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물
여름이면 꼭 먹어야 하는 음식이 있다.
무엇이 있을까?
10년 또 10년 거꾸로 시간이 흘러간다. 푸릇푸릇한 대학로에 모든 메뉴가 3500원짜리인 저렴이 백반집이 있었다. 다 허물어져가는 지붕을 가진 그곳에 여름에만 파는 국수가 하나 있었는데 그 위에 올라간 새빨간 수박 조각 그리고 얇게 저민 달달한 배가 아슬하게 봉긋한 면 위에 올라가 중심을 잡고 있었다. 크리미 한 질감의 바탕을 가진 중면의 그것은 콩국수다.
다른 친구들은 순두부백반, 제육백반을 고를 때 새침데기는 고운 빛깔을 가진 콩국시를 고른다. 상상만 해도 흐뭇하다. 그 걸쭉함을 느껴보지 않고 어찌 말할 수 있으랴. 그 위에 살포시 뿌려진 검은 깨도 한몫한다. 밥 한 공기를 다 먹지도 못하는 사람이 이 콩국수 국물은 남김없이 숟가락으로 박박 모으며 마신다.
다시 10년 또 10년 후 국수는 밀가루라고 요즘 시대에 뭐가 뭐라 말이 많다. 귀가 시끄럽게 윙윙 댄다. 못된 남동생 빼고는 나에게 살 좀 빼라 말하는 사람이 하나도 없다. 내 사랑 짝꿍은 날씬한 것보다 건강한 게 더 좋다고 매번 답을 물어보는 나에게 매번 같은 대답을 해준다.
하지만 1년에 2킬로가 훌훌 넘는 호르몬 변화가 나에게도 찾아온 걸 이미 알고 있다. 맛있는 건 참을 수 없지만 탄수화물을 줄이다 보니 면 없는 콩물을 먹게 되었다. 면이 없어도 어쩜 이리 고소하고 맛날 수 있을까?
콩물에 핑크 소금과 후추 무심하게 툭툭치고 한 그릇을 수저로 떠먹는다. 마치 레스토랑에서 애피타이저로 수프를 먹듯이 고급진 느낌도 난다. 먹다가 가라앉은 소금 덕분에 아, 조금 짜네? 핑계 삼아 한 그릇 더 부어 밥 한 숟가락 훌훌 말아먹어본다. 역시 탄수가 들어가야 제 맛이지!
배가 부른데 아직 콩물이 더 입에 감돌았으면 한다.
누군가에게 나도
이 진한 콩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