이를 갔다온 친구들이 돌아왔다.


연말에 바쁜 이유는, 일년짜리 프로젝트를 연말에 몰아서 하기 때문이겠지? 왜 같은 실수를 3년째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만, 여하튼. 편집장의 권한인 쪼아댐을 열심히 해보아야겠다. 난리법석 프로젝트를 하면서, 어떤 날에는 내가 도대체 이걸 왜 하고 있는지, 진심으로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지 종종 생각하게 되지만. 이렇게 회의를 하고, 직접 만나러 다녀온 이후에는 어김없이 좋다. 나는 다른 멤바들에 비하면,, 운동에 대해 좃도 모르지만 그냥 곁에 있고 싶어서 함께하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존경하는 고마운 사람들 곁. 그 곁의 곁을 지키고 싶다는 명분만으로는 충분한 것 같다. 덕분에 이리 바다도 보고!


밥을 먹다 잠깐 나가 일 때문에 통화를 하는데 눈에 모기를 물렸디. 눈 뜬채로 당한 것이 너무 억울하다. 이상하게 퉁퉁 부워 회의록도 적지 못하고.. 동료들이 아이스팩과 따뜻한 물수건으로 여러번 찜질을 해주며 돌봐주었다. 돌이 울리도록 맘껏 운 밤을 보내고. 설해샘과 대화하면서 올해 나를 괴롭혔던 묵은 숙제들을 풀어냈다. 아 상쾌해! 결국엔 나를 계속 돌아보아야하는 일이다. 무엇보다는 조금 더 나를 돌보는 방향으로, 내가 다치지 않아야 이 숙제들을 해결해나갈 수 있을 것 같다. 말을 하고 나니 정말이지 마음이 후-련. 이래서 사람들은 고민 이야기를 하는거로군!


3시에 잤는데 또 7시 30분에 눈이 번쩍 떠지고. 텀블러에 차를 담아서 전날 봐두었던 숙소 뒤 대나무 숲으로. 더 깊게 들어가고 싶지만 30cm마다 왕거미집이 달려있다. 처음에 두어개를 부수고(미안)들어가다가 결국 포기. 돌아오는 길에 약간의 재건을 도왔지만 소용없는 짓이겠지? 바다를 둘러 등대 근처까지 갔는데 들어가는 길이 막혀있다. 대신 옆에 작은 전망대가 있는 망봉산이 있어 올랐다. 찬물뜰전망대. 이름도 아름다워라. 구름이 많아 바다색이 짙었는데 갑자기 멀리 보이는 섬 인근에서, 작은 틈으로 햇빛이 세어나와 바다가 하얗게 반짝였다. 그렇게 빛틈이 생겼다 사라졌다를 몇 번이고 반복. 하얀 돌고래떼 같은 느낌.



돌아와서는 인터뷰를 위해 가덕도로 넘어갔다. 거제에서 가덕도-부산으로 가는 길의 통행료는 무려 만원. 해저터널을 지나간다고 하는데 믿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바다 아래로 들어왔다고? 지금이 수심 36m라고? 기왕만드는 거 창문이라도 내었으면 좋으련만.


이번 워크숍의 목적은 회의도 있지만, 가덕도신공항 반대운동을 하는 분들의 인터뷰를 위한 것. 넘어가자 마자 엄청나게 너른, 아름다운 바다를 볼 수 있는 전망대를 만났다. 가덕도의 작은 마을 역시도 소박하고 아름다운 곳. 가덕도는 20년 전부터 신공항 문제로 골치를 앓았던 동네. 2019년에 민주당이 균형개발을 이유로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만들며 개발을 선언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개발이 제한되어있던, 다리도 놓여지지 않아 배로 이동해야만 했던 작은 섬. 덕분에 주민들이 전통적으로 숭어잡이를 해오던, 낙동강에 끝자락에 있어 늘 철새들이 날아오던, 동백나무가 꽃을 피워내지 않아도 될 정도로 평안했던 숲이 있는 섬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특별법 이후로 한시적으로 개발 제한이 풀리고, 갑자기 서울에서 사람을 가득 태운 버스가 내려와 마을의 이곳저곳 땅을 사대고 건물을 짓기 시작했단다. 국가가 온 나라의 땅을 투기장으로 만들고 국민들을 투기꾼으로 만들어낸다는 말.


가덕도는 소탈하고 아름답지만, 침략의 역사가 길다. 일제시대 러일전쟁 때 병참기지로 사용되게 되어 주민들이 쫓겨나게 되었고, 해방 이후에 고향으로 들어온 주민들은 살 곳이 없어 일본식 건물에 이어살게 되었다. 이것은 나라의 재산이라 주민들에게 재산권은 없으니 공항이 지어진다면 이들은 보상조차 받지 못한 채 맨몸으로 쫓겨나게 되는 것이다. 보상이라는 말 앞에, 죄 짓는 것도 아닌데 쪼그라들게 되는 마음은 요상하게 범벅된 언론의 탓이겠지. 방치된 것도 아닌, 돌보아지고 있는 것도 아닌 이상한 유산이 마을의 곳곳에 일상의 흔적들을 그대로 묻힌 채 살아남아있다. 옛 일본 우물터 안엔 지금도 끌어쓰는 듯한 바가지가 담겨있고 일본식 가옥 벽에 신발과 빨래들이 널려있다. 차라리 이렇게라도. 시간이 흐르는대로 그냥 두면 좋으련만.


새로운 공항부지가 될거라는 새바지 항을 가보고, 어떻게 이렇게 아름다운 공간을 보고도 공항을 짓겠다는 생각이 들 수 있는건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떻게 산을 깎아서 바다를 메울 생각을 할 수 있는건지. 어떻게 이렇게도 탐욕스럽고 눈 먼 것이 사람 안에 존재할 수 있는지. 너른 바다가 보이는 대항전망대에 찾아 와서 먼 거제 바다를 한~~참을 바라보던 이재명이 그날 밤, 주민대책위가 쓰던 플랜카드(공존을 위해 가덕도 신공항을 반대합니다)를 그대로 베껴와 '공존을 위해 가덕도 신공항을 찬성합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는 말은, 올해 들었던 말 중에 가장 징그러운 말. 누구와 어떻게 공존하며 살고 싶은걸까. 엑스포가, 공항이, 지금같은 기후위기 시대에 정말 더 필요한 것일까? 갑자기 나의 사랑스러운 모든 여행들이 탐욕스럽게 느껴졌다. 왜 한달벌어 사는 내가 겨우 가는 여행에 이런 감정을 느껴야할까.


산을 깎아 땅을 메우고, 그 틈에 집을 지어 보상을 챙기고, 공사로 돈을 벌고, 오갈 수 밖에 없는 길목에서 통행료를 받는 것이 실속이라면. 그냥 무지랭이로, 웃는 강아지와 하얀돌고레떼와 상냥한 친구들과 덕지덕지 속없이 사는 편이 훨씬 좋겠다. 왜 사람들은 내 맘같지 않은걸까.


아무튼 이 길고 긴 답답한 인터뷰를 글로 적어야하는 10월. 놀 것도 할 것도 많은 10월에 번쩍번쩍. 하나의 글을 더 쓰려했는데 이건 실패한 것 같다. 눈이 또 감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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