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마음
드르르르, 드르르르.
전화기에서 울리는 진동소리. 스팸이 너무 많아 모르는 번호는 잘 안 받는데 그날따라 뭔가 익숙한 느낌이라 전화를 받았다. 얼마 전 네이버 카페에 올라온 댓글 이벤트에 당첨되었는데 그 댓글이 괜찮았는지 업체에서 물품을 제공할 테니 후기를 남겨달라는 내용이다. 내 닉네임은 국물의 여왕인데, 내 댓글은 국물을 줄이면 날씬해질 수 있을까요? 였다. 얼큰한 국물음식을 좋아하는 내 살은 나이와 함께 늘려만 봤지 줄여본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물품이 다이어트 식품이라 무조건 해본다고 열심히 해본다고 대뜸 승낙했다. 굴러온 기회는 잡아야 하니까!
이번 주 일요일은 아들 녀석 생일이다. 분명 많이 먹을 테니 주말 끝나고 월요일부터 시작해야지 하고 시작하는 날짜를 결정했다. 그리고 무슨 거창한 거라도 하듯 제일 좋아하는 케이크와 음식을 미리 주문하고 계획했다. 꼭 아이 낳기 전 마지막 음식 먹는 산모처럼.
그렇게 4월 28일 월요일 첫 스타트를 시작했다. 그리고 칸쵸를 좋아하는 둘째 녀석이 기침을 시작했다. 어? 지나가는 감기겠지 했는데 다음날 학교에서 구토를 하고 하교 후 열이 나기 시작했다. B형 독감이었다. 그리고 그다음 날 아들 녀석이 같은 질병으로 열치레를 하기 시작했다. 아이고야 내 살이고 뭣이고 해열제, 감기약 먹이기가 바빴다. 체험물품이 아니라 애들보느라 진이 빠져서 2킬로 가까이 체중이 줄었다. 엄마는 아프면 안 돼라는 생각에 비타민과 영양제를 챙겨 먹어서인지 정말 감사하게도 나는 독감이 옮지 않았다.
아이들이 열로 학교에 안 간 지 일주일이 가까워질 무렵, 열이 내리면서 식욕이 돌아왔고 나도 챙겨주다 보니 같이 먹고 더 먹게 되었다. 다이어트 식품은 그 사이 잊혀졌다. 빠졌던 체중은 원상복구가 되었다. 너희가 살아지니 내가 긴장이 다 풀린다. 진이 빠진 마음도 여유로워졌다. 마음은 체중과 비례하는가? 엉뚱한 자기 합리화도 해본다.
체험식품은 하루 먹고 안 먹었으니 내일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조깅부터 하기로 계획했다.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시작이 쉬운 나는 마무리가 약한 사람이다.
이번 여름에 내 뱃살은 출렁이지 않을 수 있을까? 조금만이라도 단단해질 수 있을까?
마음만이라도 더 단단해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