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물을 데치며
"이거 못쓰겄다!"
갑자기 거실에 큰 소리가 난다. 또 뭐가 울 아부지 심기를 건드린 걸까? 요즘 부쩍 화내는 소리가 잦아져서 깜짝 놀라는 나다.
"아..., 왜에~?" 눈을 두근대며 물어보았더니,
"자꾸 땡겨서~!" 란다.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손수 데친 두릅을 초장에 찍으며 웃는 곧 여든의 아버지.
4월의 봄은, 맨발로 산을 타기에도 좋고, 취며 머위며 고사리며 봄나물 뜯으러 다니기에도 재미지다. 물론 산에 도사가 된 우리 부모님에 한해서다. 나는 그 산을 따라다니기에도 헉헉대고, 아무리 봐도 이게 풀인지 나물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얼마 전엔 텃밭 웅덩이에 돌미나리인지 불미나리인지도 심어서 나름 양식을 하고 계신다. 누가 말릴 수 있으리오. 저리 행복해 보이는 것을.
집에 와서 취나물을 데치고, 무치면서 생각한다.
'아빠가 따주는 두릅을 난 몇 년이나 더 먹을 수 있을까?'
따는 거 배워야지 배워야지...... 하면서도, 두릅을 씹으면 씹을수록 목이 맥히는 봄날이다.
자식들 주신다고 작은 텃밭을 꾸리며 대파며 양배추 등을 심고 이번 주말엔 옥수수 모종을 심는다. 성질 급하게 챙기고 밭에 간다는 할아버지를 따라 같이 간다며 아이 둘이 일어선다. 모종 심는 걸 도와드리니 아부지는 신이 나서 이렇게 하라며 아이들에게 물 주는 법, 호미 쓰는 법을 알려주신다. 멧돼지가 작물을 건들 수 없게 철사 울타리를 만들어놓은 아부지의 지키려는 마음이 밭에 묻어난다.
아들내미의 방과 후 수업이 3시 40분에 끝나고, 그사이 바나나 하나라도 먹이려고 기다리면서 3시부터 끄적인다. 날 닮아 성질 급한 아들 녀석은 그사이 벤치에 앉아있는 나를 보지 못하고 학원에 도착했다는 알림을 울려댔다. 다시 내려오라고 전하고 내려온 아이에게 하나만 먹고 가라고 달랜 후 보내본다.
시간이 금방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